심장 판막 질환 최신 치료법

홍그루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의 말이다. 그가 언급한 심장 판막 질환의 공식 병명은 '승모판막폐쇄부전증'. 승모판막폐쇄부전증은 혈액이 좌심방에서 좌심실로 흘러 들어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문인 '승모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병이다.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환자가 늘어 2015년 기준 약 2만5000명 정도로 보고됐지만 현재는 4만명 이상으로 훨씬 많다고 추정된다. 원래 가슴을 여는 수술로만 치료가 가능했지만, 최근 가는 관을 넣어 '클립'으로 벌어진 부위를 집어주는 간단한 시술법이 나와 국내에서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복잡한 구조 탓에 쉽게 손상

판막 질환은 주로 고령자에게 발생한다. 홍그루 교수는 "심장이 한 번 '콩닥'할 때 판막도 한 번 열렸다 닫힌다"며 "1초에 1회 이상 심장이 뛰기 때문에 70~80년 판막을 쓰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승모판막폐쇄부전증은 유전적 원인도 작용해 환자가 20~90대까지 다양하다. 승모판막폐쇄부전증의 의심증상은 ▲운동할 때 호흡곤란 ▲가슴이 조이는 듯한 흉통 ▲잦은 두근거림과 어지럼증이다.
홍 교수는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어 조금이라도 이상이 의심되면 판막 전문 의사에게 진단받아보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클립으로 집어 간단히 고정
승모판막폐쇄부전증이 심하지 않은 환자는 혈압을 낮추는 약 등을 써 증상 악화 속도를 늦춘다. 하지만 약물로 완치는 불가능하다. 중증 승모판막폐쇄부전증(역류하는 혈액이 50%에 달하는 정도) 환자에게 아직까지 일차적으로 권하는 치료법은 개흉(開胸)수술이다. 하지만 ▲80세 이상 고령이거나 ▲심장이 약하거나 ▲폐나 콩팥·간 등 다른 장기 기능이 떨어졌거나 ▲심한 당뇨병·고혈압·만성콩팥병이 있거나 ▲암수술이나 콩팥 이식 등 다른 큰 수술을 앞둔 경우에는 개흉수술이 몸에 부담을 줘 위험하다. 이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것이 최근 국내에 도입된 '경피적 승모판막 성형술(TMVr·Transcatheter Mitral Valve Repair)'이다. 홍그루 교수는 "경피적 승모판막 성형술 도입으로 개흉수술이 불가능했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경피적 승모판막 성형술은 허벅지 안쪽 정맥에 얇은 관을 넣어 좌심방까지 도달하게 한 후, 그 관을 통해 클립을 넣어 잘 닫히지 않는 승모판막 부위를 집어 고정시키는 시술이다. 클립을 꽂으면 판막이 열리고 닫힐 때 생기는 틈을 막아줘 혈액 역류가 거의 없어진다.
홍그루 교수는 "경피적 승모판막 성형술은 외국에 도입된 지 10년 정도 돼 미국, 유럽 등에서는 이미 활발하게 사용 중"이라고 말했다. 경피적 승모판막 성형술은 총 2~4시간이 걸리고 2~3일은 입원해야 하지만 다음 날부터 바로 활동이 가능하다. 반면 개흉수술은 3~5시간이 소요되고 중환자실에서 회복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후 적어도 1주일은 입원하고 몇 개월간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는 한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