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모(35)씨는 배드민턴 경기를 하다 셔틀콕에 눈을 맞은 뒤 시력이 떨어져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눈앞에서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을 겨우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나오지 않았고 안압은 정상(8-21 mmHg)보다 훨씬 높은 30mmHg에 달했다. 김씨는 눈의 앞쪽에 출혈이 발생해 있었고, 약물 치료로 2개월 뒤 시력이 호전되었으며, 안압도 15mmHg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전방각(홍채와 각막 사이 각이 진 곳)에 손상 흔적이 관찰돼 녹내장 발생위험이 높은 상태였다. 실제 김씨는 2년 뒤 다시 안압이 상승하며 녹내장이 발생했다.
녹내장은 눈 속 시신경이 손상돼 시야가 서서히 좁아지고 실명에 이르는 질환이다. 보통 노화로 인해 발생해 젊은층은 방심하는 경우가 많은데, 김씨처럼 눈에 외상(外傷)을 입으면 연령에 관계없이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녹내장은 아직 완치법이 없어 한 번 발병하면 평생 안약을 넣어 관리해야 한다.
눈의 외상은 생활하다가 모서리에 부딪히거나, 격렬한 스포츠 중 다치거나, 교통사고로 에어백이 터지며 충격을 받는 등 일상생활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유영철 교수는 "이러한 외상들로 인해 눈에 충격이 가해져 안압이 올라가면 녹내장이 발병할 수 있기 때문에 눈에 충격이 가해졌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외상으로 인한 녹내장의 발병기전은 사람마다 다르다. 급성 혹은 만성, 개방각녹내장과 폐쇄각녹내장 모두 발병 가능하다. 대개는 외상으로 인한 전방출혈에 의해 방수(눈 속을 채우는 액체로 각막과 수정체에 영양분을 공급함) 유출로인 섬유주가 막혀 급성으로 안압이 올라가 녹내장이 발생하지만, 출혈이 흡수된 뒤에도 섬유주 등의 전방각 손상에 의해 방수 유출에 장애가 발생해 만성으로 안압이 서서히 올라가 시신경이 손상되며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녹내장은 김씨처럼 외상 후 수개월 또는 수년이 지난 뒤에도 발생할 수 있고, 발생하더라도 만성질환이기에 자각증상이 없어 안과검진을 받지 않으면 말기가 될 때까지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가벼운 외상일지라도 안과를 방문해 주기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