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연골 한번 닳으면 재생 안 돼...무릎 관절염 초기부터 관리 시작해야" [헬스조선 명의]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05/18 07:0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무릎 관절염 명의’ 박영식 강북연세병원 병원장
관절염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질환 2위다.(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인이 흔하게 겪는 만성질환이며, 하중을 많이 받는 무릎 관절에 가장 많이 생긴다. 관절 사이에 있는 연골이 닳으면서 관절염이 발생하는데, 연골은 한번 닳으면 저절로 재생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무릎 관절염은 초기부터 관리를 해야 하고, 필요에 따라 치료를 받아야 오래 쓴다. 무릎 관절염 명의 강북연세병원 박영식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을 만나 무릎 관절염의 진행 정도에 따라 시행하는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나이가 들면 무릎에 누구나 관절염이 오나?
누구나 관절염이 올 수 있다. 대한슬관절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에서 퇴행성 관절염 유병률은 37.8%이며, 남성에서 20.2%, 여성에서 50.1%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2.5배 유병률이 높다. 최근에는 20~30대 젊은층에서도 발생 빈도가 늘고 있는데, 스포츠 외상이 늘어난 것과 함께, MRI 등 진단 기법이 발전하고 보편적으로 진단을 받으면서 진단율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관절염 고위험군은?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을 많이 '써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나이와 관련이 깊다. 고령일수록 퇴행성 무릎 관절염 유병률은 높아진다. 그와 함께 체중이 중요하다. 체중이 1kg만 늘어도 무릎에 3~5kg의 하중이 실린다. 점프를 하면 20kg 이상으로 무릎이 받는 하중이 크게 늘어난다. 유전적 소인도 있다. 엄마가 퇴행성 관절염을 앓았다면 딸도 가능성이 높다.
또한 퇴행성 관절염은 남성보다는 여성이 3배 정도 많다. 그 이유는 호르몬과 관련이 있다. 여성이 폐경이 되면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무릎 관절에 붙어있는 연골의 강도가 약해지고 연골판도 파열이 쉽게 된다. 쪼그려 앉아서 가사노동을 하는 습관도 영향을 준다. 쪼그려 앉으면 무릎 관절 속 압력이 높아져 연골에 미세 손상이 발생하고 축적이 되면서 퇴행성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 다리 모양도 관련이 있나?
그렇다. O자 다리가 관절염에 취약하다. O자 다리의 경우 젊을 때는 근육이나 힘줄의 탄력이 좋아 무릎 관절을 잡아당기면서 무릎 관절 속 압력이 비교적 균일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근육이 약해지면 체중이 무릎 관절 안쪽에 집중되면서 관절염이 진행될 수 있다. 관절염이 진행되면서 계속 악화된다. 반대로 X자 다리는 하중이 무릎 바깥쪽에 실려 외측 관절염이 생길 수 있다.
-무릎 관절염으로 어떤 증상이 있을 때 병원에 가야 하나?
무릎 통증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고 붓고 물이 차면 병원에 가야 한다. 붓고 물이 차는 증상은 관절 표면에 붙어 있는 연골이 관절액 속으로 떨어져 나와 우리 몸이 이물질로 인식, 염증을 일으키면서 붓고 물이 차는 것이다. 또 무릎이 어느 한순간 딱 꺾이거나 풀리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이 때는 무릎 관절 사이의 연골판이 손상된 것인데, 무릎을 폈다 구부렸다 할 때 어려움이 있다. 버스에서 내릴 때, 신호등이 바뀌어서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움직일 때 등 어느 순간 무릎 뒤쪽이 ‘딱’ 소리가 나면서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무릎 뒤쪽이 아프다면 연골판 파열을 의심해야 한다.
-무릎 관절염 치료 순서는 어떻게 되나?
제일 먼저 진통소염제를 써서 통증, 부기 등 증상이 가라앉는지 살핀다. 진통소염제도 소용이 없으면 주사제를 쓴다. 과거에는 스테로이드 제제를 썼지만 혈당을 높이는 등 전신 부작용이 있고, 무릎 관절은 물론 연골, 인대에 변성을 일으킬 수 있어 장기적으로 사용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더 흔하게 쓰이는 주사제는 히알루론산이다. 히알루론산은 일종의 관절영양제로 관절 움직임을 부드럽게 해 통증을 줄인다. 단, 말기에 쓰면 효과가 없고 초기 관절염 환자가 쓴다. 약이나 주사 치료에도 통증이 계속되면 정밀 검사를 해야 한다. MRI 등을 찍어 관절염 정도를 파악하고 동시에 다른 질환이 있는지 파악한다.
-반월상 연골판 파열이 무릎 관절염을 악화시키나?
그렇다. 무릎 관절 사이에 있는 반월상 연골판은 외상이든 노화든 찢어지면 관절염 진행이 급격하게 이뤄진다. 그래서 찢어진 연골판을 꿰매거나 절제하는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관절내시경을 이용한다. 슬개골 인대 양 옆으로 5mm 구멍을 뚫어 한쪽에는 5배로 확대되는 카메라를 넣고 다른 한쪽에는 수술 기구를 넣어 찢어진 연골판을 봉합하거나 부분 절제한다. 통증이 없다면 그냥 두면서 지켜보기도 한다. 연골판은 찢어졌다면 안정된 조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무릎이 많이 부어있으면 관절액 안에 물을 주입해 연골 찌꺼기와 염증 등의 조직을 씻어낸다. 이런 수술을 통해 관절염이 진행하는 것을 막고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과거에는 무릎 피부를 절개하고 수술을 했지만 지금은 거의 대부분 내시경으로 수술을 한다. 내시경 수술을 하면 무릎 뒤쪽의 조직이 잘 보인다. 수술 결과가 더 좋고 회복이 빠르다.
-줄기세포 연골재생술은 어떤 환자가 시도해볼만 한가?
줄기세포를 손상된 연골에다 이식하는 줄기세포 연골재생술은 국내 도입된 지 10년 정도 됐다. 줄기세포 연골재생술은 적절한 환자에게 수술을 하면 결과가 좋다. 뼈가 노출될 정도로 연골 결손이 있되 결손의 크기가 너무 크지 않아야 한다. 외상 등의 이유로 연골 일부에 결손이 생겼을 때 시도해볼만하다. 비교적 젊은 환자에게 주로 시행한다. 관절염이 심하면 뼈의 변형까지 오는데, 뼈 변형이 있으면 줄기세포를 발라 놔도 제대로 된 효과를 보기 어려워 줄기세포 연골재생술을 하지 않는다.
-인공관절 수술을 하기 전에 시행하는 휜다리 교정술은 어떤 수술인가?
한국인은 O자다리가 많은데, O자다리는 관절염이 무릎 안쪽으로만 진행이 된다. 휜다리 교정술은 다리에 금을 내 각도를 교정해서 무게 중심을 바꾸는 수술이다. O자다리라면 무게 중심을 연골의 안쪽이 아닌 바깥쪽으로 돌려놓는 수술을 한다. 이 수술을 하려면 무릎 바깥 쪽 연골이 정상이어야 한다. 뼈까지 변형될 정도로 관절염이 심하면 휜다리 교정술은 하지 않는다. 비만인 사람도 수술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 수술 시 과하게 교정하거나 부족하게 교정하면 증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어서 수술 전 계획을 잘 세워야 하고, 의사의 수술 경험도 중요하다. 휜다리 교정술은 인공관절 수술 전인 60대에 주로 시행한다.
-인공관절 수술은 언제 해야 하나?
무릎 관절 연골이 완전히 소실돼 뼈가 노출될 때, 그래서 움직일 때마다 뼈끼리 맞부딪힐 때 수술을 해야 한다. 이쯤 되면 너무 아파서 일상생활이 어렵다. 인공관절 수술은 수명이 15년 정도 되기 때문에 이른 나이에 하면 나중에 재수술을 해야 할 수 있다. 보통 75세 정도에 시행한다.
-인공관절 수술을 성공적으로 하려면?
인공관절 수술의 성패를 가르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개별 환자의 뼈 모양에 맞춰 가장 좋은 위치에 인공관절을 삽입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무릎 관절 양쪽에 있는 인대의 균형이다. 무릎 관절을 싸고 있는 내외측 인대의 균형이 잘 맞아야 수술 후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통증이 줄어들며 인공관절 수명이 연장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과거에는 의사의 감으로 인대 균형을 맞췄는데, 최근에는 수술 중 인공관절에 ‘바이오센서’를 삽입해 인대 균형이 맞는지 의사가 객관적인 수치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균형이 맞지 않는다면 짧은 쪽 인대를 늘려주고, 인공관절을 조정하는 식으로 교정을 한다. 바이오센서는 10년 전부터 미국에서 사용했지만, 국내에서는 환자에게 수가를 따로 받지 못해 적용하는 병원이 많지 않다. 바이오센서는 1회용이다. 우리 병원은 환자들의 수술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2016년부터 사용하고 있다.
-인공관절 수술 후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인공관절 수술 후에는 감염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세균이 들어가서 곪게 되면 삽입된 인공관절을 빼야 한다. 이런 과정이 최대 6개월까지 걸리는 등 환자가 고생을 많이 한다. 따라서 주사나 침은 신중히 맞아야 하고 치과 치료를 할 때는 항생제를 예방적으로 써야 한다. 피부가 곪으면 지체 없이 치료를 해야 한다. 더불어 고령이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인공관절은 생각보다 딱딱하다. 그리고 실제 뼈와의 강도 차이 때문에 인공관절 주위에서 골절이 일어날 수 있다. 인공관절 수술 후에 골절이 일어나면 깁스를 해서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라 수술을 해야 한다.
-무릎 관절염을 개선하는 생활습관은?
무릎 관절염에 영향을 주는 유전이나 나이는 되돌릴 수 없다. 다만 체중은 조절할 수 있다. 1kg만 빼도 서있거나 걸어다닐 때 무릎이 받는 하중이 3~5kg이 줄어든다. 무릎 불안정성을 없애기 위해 대퇴근력 강화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퇴근이 강화되면 무릎 안정성이 증진되면서 통증도 줄어든다. 물 속에서 하는 아쿠아로빅 등이 도움이 된다. 물 저항 때문에 다리 근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걷기도 추천하지만 무릎 통증이 심하다면 걷기보다 자전거가 낫다.
박영식 병원장은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강북연세병원 병원장이다. 반월상 연골판 손상과 치료에 관심이 많다. 한국인은 반월상 연골판 뒤쪽인 후각부 파열이 많다.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서 일하다보면 연골판 뒤쪽이 잘 손상되는 것. 박 원장은 관절경을 이용해 후각부를 수술하는 방법을 2010년에 개발했다. 후각부는 수술 기구의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수술이 쉽지 않다.
2016년에는 인공관절 수술 시 인대 균형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바이오센서를 도입했다. 국내에서 서울대병원과 동시에 도입했다. 지금까지 무릎 인공관절 수술 5000례, 전방십자인대 재건술 800례, 관절내시경 수술 9000례를 시행했다. 현재 손상된 연골판을 메우는 의료기기에 대해 연구를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