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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 섭취하며 ‘영성 훈련’?… “다양한 병원균 먹은 것일 뿐”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05/06 16:24
지난 5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교회에 다니는 일부 교인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이 당한 가혹행위를 폭로했다. ‘가혹행위’의 내용이 화제다. 교회에서 ‘훈련’을 핑계로 실시한 가혹행위 중에는 매 맞기, 불가마에서 견디기 외에 ‘인분 먹기’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신도는 “조별 리더가 대변을 먹으라고 지시했고, 먹는 게 올바르다고 생각해 먹는 영상을 보냈다”고 말했다. 대변 섭취, 건강에 이상은 없을까?
대변 섭취, 병원균 먹는 꼴…기생충 위험도
실제로 대변·소변을 먹으면 관절·호흡기에 좋다거나,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썰’이 있어 공공연히 민간요법으로 섭취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에서는 ‘요로법(尿路法)’이라 하여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보는 소변을 마시는 건강법이 한때 유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대변이나 소변을 먹으면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건강에 도움이 될까? 전문가들은 “대변 섭취가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한다. 소변은 논란이 있다.
대변은 우리가 먹은 음식이 소화되고 마지막에 나오는 찌꺼기다. 소화되지 않은 찌꺼기 외에 수분과 각종 세균이 섞여있다.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김경오 교수는 “대변을 먹어서 좋을 게 없다”며 “완전히 건강한 사람이 아니면 사람마다 다양한 병원균을 가지고 있는데 변으로 독성을 띤 균이 나오는 사람도 있다 보니 이렇게 균이 많은 변을 복용하면 세균감염으로 인해 급성 장염 등이 생길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균이 많은 상한 음식을 먹어도 탈이 나는데, 균 덩어리인 대변을 먹으면 문제가 생긴다는 게 김 교수 말이다.
대변이 ‘약’이 되는 경우는 현재로서 딱 한 가지다. 김 교수는 “건강한 사람의 대변은 대장 치료에 사용하기도 하는데, 대장내시경 등을 통해 전문 의료인이 변이식을 시행하는 방법으로만 효과가 있다”며 “섭취로는 아무 이득이 없다”고 말했다.
대변 섭취는 기생충 감염 위험도 있다. 기생충에 감염된 사람의 대변에는 기생충·기생충 알이 있는데, 대변을 먹으면 이를 함께 섭취할 위험이 있다. 인분을 쓴 작물을 먹었을 때 기생충 전염이 될 위험이 있는 것도 인분 속에 있는 기생충 알 때문이다.
소변, 논란 있지만 ‘굳이’?
소변은 어떨까. 김경오 교수는 “건강한 사람의 소변은 대변과 달리 세균이 없고 깨끗하다”며 “무균 상태 소변은 먹어도 큰 문제는 없지만, 먹는 게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요로법을 믿는 사람은 오줌 속에 인체가 미처 다 흡수하지 못한 각종 영양분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애초에 오줌에 포함된 성분은 식품이나 비타민제 섭취 등으로 대체 가능하다. 또한 건강하지 못한 사람의 소변 속에는 각종 병원균 외에도 중금속 등이 검출되므로, 굳이 먹을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