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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급사 위험 높이는 ‘대동맥판막협착증’... 적극적인 치료를” [헬스조선 명의]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04/27 07:0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대동맥판막협착증 명의' 세종병원 심장내과 최영진 진료과장
심장이 펌프작용을 하면 온몸으로 혈액을 보낸다. 이 때 혈액이 역류되지 않고 한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4개의 판막이 있다. 판막은 하루에 10만 번 이상 열리고 닫힌다. 이 과정에서 판막이 딱딱해지고 두꺼워져 협착이 되는 등의 노화가 나타난다. 특히 대동맥 판막에 이런 변화가 잘 나타나며 이를 ‘대동맥판막협착증’이라고 한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호흡곤란이나 흉통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급사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인공판막으로 갈아끼우는 수술을 해야 한다. 수년 전부터 허벅지만 살짝 째고 카테터를 넣어 인공판막을 갈아끼우는 경피적대동맥판막치환술(TAVI)이 확대되면서 고령층도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됐다. 대동맥판막협착증 명의 세종병원 심장내과 최영진 진료과장을 만났다.
Q.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어떤 병인가?
심장이 대동맥을 통해 혈액을 온몸으로 공급할 때, 심장을 떠난 혈액이 일차적으로 지나가는 문이 대동맥 판막이다. 판막은 3개의 엽으로 이뤄져 있다. 여닫이문처럼 열렸다 닫혔다 하면서 혈액을 내보내는데 노화 과정에서 뼈의 성분이 침착되는 석회화가 일어나면서 판막이 딱딱해진다. 이 때문에 판막엽이 제대로 열렸다 닫히지 않게 된 것을 대동맥판막협착증이라 한다. 판막엽이 정상적으로 개폐가 안 되면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는데 무리가 생기고, 심장이 수축할 때 혈액이 제대로 못 나가니까 심장에도 무리가 된다.
Q.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고령화와 관계가 깊다. 90년대만 해도 감염병의 일종인 ‘류머티즘열’의 합병증으로 인한 판막 질환이 많았지만 현재는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퇴행성 대동맥판막협착증이 다수이다.
Q. 누구한테 더 잘 생기나?
누구라고 특정하기 어렵다. 아주 심한 단계에 이르지 않으면 증상이 없어서 질환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가기도 한다. 요즘은 건강검진이 활성화되어 있어 심장초음파 등 건강검진 과정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Q.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증상은?
경증이면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중증에 이르면 심장에 부담이 오고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니 호흡 곤란, 흉통,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와 같은 증상이 있으면 급사의 위험이 있어서 조속히 치료받아야 한다.
Q. 진단은 어떻게 하나?
1차적으로 청진을 통해 진단적인 의심을 한다. 판막에 문제가 있으면 청진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심 잡음이 들린다. 이 경우 질환 유무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심장 초음파를 실시하며, 심장 초음파를 통하여 협착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살펴본다. 심전도 검사를 통해서도 특징적인 소견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지만, 질환 자체를 진단하기는 어렵다. 향후 심장초음파 검사가 범용적으로 시행된다면 널리 진단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
Q. 환자의 질환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데 그 이유는?
대동맥판막 협착 정도가 심화되어 혈액 순환에 문제를 겪거나 심장에 부담이 온 상태에서야 증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인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증상이 없더라도 건강검진 과정에서 질환이 발견되어 내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증상이 없을 때는 당연히 적극적으로 검사를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Q. 꼭 치료를 받아야 하나?
심부전 상태를 개선해주는 약물을 처방할 수 있지만, 판막 협착 상태 자체를 개선시켜주는 약물은 없다. 중증일 경우 대동맥 판막 치환을 고려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해오는 수술인 대동맥 판막 치환술은 가슴을 열고 심장을 정지시킨 후 망가진 판막을 도려내 인공판막을 넣어주는 방식이다. 삽입하는 인공판막의 종류는 크게 조직판막과 금속판막으로 나뉘는데 금속판막이 조직판막에 비해 수명이 길지만, 항응고제를 계속 복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조직판막은 소나 돼지의 판막을 사용하며, 수명은 보통 10년이다. 10년 정도 사용한 후에 재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 선택 시 환자의 기대수명을 고려해야 한다.
한 번 열었던 가슴을 다시 열면 위험도가 크기 때문에 재수술할 경우 심장을 열지 않고도 판막을 교체하는 TAVI 시술(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을 고려하기도 한다.
Q. TAVI는 어떤 시술인가?
심장을 열어 수술을 하기에 위험이 큰 환자들이 치료 위험도를 낮춰보자는 취지에서 나온 대안적 치료법이다. 가슴을 열지 않고 작은 절개만으로 카테터(얇은 관)를 동맥에 삽입한 다음, 기존의 대동맥 판막 부위에 인공판막을 위치시켜 기존의 판막을 대체하는 방법이다.
먼저 사타구니 등을 작게 절개해 관을 삽입할 공간을 마련하고, 인공판막을 담고 있는 얇은 관(카테터)을 삽입해서 대동맥 판막까지 위치시킨다. 망가진 판막 사이에 관이 위치하면 관 안에 있던 인공판막을 펼쳐 문제가 된 판막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판막을 대체한다. 사례마다 차이가 있지만 시술은 1~2시간가량 소요된다.
세계적으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시행됐고 국내에는 2010년경에 도입됐다. 심장 수술 위험도가 높은 고령 환자에게 주로 시행되고 있다. 나이 기준으로는 75세 이상이면 수술보다 TAVI 시술을 권장한다. 고령층에서 이 질환의 빈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널리 적용될 것이라 예상된다.
Q. 시술의 장점은?
TAVI 시술의 이점은 심장을 열지 않으므로 환자에게 부담이 덜하고 회복도 빠르다는 점이다. 뇌졸중, 콩팥손상, 출혈 등의 합병증이 적다는 이점도 있다. 기존의 치료 방침은 개흉 수술을 할 경우 합병증의 위험이 높거나 고령이어서 수술을 견디지 못할 것 같다는 판단일 때, 즉 고위험도 환자들에게 대안적으로 TAVI 시술을 시행하도록 했다. 아직 진행 중인 연구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수술 위험도가 그보다 적은, 중위험군 및 저위험군 환자들에게 시행했을 때의 결과가 수술과 동일하거나 혹은 수술보다 우월하다고 나오고 있다. 앞으로 TAVI 시술의 대상이 더 확대되고 대동맥판막협착증의 표준 치료법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TAVI 시술을 결정할 때 혈관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인공판막을 담은 관을 대동맥 판막까지 위치시켜야 하는데, 혈관이 너무 좁은 경우 출혈 가능성이 있다.
Q. 시술 도구 등의 발전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초기 모델보다 관이 얇아져 혈관 문제를 많이 극복할 수 있게 됐다. TAVI 시술은 기존의 문제 된 판막을 밀어내고 새로운 판막을 위치시키는 것이어서 기존의 낡았던 판막 사이로 혈액이 새는 역류 현상도 과제였다. 지금은 인공판막 외부에 돼지심막 등 조직을 덧대서 혈액 역류를 감소시켜주는 기술적 발전도 이뤄졌다.
또한 TAVI 시술은 인공판막을 가장 이상적인 곳에 정확히 위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시술 중 위치 선정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하였을 때 최대 3번까지 인공판막을 접었다가 다시 펴서 위치를 재조정할 수 있는 인공판막도 있다.
Q. 환자들이 시술 후 조심해야 할 것은?
시술 후 대부분의 환자가 원기가 회복된 느낌을 가진다. 시술 후 심장 박동을 높이는 운동도 문제없다. 다만 신체에 이물질이 삽입된 것이라 새로운 판막 주변에 혈전이 생기지 말라고 혈액을 묽게 해주는 항혈소판제가 처방된다. 어떤 약을 얼마 동안 복용해야 한다는 임상적인 증거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초기 수개월간 2개의 약, 아스피린(Aspirin), 클로피도그렐(Clopidogrel)을 병용하게 하고, 이후 단일 제제를 복용할 것을 권장한다.
최영진 진료과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세종병원 심장내과 진료과장이다. 심혈관 중재시술 분야의 전문가. 심장 스텐트 같은 혈류 확보 시술은 물론, 심장의 구조적인 문제도 해결하는 중재시술에 관심이 많다. 심장 판막을 치환하는 TAVI(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이 대표적인 심장 구조를 해결하는 중재시술 분야. 최영진 과장은 2013년 처음 TAVI 시술을 시행해 현재 100건 이상 시술 경험이 있다. 월 평균 2~4건의 TAVI 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그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고령층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인 만큼 정확한 진단, 취할 수 있는 조치 등을 전문의와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고 환자들에게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