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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팬데믹, '꽃가루'에서 대안 찾는다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04/07 14:31
플라스틱은 환경 파괴범으로 지목되는 대표 소재다. 그런데 환경을 전혀 해치지 않고,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면?
꽃가루를 플라스틱 소재로 만드는 방법에 대한 논문이 발표돼 학계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NTU) 재료공학과 조남준 교수팀 연구이며, 지난 20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게재됐다.
해당 논문은 '우연한 실수'에서 시작됐다. 연구팀 팀원 중 한명이, 신약 개발을 위해 꽃가루로 연구를 하던 중, 세척을 위해 꽃가루를 알칼리성 용액에 담궈놓고 그만 퇴근해버렸다. 조남준 교수는 "금요일에 퇴근해 월요일에 돌아와 보니, 꽃가루가 흐물거리는 젤리 형태로 변해 있었다"며 "이를 보고 꽃가루를 다양한 형태(Form)로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꽃가루는 입자가 작아 눈으로 보기엔 단단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사실 꽃가루 외막은 '스포로폴레닌' 이란 성분이며 '유기체의 다이아몬드'라 불릴 정도로 단단하다.
연구에 따르면, 해바라기의 꽃가루를 알칼리성 용액에서 배양한 결과, 외막이 유연해지고 부풀어올라 젤처럼 변했다. 플라스틱을 대체할 만한 소재로 쓰려면 72시간 배양이 필요하다. 조 교수는 "꽃가루라고 해서 알레르기를 겁낼 필요는 없다"며 "알레르기 유발 단백질을 제거하고, 내막 안 유전물질을 없애 플라스틱을 대체할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플라스틱 팬데믹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인류는 10%도 재활용하지 못하고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플라스틱에 대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며 "꽃가루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자연 재료가 될 것이며, 이 외에도 계속해 'Replace Plastic from Natural Source(자연 재료로 플라스틱 소재 대체하기)'란 주제로 새로운 소재 개발을 선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남준 교수 팀은 꽃가루 플라스틱 소재 개발 외에, 꽃가루로 만든 종이에 대해 미국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최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