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한 병실에 침대 10~20개… 예견됐던 요양병원 ‘코로나 집단 감염’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03/27 17:07
요양병원發 코로나19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황이다. 27일 대구 제이미주병원에서는 51명이나 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제이미주병원은 집단 감염이 발생한 대구 대실요양병원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병원이다. 전문가들은 건물 시설이나 의료 시설 공동 사용, 혹은 간병인·직원 등을 통해 전파가 됐을 것으로 추측한다.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왜 위험할까?
집단생활 하는데, 환자 손위생 철저하기 어려워
사람이 많이 모인 실내공간은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큰 데, 요양병원은 실내 집단생활이 기본이다. 일반 병원보다 한 병실에 수용하는 환자 수도 많다. 2019년 보건복지부 분석에 따르면, 병실 하나에 침대(병상) 14개가 넘는 요양병원이 전국에 401곳이나 된다. 최대 병상 수가 33개인 요양병원도 있다. 2017년 2월 개정된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신·증축된 요양병원은 한 병실에 침대를 6개 이상 둘 수 없다. 그러나 기존의 요양병원이 이 기준을 따를 의무는 없다보니, 몇십명이 한 병실에서 생활하는 요양병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요양병원 입원 환자에게 마스크 착용이나 손위생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인천은혜병원 가혁 원장(대한노인병학회 요양병원협력정책이사)은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라면 손위생을 지키기 어렵고, 호흡기 질환이 있다면 호흡곤란 문제로 마스크 착용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80세 이상, 코로나 치명률 30대의 100배 이상
건강하고 면역력 상태가 좋다면 코로나19 에 걸려도 가볍게 넘어간다. 그러나 요양병원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대부분 신체적, 정신적으로 취약한 노년층이라 바이러스 노출 시 증상이 심하고, 증상이 심한만큼 바이러스도 몸에서 많이 나와 병을 옮길 확률도 커진다. 이렇게 되면 집단 감염으로 발전하거나,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옮길 위험도 커진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는 “더 큰 문제는 요양병원에서 지내는 대부분의 사람이 면역력이 떨어지고 당뇨병 등의 기저질환이 있는 노년층이라는 점”이라며 “이들은 코로나19로 목숨을 위협받을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노년층 91%는 1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다(대한노인병학회).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말한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은 1.49%이나, 80대 이상의 치명률은 15.19%다. 30대 0.1%와 비교했을 때 크게 높은 수치다.
면회는 금지, 섬망증상 주시해야
요양병원 환자가 대부분 건물 안에서 생활하는 점을 고려하면, 바이러스는 외부를 출입하는 직원·간병인·면회객이 가져올 위험이 크다. 가혁 원장은 “현재 대부분 요양병원이 가족 면회까지 금지할 정도로 면회객을 통제하고 있다”며 “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요양병원 직원·간병인에게는 불필요한 회식이나 만남을 잡지 말라고 강력히 권한다”고 말했다.
또한 요양병원 근무자나 간병인은 노인 환자의 열·기침 증상 외에도 섬망(정신이 오락가락함) 증상을 주시해야 한다. 노인은 폐렴이 있어도 호흡기 증상 대신 섬망, 식욕부진이 흔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 대한노인병학회의 코로나19 대비 노인 건강관리 수칙
-손을 자주 씻습니다. 특히 코를 풀거나 기침을 했을 때, 공공장소를 방문하고 돌아온 경우에는 비눗물로 최소 20 초 이상 손을 씻어야 합니다. 비누가 없는 경우 60% 이상 농도의 알코올 소독제를 사용해도 됩니다.
-얼굴, 코, 눈을 손으로 만지는 일을 피하도록 노력합니다.
-외출을 삼가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 특히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밀폐된 장소를 피합니다.
-꼭 외출을 해야할 때에는 본인과 타인의 안전을 위하여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합니다.
-가급적 집에서 생활하되 간단한 운동과 규칙적인 식사, 채광으로 건강을 유지하도록 노력합니다.
-만성질환으로 복용 중이던 약물이 떨어진 경우, 임의로 약을 중단하지 말고 건강한 보호자에게 대리처방을 받을 수 있는지 해당 병의원과 상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