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심한 윗배 통증 반복되면 '췌장염' 의심… 드물지만 괴사까지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03/25 10:05
심한 복통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췌장염'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췌장은 우리 몸 가장 깊숙한 곳에 여러 장기로 둘러싸여 있어 '은둔의 장기'로 불린다. 크기는 손바닥 반 정도다. 주요 기능은 소화를 돕는 췌장액, 당을 분해하는 인슐린 등을 만드는 것이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상훈 교수는 "췌장에 생길 수 있는 대표적 질환이 '췌장염'"이라며 "특히 급성췌장염은 마약성 진통제가 필요할 정도로 매우 강한 복통을 유발하며,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급성췌장염, 심하면 췌장괴사까지
급성췌장염이 발생하면 췌장이 부으면서 주변 신경이 자극을 받아 심한 윗배 통증을 유발한다. 이러한 통증은 구역질, 구토와 함께 갑작스럽게 시작돼 1시간 이내에 최고조에 이르고, 때로는 24시간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원인의 70%는 담석, 술이다. 담석이 췌장액의 흐름을 방해해 췌장염이 발생한 경우 내시경으로 조기에 담석을 제거해야 한다. 이상훈 교수는 “중증 급성췌장염은 췌장괴사나 농양, 가성 낭종 같은 국소 합병증과 폐기능 부전, 저혈압 쇼크 등 전신 합병증까지 유발할 위험이 아주 커 적극적인 치료와 면밀한 관찰이 필수"라고 말했다.
만성췌장염, 80% 손상돼도 증상 없어
만성췌장염은 대부분 술이 원인이다. 장기간 음주를 한 사람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알코올이 직접 췌장 세포 손상을 일으키고 췌장액의 점성을 높게 해 췌장액 흐름을 방해하는 것이 원인이다. 이로 인해 췌장 세포 위축과 섬유화가 진행된다. 만성췌장염의 가장 큰 문제는 급성과 달리 췌장의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췌장이 80% 정도 파괴될 때까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에는 이미 췌장이 상당히 손상된 경우가 많다. 급성췌장염처럼 복통이 생길 수도 있지만, 강도와 발현 빈도가 환자에 따라 다르다. 소화기능이 저하돼 소화불량, 체중감소, 영양실조도 발생할 수 있다. 췌장 손상이 심하게 저하된 경우 소화효소와 인슐린 분비가 감소해 지방변이나 당뇨병이 생기기도 한다.
재발률 높은 췌장염, 금주가 필수
췌장염의 진단은 통증 파악 후 원인이 될 수 있는 담석증 유무와 음주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 혈액검사로 췌장에서 분비되는 효소의 수치를 측정하고, 복부 초음파, CT 촬영을 진행한다. 추가로 자기공명담췌관조영술, 내시경초음파 등을 진행해 원인을 찾기도 한다.
급성췌장염 환자의 약 90%는 초기에 입원해 금식하고 수액 치료를 받으면, 큰 합병증 없이 입원 치료 후 7일 이내에 낫는다. 하지만 환자의 25%는 췌장염이 재발할 수 있어 원인 질환을 찾아 치료하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담석에 의한 췌장염은 조기에 내시경으로 담석을 제거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담낭절제술을 받는 것을 권장한다.
만성췌장염은 금주가 필수적이며, 통증 조절과 손상된 췌장 기능을 보충하기 위해 췌장 효소, 인슐린 투여 등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동반된 합병증에 대해 내시경적 혹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고 이미 발생한 합병증은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
이상훈 교수는 “췌장염을 예방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금주가 가장 중요하다”며 “만성췌장염은 췌장암에 걸릴 위험도가 정상인보다 8배 높으므로 6개월에서 1년마다 정기 검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