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
'고환 혈관' 튀어나왔나요?…'이 병' 만져서 자가진단
이주연 헬스조선 기자 | 전혜영 헬스조선 인턴기자
입력 2020/02/24 08:00
아내와 여러 차례 임신을 시도했는데도 임신에 성공하지 못했던 A(34)씨는 자세한 진단을 위해 병원을 찾았고, '정계정맥류' 진단을 받았다. 사춘기 때부터 고환에 울퉁불퉁한 혈관이 나타났지만, 통증이나 특별한 불편함이 없어 병원을 찾지 않았던 게 화근이 됐다.
정계정맥류는 남성의 15%가 겪는 비교적 흔한 혈관 질환이다. 고환 주변 정맥이 역류하면서 울퉁불퉁 튀어나오는 게 주요 증상이다. 열감과 통증, 불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남성은 단순히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위에 혈관이 튀어나왔다는 이유로 병원을 잘 찾지 않아 진단율이 저조하다.
원인은 대부분 선천적인 판막 손상이다. 혈액을 심장으로 보내는 펌프 역할을 하는 판막에 문제가 생기면 혈액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고 한 곳에 고이는 '울혈' 현상이 나타난다. 이 같은 현상은 정맥을 확장하고, 구불구불 늘어지게 만든다. 심하면 혈관 다발이 고환을 둘러싸게 되고, 고환이 퇴화돼 크기가 작아지기도 한다.
정계정맥류는 고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남성 불임·난임 원인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도 꼽힌다. 막힌 고환의 정맥에서 열이 발생하는 탓이다. 이 열로 인해 정자의 수, 운동성, 형태 등 건강성이 떨어진다. 고환 한쪽이 당기거나 뻐근한 증상이 나타나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간혹 통증이 심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정계정맥류인지 아닌지는 스스로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샤워 전에 배에 힘을 주고 자신의 고환 혈관을 만져보면 된다. 혹은 서 있을 때 음낭에서 포도송이처럼 울퉁불퉁한 정맥류가 보이거나 만져지면 정계정맥류를 의심해봐야 한다. 정계정맥류 때문에 고환에 통증이 생길 수 있는데 그럴 땐 누우면 대부분 사라진다.
최근 정계정맥류 치료는 대부분 비수술적 치료법이 시행된다. 대표적인 게 '색전술'이다. 색전술은 수술 치료보다 부작용과 재발률이 적을뿐만 아니라, 당일 수술 및 퇴원도 가능하다. 만약 색전술 이후에도 재발한 경우, 소수의 환자에게는 고환 정맥을 잘라내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