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이게뭐약] 당뇨병 1차 치료제 '메트포르민'…먹어, 말아?
이주연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02/07 15:44
‘메트포르민’ 성분은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환자에게 첫 치료제로 쓰인다. 초진부터 중증까지 전 단계의 당뇨병 환자에게 기본으로 처방한다. 국내 당뇨병 환자의 80% 이상인 240만명이 메트포르민 성분을 복용 중이다.
국내 유통 중인 메트포르민 함유 치료제는 638개 품목, 처방금액은 연간 45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널리 사용되는 약에 대해 최근 ‘발암 불순물’ 발생 여부 검사가 진행 중이다.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메트포르민 의약품에서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를 검출하는 시험법을 발표하고 검사 중이다”면서 “많은 당뇨병 환자가 평생 먹는 약인 만큼 국민들의 의문이 해소되도록 전수 조사 결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가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정한 물질이다. 구운 생선이나 고기에서도 아민류와 아질산염이 만나 NDMA가 극미량 생성된다. 일부 의약품 제조과정에서도 의도치않게 NDMA가 생긴건데, 모르다가 최근 분석∙검출 기술의 발달로 발견했다.
메트포르민 성분에 의문이 제기된 건 지난해 12월이다. 싱가포르 보건과학청은 자국 유통 중인 메트포르민 함유 의약품 46개 중 3개에서 미량의 NDMA가 검출돼 회수했다고 밝혔다. 이미 고혈압약의 ‘발사르탄’, 위장약의 ‘라니티딘’과 ‘니자티딘’ 성분에서 NDMA가 검출됐던터라 각국 의약품 규제기관들도 검토에 나섰다.
이 가운데 지난 3일 미국 식품의약국이 가장 빠른 결과를 냈다. 승인했던 메트포르민 의약품들에 대한 NDMA 시험 결과, 1일 허용치를 초과하지 않아 회수 조치를 권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미국 식품의약국이 조사한 메트포르민 의약품은 10개로 국내 조사대상보다 훨씬 적다. 국내 결과는 늦어질 수 있다.
메트포르민 성분을 복용 중인 당뇨병 환자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식약처와 당뇨병 전문가들은 적절한 혈당 관리를 위해 지속적인 약 복용이 매우 중요하니, 메트포르민 의약품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불안하다면 속이 울렁거린다는 부작용 등을 이유로 약제 종류를 바꿔볼 수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김종화 보험∙대관 이사(부천세종병원 내분비내과장)은 “국내 결과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만약 불순물이 검출된대도 장기 축적의 결과를 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메트포르민이 최초 약제로 권고되어 온 이유는 대부분 환자에서 혈당 감소 효과, 비교적 적은 부작용, 장기적으로 확인된 안전성, 낮은 저혈당 위험, 적은 체중 증가 등 때문이다. 과체중 환자에서 심장혈관 예방 효과도 있다. 게다가 저렴해 환자와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적다.
그러나 언제 어떤 이유로 1차 치료제로 쓰던 메트포르민 성분이 없어진대도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종화 이사는 “DPP-4억제제, SGLT-2억제제 등 쓸 수 있는 약제는 많다”며 “지금의 2차 치료제들을 1차로 쓸 수 있게 건강보험 급여를 바꿀 수도 있고 방법은 여러가지”라고 말했다.
최초의 메트포르민 의약품은 1959년 출시된 머크의 ‘글루코파지’다. 국내에서는 1985년 대웅제약의 ‘다이아벡스’를 시작으로 단일제와 복합제들이 쏟아졌다. 머크의 ‘글루코반스’, 한독의 ‘아마릴엠’, 엠에스디의 ‘자누메트’, GSK의 ‘아반다메트’, 노바티스의 ‘가브스메트’, 종근당의 ‘듀비메트’, LG화학의 ‘제미메트’, 유한양행의 ‘유한메트포르민’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