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자의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가 지난해 처방약 시장 1위를 차지했다. 리피토는 특허만료 10년이 지나고 100여개 제네릭이 등장했음에도 전년 대비 8.4% 증가한 1762억원의 실적을 내며 선두를 굳혔다.
2위 길리어드의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와 리피토간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비리어드는 제네릭 활약과 약가 인하로 전년 대비 30.5%나 급감한 1068억원에 그쳤다. 길리어드는 독성을 줄인 B형간염 신약 ‘베믈리디’로 방어에 나섰지만 감소폭을 메우지 못했다.
30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원외처방(병원 밖에서 약을 사도록 처방한) 처방조제액 규모는 총 13조3970억원으로 전년 대비 7.8% 증가했다. 전체 원외처방 시장에서 1위 리피토의 점유율은 1.3%였다.
리피토∙비리어드에 이은 3위는 대웅바이오의 뇌기능 개선제 ‘글리아타민’으로 전년 대비 19.5% 성장한 91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다국적 제약사가 아닌, 국내 제약사 의약품으로는 최대 처방액 규모다.
글리아타민은 이탈리아 제약사 이탈파마코가 개발한 ‘글리아티린’을 복제한 제네릭이다. 이탈파마코로부터 기술과 오리지널 원료의약품을 받은 종근당의 ‘종근당 글리아티린’도 전년 대비 14.9% 증가한 723억원으로 12위를 차지하며,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뇌기능 개선제 시장의 잠재력을 보였다.
처방약 시장 4위는 사노피에서 한독이 도입한 항혈전제 ‘플라빅스’였다. 이 약의 지난 한해동안 처방액은 전년 대비 17.3% 증가한 889억원이었다. 이어 베링거인겔하임의 고혈압 치료제 ‘트윈스타’가 5.4% 증가한 847억원, 아스트라제네카의 고지혈증 치료제 ‘크레스토’가 13.4% 증가한 840억원이었다. 리피토와 마찬가지로 트윈스타와 크레스토도 특허가 만료됐지만 여전한 강세다.
한미약품은 10위권에 2개 의약품을 올렸다. 특히 고지혈증 복합제 ‘로수젯’이 전년 대비 36.4%나 성장한 773억원, 7위의 성과를 냈다. 한미약품의 대표품목인 고혈압 복합제 ‘아모잘탄’도 9.8% 성장하며 741억원 규모가 처방됐다. 이외에도 한미약품의 역류성식도염 개량신약 ‘에소메졸’이 29.4% 성장해 50위권 안에 진입했다.
대웅제약이 제조하는 일본 에자이의 알츠하이머형 치매증상 치료제 ‘아리셉트’는 12.8% 증가한 770억원, 노바티스의 ‘엑스포지’는 9.4% 증가한 742억원 실적을 냈다. JW중외제약이 일본에서 도입한 고지혈증 치료제 ‘리바로’는 전년 대비 17.4% 증가한 688억원이 처방되며 회사의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됐다. 또한 MSD의 고지혈증 복합제 ‘아토젯’은 지난해 총 처방금액이 전년보다 76.2% 급증하며 눈길을 끌었다.

반면 처방약 시장 1위 리피토의 제네릭으로 만들어진 종근당의 ‘리피로우’와 유한양행의 ‘아토르바’는 마이너스 실적을 냈다. 각각 4.6%와 5.2% 감소해 452억원과 365억원에 그쳤다.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가 떨어지면서 제네릭 경쟁력이 약화된 탓이다.
한때 1000억원대 원외처방 실적을 내던 블록버스터, BMS의 B형간염 치료제 ‘바라크루드’는 비리어드와 시장을 나누고 제네릭 경쟁에 밀리면서 처방이 줄고 있고 있다. 전년 대비 1.3% 감소한 714억원 처방액으로 13위에 머물렀다. 이외에도 지난해 원외처방 금액 100억원을 초과한 의약품은 총 220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