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고위험 임신 명의'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김광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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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김광준 교수/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기 위해 의사들이 한 목소리로 강조하는 것은 ‘여성의 나이’다. 여성이 만 35세가 넘어서 임신을 하면, 가임력이 떨어지고 어렵게 임신을 해도 자연 유산이 증가한다. 그렇지만 늦은 결혼, 경제적 문제, 육아 여건 등 때문에 임신이 늦어질 수 밖에 없는 사람이 많다. 고위험 임신 명의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김광준 교수는 “나이 든 임신부라고 해도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고령 임신부는 건강 관리가 잘 돼 있는 편이고 임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산전 관리를 적극적으로 받는다. 고위험 임신에 대해 잘 알고 대비한다면 건강한 아기를 출산을 할 수 있다.

-고위험 임신부 정의는 어떻게 되나?

여성이 내과나 외과적 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임신하게 되면 모두 고위험 임신이라고 본다. 내과 질환은 고혈압, 당뇨병이 대표적이다. 외과 질환은 과거에 허리, 뇌, 심장 등 수술을 받은 사람이다. 시험관아기 등 보조생식술을 한 경우, 쌍둥이를 임신한 경우도 모두 고위험 임신으로 분류한다.

-고위험 임신부는 얼마나 증가하고 있나?

보조생식술이 증가하면서 고위험 임신부가 증가하고 있다. 대학병원에는 고위험 임신부의 비율이 높은 편이며, 전체로 따지면 임신부의 10% 정도가 고위험 임신부다.

-35세 이상 나이에 임신을 하면 고위험 임신인가?

나이 들면 모두 고위험이라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나이 든 임신부는 교육 수준이 높고, 건강관리가 잘 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의사 말을 잘 따르는 장점도 있다. 오히려 너무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하는 경우에 태아가 위험할 수 있다. 계획 임신이 아닌 경우가 많고, 술·담배 등에 과도하게 노출돼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다만 산모가 나이가 들면 난자가 노화해 난자의 질이 떨어지고, 난자 수가 감소한다. 매일 정자를 새로 만들어내는 남성과 달리, 여성의 난자는 태어날 때 자궁 내에서 이미 만들어져 출생 후 계속 노화되고 수가 줄어든다.

-고위험 임신부의 산전관리는 어떻게 이뤄지나?

초기에 임신부가 갖고 있는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개별화된 진료를 해야 한다. 혈압이 높으면 내과에서 혈압을 낮추고 혈당이 높으면 혈당을 낮춰야 한다. 관리가 잘 안되는 사람은 입원시켜서 관리를 한다. 엄마의 전신 컨디션도 중요하다. 입덧을 너무 많이 해 몸무게가 빠지면 태아에게 영양 공급이 안된다. 몸무게가 너무 많이 늘어서 지방세포가 많아지면 태아가 나중에 성인병 위험이 증가한다. 엄마가 고혈당인 경우 혈당 공급을 받다가 갑자기 끊으면 태아에게 쇼크가 오므로 혈당 관리도 개별화 해서 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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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김광준 교수/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고위험 임신부에게 조산 위험이 높다

태아가 자라기에 엄마 뱃속 만한 공간이 없다. 엄마 뱃속 같은 인공적인 공간이 마련되려면 몇백년은 걸릴 것이다. 현대의학으로는 임신 24주 이후에 태어나면 살릴 수 있다. 임신 24주부터 26주까지 하루를 버티면 생존율이 1%씩 올라간다. 현재 조산아가 태어나면 엄마 뱃속과 같은 온도를 맞추고, 산소를 주입하며, 영양 주사를 놓는다. 세밀하게 모니터링을 잘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산소를 너무 많이 주면 눈이 멀고 폐에 문제가 생긴다. 주사는 신생아 감염 문제가 있으므로 감염 관리가 필수다.

-조산은 왜 발생하나?

태어날 때가 안됐는데 태아가 스스로 나오려고 하는 것이 60%, 의사가 일부러 출산을 시키는 것이 나머지다. 엄마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태아가 밖으로 나오려고 한다. 자궁경부무력증 같이 자궁경부에 힘이 없어서 소리 없이 태아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임신을 지속했을 때 산모 건강이 위험해지거나, 태아가 뱃속에서 위독하면 뱃속에서 태아를 꺼낸다. 임신 기간에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임신중독증이 대표적인데, 임신중독증이 심하면 혈압이 높아져 간질 발작 등을 일으키기도 하며 산모가 위험해 질 수 있다.

-요즘에도 산모 사망이 있나?

과거에 비해 의학이 발전해 산모 사망률은 크게 줄었다. 산모 사망률은 10만 명당 10명 정도다. 1년에 30~40명 사망한다. 산모 사망 3대 원인은 임신중독증, 출혈, 감염이다. 최근에는 혈전이 혈관을 막는 색전증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임신 중에는 혈액이 끈적해진다. 잘 움직이지 않으면 다리에 혈전 생겨 폐색전증 위험이 높다. 폐색전증은 사망까지 이르는 무서운 질환이다.

-고위험 임신부는 자연분만이 어렵나?

고위험 임신부의 자연 분만율은 40~50%다.(일반적으로 15% 전후) 임신성 고혈압은 자연분만이 가능한 편이다. 그러나 임신성 당뇨병은 거대아가 많아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엄마가 혈당이 높으면 태아가 혈당을 처리하려고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하는데, 인슐린이 아기를 크게 한다. 산모는 자연분만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 자연분만은 목적이 아니라 출산 방법이다. 임신부의 상황에 맞는 출산 방법을 택해야 건강하게 출산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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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김광준 교수/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역아(逆兒)를 뱃속에서 정상적으로 돌리는 ‘둔위교정술’은 무엇인가?

출산을 앞둔 만삭의 태아의 경우 머리는 보통 산모의 뱃속에서 아래쪽으로 향하는 것이 정상인데, 4% 내외 태아가 머리가 위쪽을 향하고 엉덩이가 밑으로 향하는 역아 자세를 보인다. 역아의 경우 보통 제왕절개 수술을 하는데, 이 중 일부는 둔위교정술로 교정이 가능해 자연분만을 할 수 있다. 방법은 의사가 산모의 하복부를 손으로 밀어 올리면서 머리의 방향을 아래로 조절, 태아 자세를 정위로 바꾸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마취를 하거나 진통제를 사용하지 않고 별도의 기구 없이 초음파로 태아의 위치를 보면서 손으로 산모 복부를 마사지 하듯이 진행한다. 둘째 아이는 배가 말랑말랑해서 성공률이 90%로 높고, 첫째 아이는 성공률이 70% 정도 된다.

-‘태아 치료’라는 게 있다

그렇다. 태아 상태에서 치료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태아의 콩팥, 방광이 막혔을 때 바늘로 뚤어주거나 심장, 폐에 물이 차면 물을 빼주는 치료다. 쌍둥이 중 태반을 하나 가지고 둘이 나누어 사는 일란성 쌍둥이가 있는데, 태반을 통해 동등하게 혈액이 가도록 레이저로 태반을 둘로 나누는 치료를 하기도 한다.

-고령 등 임신 고위험군인 사람들이 준비해야 할 것이 있나?

건강 관리를 잘 해서 컨디션이 최고로 좋은 시점에 임신을 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으면 혈압·혈당 관리를, 비만하면 체중관리를 해야 한다. 그리고 엽산을 영양제로 챙겨 먹는 것이 좋다. 계획 없이 어쩌다 된 임신은 유산 위험이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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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김광준 교수/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김광준 교수는

중앙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태아 초음파 분야에 있어 국내 최고 전문가. 2001년 ‘태아초음파’ 교과서 국내 처음으로 썼다. 그 외 ‘부인과초음파’ ‘태아심장초음파’ 등 7권 이상의 초음파 교과서를 썼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안도날드 국제초음파학교 한국 대표를 맡고 있다. 최근에는 ‘태아모니터링’이라는 책을 냈다. 태아 심장 박동 양상과 자궁 수축 상태를 관찰해 태아의 건강을 평가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다. 지금까지 외국 서적을 번역한 것이 있었지만 국내 교수진이 직접 저술한 것은 처음이다. 초음파로 태아 상태를 보고 치료를 시행하는 태아 치료도 선도하고 있다. 쌍둥이 임신 기형 시술을 가장 일찍(임신 11주) 시행한 세계 기록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 둔위교정술을 가장 많이 한다. 지금까지 1000건 이상 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