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담배 피우면 스트레스 해소? "천만의 말씀"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9/12/30 08:00
신년 금연 TIP
흡연은 몸에 백해무익해 신년 건강 계획을 세우고 있는 흡연자라면 '금연'은 필수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내 19세 이상 남성 흡연율은 36.7%로 20년 전(66.3%)의 절반 정도로 떨어졌지만, 여성 흡연율은 7.5%로 20년 전(6.5%)보다 1% 포인트 증가했다. 전자 담배 사용률은 4.3%로 2013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연 기간은 늘어날수록 실제 몸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금연 기간이 2~12주 정도 되면 폐 기능이 회복되고, 1~9개월 지속되면 체내 면역력과 폐 섬모 기능이 정상화되며 기침, 코막힘, 피로 등이 줄어든다. 5~10년 금연하면 심뇌혈관질환, 폐암 발병률이 비흡연자 수준으로 낮아진다. 전문가들의 도움말로 '성공적인 금연법'에 대해 알아본다.
흡연이 스트레스 완화시킨다? NO
흡연을 지속하는 사람들은 그 원인으로 '스트레스 해소'를 꼽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흡연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경우가 많다. 흡연하면 니코틴이 7초 내로 뇌에 도달하는데, 이로 인해 쾌감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 분비를 활성화시킨다. 결과적으로 불안, 스트레스, 분노, 우울감이 개선되고 긍정적인 감정 상태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잠시뿐이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정은진 교수는 "도파민 활성화에 따른 스트레스 해소 심리는 20~40분 동안만 지속돼 니코틴을 더 보충하기 위한 재흡연 욕구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즉,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내성이 생겨 흡연량은 늘어나게 되고 정신·신체적 의존이 발생,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것이다. 체중이 증가한다는 이유로 금연을 망설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체중 증가의 주요 원인은 금연이 아닌, 금단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섭취하는 껌, 과자, 초콜릿 등이다. 정은진 교수는 “금연을 하면 자연스럽게 입이 허전해지고 공복감이 드는데, 이때 칼로리가 높고 단 사탕, 초콜릿 등을 섭취해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며 “이때 커피보다 물이나 열량이 적은 무가당 음료를 섭취하거나 양치질을 하는 등의 생활습관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니코틴 중독 정도가 서서히 줄어들면 금단 증상 역시 약해지고 금연 후에는 체중 관리가 더욱 쉬워진다“며 ”금연으로 인해 얻는 건강 및 금전적 이득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명심해 금연 의지를 굳건히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금연 목표 공유해야
정은진 교수는 “금연을 결심한 직후 24시간 이내에 금단현상이 발생하고 3일째에 최고조에 이르며, 3주까지 지속된다”며 “금연을 위해서는 최소 한 달의 견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연 성공을 위해서는 금연 의사를 주변 사람과 공유하는 게 좋다. 정 교수는 "개인 의지만으로 금연에 성공할 확률은 3~7%인데, 의사나 주변 사람에게 공유하면 성공률이 30%까지 약 10배로 높아진다"며 "자기 의지도 중요하지만 스트레스, 습관 등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요소가 많아 반드시 나 이외의 누군가 특히 가족, 직장 동료와 함께 금연 계획을 공유하고 격려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책도 만드는 게 좋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금연 실패 주요 원인 1위는 스트레스(78.9%)였다. 정은진 교수는 "보건소, 의료기관 금연클리닉에서는 흡연자의 상황과 니코틴 중독 정도를 평가해 상담, 약물요법 등 개별화된 치료를 진행하기 때문에 이를 적극 활용하라"고 말했다.
전자담배로 갈아타기 소용없어
금연으로 인한 금단현상을 느낄 때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다. 일반담배보다 몸에 덜 해로울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이에 대해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최혜숙 교수는 "미국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일반담배보다 전자담배에 노출된 호흡기 상피세포에서 유전자의 변형 정도가 높았다”며 “실제 전자담배가 인체에 어떤 작용을 미칠 지는 다양한 연구와 장기간의 관찰을 통해 지켜봐야겠지만,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안전하다는 인식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흡연으로 인한 대표적인 호흡기질환에는 기도에 만성염증이 지속되고 좁아져 숨이 차는 만성폐쇄성폐질환과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섬유화증이 있다. 기도폐쇄, 폐섬유화는 약물로 회복되지 않아 빨리 진단받고 치료해야 한다. 최혜숙 교수는 "전자담배 역시 만성기도질환을 증가시키고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일반담배만큼의 위험성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