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칼럼

[이해나 기자의 정신건강 테라피] 설리·구하라 떠나보낸 '주변인'에게도 관심을…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최근 젊고 유망했던 연예인 두 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해 세상을 떠났다.

둘은 모두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이들 사건으로 우울증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우울증 증상, 치료법, 필요한 사회적 대책 등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일어났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그들 주변인에 대한 관심이다.

실제 기자 주변에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뜬 연예인과 전혀 친분이 없는데도, 사망 소식으로 한참 눈물을 흘렸다는 사람이 있다. 온라인상 글만 봐도 그런 사람이 상당히 많다. 갑자기 원인 모를 우울감이 몰려온다고 한다.

유명인의 극단적인 선택을 접한 후 그와 자신을 동일시해 자신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는 '베르테르 효과'는 이미 너무 유명하다.

친분 없는 사람도 우울해지는데, 가족은 어떨까. 김병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병수 원장은 "가족 중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사람이 있는 경우, 남은 가족의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확률은 일반인의 2~4배로 높아지고, 우울증 발생률은 이보다 더 크게 높아진다"고 말했다.

부모님이나 형제가 극단적 선택을 해 장기적인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들은 병원 외래에서 빈번하게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뜬 주변인(가족·친구·지인 등)이 있는 사람을 '자살생존자'라 부른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이다영 전문의는 "이들 역시 극단적인 선택(자살)을 경험한 피해자로 보기 때문"이라며 "나중에 자신이 힘들어졌을 때 극복 수단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높다"고 말했다. 트라우마가 생길 뿐 아니라 세상을 뜬 사람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분노감 등 다양한 감정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다영 전문의는 "주변인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이 자신이 뭘 해서 혹은 뭘 하지 않아서 그러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며 "죄책감을 가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도 그 사건으로부터 아픔을 겪은 '생존자'라는 생각으로 주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으라"고 말했다. 우울감이 깊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이성적인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고, 조언을 듣는 도움이 된다. 병원을 꼭 가야 하는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신이 힘들고 혼란스러울 때, 우울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될 때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다. 바로 병원을 가기 부담스럽다면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무료로 상담받을 수 있는 곳이라도 찾자.

한편 김병수 원장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이 했던 이야기를 회상하며 삶의 용기와 희망을 복기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망자는 분명 생전 삶의 용기와 희망을 전해주었을 것"이라며 "그런 말들을 떠올리며 희망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망자를 기억하는 이들이 함께 모여 슬픔을 나누고 용기를 되찾는 노력을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안타깝게 세상을 뜬 사람을 추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이들로 인해 가슴 아파하고 정신적인 고통을 받는 수많은 '자살생존자'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자살생존자 역시, 어렵겠지만 자기 상태를 직시하고 주변인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으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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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은 시기다. 아니 과거에도 많았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병원을 찾자니 용기가 나지 않고, 주변에 묻기도 애매해 혼자 삭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 이들의 심리적 평온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취재하고 공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