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서울대 이상건 교수 "SK 뇌전증 신약, 발작 소멸 효과 뛰어나"
이주연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9/11/26 13:26
“난치성 뇌전증 환자를 위해 부작용을 개선한 약은 많았지만 이처럼 효과가 뛰어난 약은 없었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상건 교수는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에 대해 열린 26일 SK바이오팜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엑스코프리는 SK바이오팜이 개발한 약물로, 지난 2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성인 뇌전증 환자의 부분 발작 치료제로 신약판매허가(NDA)를 승인 받았다. 이 교수는 엑스코프리의 2상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이 교수는 “약물 임상시험은 난치성 환자를 대상으로 효과를 검증하는데, 발작이 완전히 없어지는 비율이 기존 약들은 1~5%였다면 이번 신약은 20%가 넘어 완전히 차별된다”고 말했다.
이번 FDA 허가를 받기 위해 진행한 엑스코프리 임상시험 중 하나가 ‘1~3개 뇌전증 치료제를 복용 중임에도 부분 발작이 멈추지 않는 환자 대상의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대조’였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의 뇌전증 환자 437명을 대상으로 12주간 한쪽은 위약을 주고, 한쪽은 엑스코프리를 줬다. 그 결과 발작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환자 비율이 엑스코프리 투여군은 4%(100㎎), 11%(200㎎), 21%(400㎎)로 용량을 높일 때마다 늘었다. 위약군에서는 1%에 불과했다.
이 교수는 “이 약은 부분발작 치료를 위한 부가요법과 단독요법에 대한 적응증을 동시에 승인 받아 광범위한 환자들에게, 치료시기를 단축시켜주는 효과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흔히 간질이라 불리던 뇌전증은 전세계적으로 인구 1000명당 5~15명에서 나타나는 흔한 신경계질환이다. 에디슨, 알프레드 노벨, 잔다르크 등이 뇌전증을 앓았다고 알려져있다. 뇌전증은 뇌의 비정상적인 전기적 흥분 현상이 주변으로 퍼져 발작이 일어난다. 엑스코프리는 억제성 신경전달과 흥분성 신경전달의 두 가지 기전에 모두 작용해 증상을 줄인다.
발작에도 종류가 있다. 양쪽 뇌에서 비정상적인 전기 흥분이 나타나는 ‘전반성 뇌전증 발작과 한쪽 뇌의 ‘부분성 뇌전증 발작’이다. 전반성은 아침에 일어나서 몸이 움찔움찔 하거나, 전신 힘이 빠져서 꽈당 쓰러지기도 한다. 부분성은 한쪽 팔만 떨리거나, 기억 필름이 끊기면서 엉뚱한 행동을 하는 등이다.
이 교수는 “유전적 원인이 많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선천적으로 태아의 뇌가 만들어질 때 6개의 줄이 세워지는데, 엉크러져 이상한 전기 신호가 생기는 경우가 많고, 후천적으로 뇌종양∙감염∙뇌혈관질환∙자가면역성 등에 의해 발병한다”고 말했다.
뇌전증 환자는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처럼 약을 평생 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교수는 “뇌전증이 약으로 잘 조절되지 않으면 발작이 나타나고, 뇌가 변화해 인지력이 떨어지며, 사회경제 활동을 못해 삶의 질이 떨어진다”며 “익사 등 사고를 겪거나, 발작이 5분 이상 지속돼 숨을 못 쉬거나, 갑자기 돌연사할 확률은 정상인의 27배로 높아 좋은 약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번 엑스코프리는 지난 21일 허가 승인 후 90일간의 미국 마약단속국(DEA) 심사를 거쳐, 내년 2분기부터 미국 판매를 시작한다. SK바이오팜은 미국 12개 권역에서 의사 1만4000명을 상대할 세일즈 디렉터 12명과 영업사원 110명을 영입한 상태다.
SK바이오팜 조정우 사장은 “기존 라이선스 아웃을 해보니 P사와 코마케팅하면 오버헤드 떼고 남은 이익을 반분해 너무 적더라”며 자체 개발한 신약의 미국 마케팅까지 직접 진행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조 사장은 “내년 2분기부터 판매가 시작되면 완제품이 생산돼 약국 등 채널을 통해 차질없이 공급되도록 준비해뒀다”며 “미국 사보험과의 협의도 마무리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환자들이 언제쯤 이 약을 처방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SK바이오팜 박정신 임상개발실장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별도의 임상시험은 없다”며 “국내 출시 일정은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