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누군가의 생존, '헌혈하듯' 조혈모세포 기증
이주연 헬스조선 기자 | 전혜영 헬스조선 인턴기자
입력 2019/10/28 08:00
조혈모세포 기증을 들어본 사람은 많다. 그러나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흔히 골수 이식으로 알지만, 정확히는 조혈모세포 이식이다. 예전에는 기증자에게 전신마취를 하고 등쪽 골수에 큰 바늘을 꽂아 채취했다. 요즘은 헌혈하듯 팔 혈관에 얇은 바늘만 꽂는다. 혈액 중 조혈모세포만 채취한 뒤 나머지는 다시 넣어준다. 기증자의 조혈모세포는 2~3주 안에 원래대로 회복된다.
이 조혈모세포가 간절한 사람들이 있다. 골수이형성증후군과 같은 혈액암, 재생불량성빈혈과 같은 난치성 혈액질환자들이다. 조혈모세포에 문제가 생겨 정상적인 혈액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우로, 생사가 달렸다. 건강한 사람의 조혈모세포를 이식 받으면 완치될 수 있다. 누군가의 생존율을 높일, 조혈모세포 기증을 고민해보자.
◇혈액세포 만드는 조혈모세포, 백혈병·혈액암 등 치료 수단
조혈모세포는 혈액을 만드는 어머니 세포다.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호산구, T림프구 등 혈액 내 모든 세포를 만들어내는 능력자다. 이를 조혈 기능이라 부르는데,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유지한다. 이렇게 대단한 조혈모세포는 전체 혈액의 1% 정도로 귀한 존재다.
조혈모세포는 자기 복제 능력이 있다. 이식하면 분화와 증식을 거쳐 환자 몸에 생착된다. 조혈모세포 이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백혈병, 악성 림프종, 재생 불량성 빈혈, 선천성 대사 이상, 선천성 면역 결핍, 불응성 자가면역질환, 고형암 등을 앓는 환자다. 항암제나 방사선 등으로 병든 조혈모세포를 모두 없앤 뒤 이식 받으면 조혈 기능이 회복된다.
척추나 골반처럼 뼈 안에 있는 골수에서 만들어진다. 골수에서 성장한 조혈모세포는 말초혈액으로도 흘러간다. 어디에서 꺼냈느냐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탯줄이나 태반에서 채취하면 제대혈, 골반 뼈에서 채취하면 골수, 말초혈관에서 채취하면 말초혈액 조혈모세포라 부른다. 골수에 몰려있어 예전에는 골수 채취가 많았다. 최근엔 조혈모세포가 말초혈액으로 많이 나오도록 촉진제를 쓴다. 기증자 편의를 위해서다. 이식 결과 차이는 크지 않다.
◇사망 위험으로 지체할 수 없어…반만 일치해도 이식
조혈모세포를 이식 받으려면 환자와 기증자의 조직 적합성 항원형이 일치해야 한다. 일치 확률은 형제자매가 25%, 부모가 5%, 타인은 수만분의 1로 낮다. 조혈모세포 이식에서 기증자와 조직적합성항원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으면 이식 후 체내 거부 반응이 생긴다. 피부가 벗겨지고 간 기능이 떨어지는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가족의 조혈모세포 이식이 불가능한 환자가 많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이 기증자의 혈액 샘플로 항원형을 검사해 보관했다가 필요한 환자가 발생하면 제때 이식할 수 있도록 연결하고 있다. 기증자를 찾는데 평균 3개월이 걸린다. 그러나 중증 소아 백혈병 환자 등에게 3개월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그 사이 사망할 위험도 있다. 더 지체할 수 없어, 최근에는 조직적합성항원이 반만 일치해도 이식하는 반일치 조혈모세포를 하기도 한다.
◇기증자의 조혈모세포, 2~3주 안에 원래대로 회복
성별이나 혈액형이 달라도 이식이 가능하다. 간단한 혈액 검사를 한 뒤 맞는 기증자가 나타나면 헌혈하듯 채취에 응하면 된다. 가장 나쁜 사례는 일치자를 찾아 환자가 시술 일정을 잡고, 의료진이 전처치를 다하고 기다렸는데 기증자가 갑자기 기증을 거부하는 안타까운 경우다.
기증자는 하루 전 병원에 입원해 간단한 혈액검사를 시행한다. 다음날 오전 지정한 방법에 따라 조혈모세포를 채취하고, 마치면 휴식을 취하다가 오전에 귀가한다. 체질에 따라 채취 부위의 뻐근함, 피로감 등을 느낄 수 있다. 채취 후 한동안은 샤워할 때 채취 부위에 물이 닿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좋다. 기증자의 조혈모세포는 2~3주 안에 원래대로 회복된다. 조혈모세포 기증을 희망하면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등에 등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