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노벨 의학상, 저산소 세포 변화...암 치료법 제시
이주연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9/10/08 10:08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산소 농도가 변했을 때 세포가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밝혀낸 세포 의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산소가 부족해지면 세포가 살아남기 위해 없던 혈관을 새로 만들어내는 등 변화가 나타난다. 이들의 연구는 특히 암 세포가 자라고 계속 확대되는 기전을 설명한 것이어서, 암 치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7일(현지시간)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미국의 하버드대 윌리엄 케일린 교수와 존스홉킨스대 그래그 세멘자 교수, 영국의 옥스퍼드대 피터 랫클리프 교수 등 3명을 2019년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산소 농도에 따른 세포 반응 연구 공로를 인정 받았다.
평소 지구의 대기 중에는 약 20%의 산소가 있다. 우리가 호흡해 세포로 들어가면 혈중 산소 농도는 대개 1~5% 수준이 된다. 그러나 외부 환경이나 체내 일부 부위에서 산소 농도가 0.1% 등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때 몸에서는 산소를 얻기 위해 없던 혈관이 많이 생겨 뻗어나가고, 대사적으로는 젖산이 쌓이는 등 다양한 변화가 생긴다. 산소 농도 변화에 세포가 어떻게 능동적으로 대처하는지를 밝힌 게 이번 수상자들의 공로다.
먼저 세멘자 교수는 산소 변화에 반응하는 전사인자 단백질을 찾아내는데 1995년 성공했다. HIF-1(히프원)이란 유전자가 저산소 환경에서 발현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암 연구자인 케일린 교수는 암을 일으키는 VHL이란 유전자가 HIF-1을 분해시킨다는 점을 확인하며, HIF-1을 조절해 암을 공격할 수 있음을 밝혔다. 랫클리프 교수는 HIF-1이 어떻게 산소 농도를 감지하는지를 연구했다. 적혈구 생성을 촉진하는 호르몬(EPO)이 HIF-1을 활성화 하는 과정을 2001년 밝혔다.
연세대 생화학과 송기원 교수는 “세포가 산소 농도를 어떻게 인지하고 반응하는지 알게 된 것”이라며 “특히 암 세포가 저산소 상황에서도 산소를 계속 공급 받아 확대되고 전이되는 기전을 알게 됐으니, 이를 타깃하는 항암제를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모든 암 치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기전이 밝혀진 것이다.
서울시립대 생명과학과 박현성 교수는 “산소가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문제인데 우리 몸이 산소를 어떻게 다루면서 진화한 것인가를 밝혔다”면서 “HIF-1이 만들어지고 분해되고, 만들어지고 분해되는 등을 반복하는 게 평상시에는 불필요한 과정 같아 보이지만, 산소 부족시에는 4분 이내로 500개 정도의 유전자가 발현되며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과정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자들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신약이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일린 교수 등은 미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래스커상을 2016년 수상하며 노벨 생리의학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왔다. 케일린 교수는 다음달 7~8일 서울 용산에서 열리는 대한종양내과학회 국제학술대회에 강연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수상자들은 상금 약 10억9000만원을 나눠 받으며,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 추모일인 12월 10일 스톡홀름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