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술 마신 다음 날도 어질… 혹시 '알코올 저혈당'?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9/10/01 09:12
高탄수화물 안주 많이 먹었거나 빈속에 술 마시면 혈당 떨어져
증상 심하면 의식 잃고 실신까지
저혈당은 혈당 수치가 70㎎/㎗ 이하인 상태다. 가벼운 저혈당이면 배고픔, 식은땀, 가슴 두근거림, 어지러움, 기운 없음, 손끝 저림 등이 나타난다. 저혈당이 지속되면 심한 피로감, 시력 이상, 졸음, 업무 집중 어려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심해지면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이 어눌해지며, 의식이 흐려져 실신할 수 있다. 의식을 잃을 정도의 저혈당은 영구적인 뇌손상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우리 몸은 항상 일정한 혈당을 유지하려 애쓴다. 평소 포도당은 간에서 만들어져 혈당을 유지하는데, 알코올이 들어오면 포도당 생성에 필요한 효소가 알코올 분해에 쓰이다보니 간에서 포도당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전자영 교수는 "알코올을 마시는 것 자체로 포도당 생성이 잘 안 돼 혈당이 떨어질 수 있는데, 혈당이 낮은 공복에 술을 마시면 상황이 더 심해져 저혈당이 올 수 있다"며 "가끔 식사는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집에서 술만 마시다가 저혈당으로 응급실에 오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상계백병원 내분비내과 고경수 교수(당뇨센터장)는 "평소 간 기능이 나쁘거나, 마신 술의 양이 많거나, 자주 빈속에 술을 마셨을 때 저혈당 증상이 더 심해진다"며 "술은 절대 빈속에 먹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음주 중 안주로 고(高)탄수화물을 섭취해도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다. 탄수화물(포도당)과 알코올을 같이 섭취하면 우리 몸은 연료원으로 포도당보다 알코올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포도당 사용이 줄어들면서, 갑자기 혈당이 높아진다. 전자영 교수는 "갑작스런 고혈당 상태를 조절하기 위해 몸에선 인슐린 분비가 늘어나는데, 급격한 인슐린 분비에 대한 반동으로 저혈당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안주로 고탄수화물 음식을 먹었을때 생기는 저혈당은 식후 2~3시간째 가장 잘 나타난다.
◇주량 줄어든 상태 아니라 저혈당일 수도
알코올 저혈당 상태임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빈속에 술을 마시거나 안주로 전, 떡, 빵 등을 많이 먹은 뒤 두근거리거나 어지럽다면 취한 게 아니라 저혈당일 수도 있다. 고경수 교수는 "일부 사람들은 저혈당 증상을 '주량이 줄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며 "술을 마실 때는 물론, 술 마신 다음 날 아침까지 졸리거나 심하게 피로하다면 저혈당 상태이거나 수면 중 저혈당이 왔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술을 피할 수 없다면 두부, 과일 같은 가벼운 안주를 곁들여야 알코올 저혈당 위험이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