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몸 동경하는 '프로아나' 유행
성장 저해하고 심하면 사망까지

최근 SNS에서 10대를 대상으로 '프로아나(proanorexia, 거식증 생활방식을 지지함)'가 유행하고 있다.

스스로 프로아나라고 말하는 청소년들은 매우 말라서 보기 좋다는 뜻의 '개말라 인간' '개말라 공주'가 되겠다고 말한다. 30~40㎏의 숫자가 체중계에 찍히기 전까지는 굶다시피 해 감량한다. 정상 식사를 하면 죄책감을 느끼고 변비약을 먹거나, 먹고 토하는 행동을 반복한다.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율리 교수는 "SNS는 공유나 답글 형태의 사회관계망으로 상호 믿음을 쌓는 상태"라며 "10대들이 다이어트 관련 주제어를 검색하다 프로아나를 알게 된 뒤, SNS 특성상 프로아나를 비판적으로 보지 못하고 예뻐짐의 연장선으로 오해해 쉽게 프로아나에 동참하기 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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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하게 마른 몸을 동경의 대상으로 보는 행위는 사회문화적 영향이 심하지만, 개인의 노력으로 좋아질 수 있다. SNS와 체중계는 멀리하고, 가족·친구와 시간을 보내거나 취미로 관심을 돌리는 게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프로아나는 거식증이라, 영양불균형·골다공증·심장판막증·근감소증·탈모·우울증 등을 유발한다. 거식증은 청소년에게 더 위험하다. 뇌나 신체 발달이 이뤄지는 시기에 제대로 영양 섭취가 되지 않으면 생리불순은 물론 성장 저해를 유발한다. 심하면 사망하기도 한다.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윤미 교수는 "거식증 같은 식이장애는 10명 중 1명이 사망할 정도로 치사율이 높다"며 "10~20대 여성에게 가장 많이 발견되는데, 정신·신체건강 모두를 해치므로 빠른 교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로아나를 고치기는 쉽지 않다. 신윤미 교수는 "개인 특성도 있겠지만 사회문화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미디어 등을 통해 날씬한 몸이 동경의 대상으로 조명돼 감량 충동이 생기기 쉬운 사회 구조"라고 말했다. 김율리 교수는 "인터넷 상에서 청소년에게 관련 사진을 노출시키지 않는 알고리즘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은 ▲관련 SNS 차단하기 ▲체중계 치우기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로 자신감 키우기 ▲식사 후 산책하며 가족·친구와 대화하기 ▲전문가 도움 받기 등이다. 프로아나 성향을 고치고 싶다면 관련 태그를 달고 있는 친구는 차단한다. 체중 감량이 떠오르면 그림 그리기, 노래 부르기, 춤추기 등 좋아하는 취미 활동을 하며 자신감을 키운다. 고려제일정신과의원 김진세 원장은 "외모가 바뀌면 행복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6개월 정도만 지속된다"며 "상대적으로 행복감이 오래 지속되는 취미를 찾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식사 후에는 친구나 가족과 산책하며 '오늘 음식은 맛있었다' 등 음식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나누면 좋다. 우울감, 약물남용 등이 있으면 병원을 찾아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