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칼럼

[이해나 기자의 정신건강 테라피] 불안장애의 숨은 원인, 완벽주의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사람이 '불안'을 느끼지 못하면 큰일이다. 불안을 느껴야 질병 예방을 위해 건강을 챙기고, 밤에 도둑이 들지 않게 문을 잠근다. 불안이 생명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감정인 셈이다. 그런데 불안도 과하면 병이 된다. '불안장애'가 그렇다. 불안장애는 국내에 우울증 다음으로 흔한 정신질환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국내 불안장애 환자는 약 38만명, 유병률은 약 8.7%이다. 불안장애인 줄 모르고 방치하는 사람이 많아 실제 환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불안장애가 있으면 크게 불안한 상황이 아닌데 일상에 지장이 생길 정도의 불안을 느낀다. 두통, 식은땀, 소화불량, 흉통 등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에 불안한지 알지 못할 때도 있다.

불안감을 지속적으로 자주 느끼는 건 왜 문제일까? 그냥 두고 살면 안 될까? 불안장애가 지속되면 다른 정신질환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불안은 일종의 스트레스인데, 이로 인해 뇌에서 노르아드레날린, 세로토닌, 글루타메이트 등 뇌 신경전달물질 전달체계에 이상이 생겨 우울증, 공황장애가 생길 수 있다. 심장 건강에도 나쁘다. 기자가 심장내과 의사에게 직접 들은 바에 따르면 불안장애 등으로 심장이 빨리 뛰면 심장이 빨리 늙는다. 이런 과학적인 이유를 차치하고서라도, 일상에서 불안이 지속될 때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불안장애는 어떤 사람에게 잘 생길까? 어릴 때부터 과도한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사람이 고위험군이다. 어릴 때 스트레스에 많이 노출되면 위험한 상황이 왔을 때 경고 신호를 보내는 뇌의 '편도'가 과도하게 활성화돼버린다. 가족력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기자가 흥미롭게 여겼던 것은 '완벽주의' 성향이 불안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신과 서적에 따르면 불안장애에 걸리기 쉬운 사람들은 특정한 성격 특성을 공유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이 '완벽주의'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고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불안을 느낀다. 매번 '반드시 ~해야 한다'라는 강박과 이를 이루지 못했을 때에 대한 걱정으로 자신을 몰아붙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대로 해석하면 완벽주의 성향을 버리면 불안장애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

미국 불안장애 전문가 에드먼드 박사가 소개한 완벽주의 극복법은 다음과 같다. 

·나를 '평가받는 존재'로 여기지 않는다.
존재 자체로 인한 가치는 동물이나 식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 역시 존재 자체만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실제 완벽주의자는 자신의 가치가 외적인 것에 의존한다고 확신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에 의해 나의 가치가 결정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맘통합심리상담센터 장정희 센터장은 "내가 없으면 세상도 없다"며 "다른 사람의 평가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이 주인공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흑백사고를 버린다.
완벽주의자들은 '해야만 한다' '반드시' '항상' '절대' '모두' '전혀' 등의 단어를 쓰면서 A 아니면 B라는 흑백논리를 펴는 경우가 많다. "일을 망치면 나는 끝이야" 대신 "일을 완벽하게 하지 못해도 최선을 다하면 돼"라는 생각을 하는 게 좋다. 흑백사고에 빠질 때마다 이를 기록하고, 그에 대한 반박문을 쓴 뒤 자주 읽는 게 도움이 된다.

·작은 실수에 집착하지 않는다.
완벽주의자는 자신의 사소한 실수에 심하게 몰두하고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린다. 에드먼드 박사는 "실수나 후퇴 없이는 어떤 진정한 배움도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라"고 말한다.

·매일 행복한 일을 1가지씩 한다.
완벽주의자는 모든 일에 경직되고 금욕적이다. 일상 중 즐거움을 찾는 일은 뒷전으로 미룬다. 일상을 심각하게 만들지 말고, 매일 적어도 1가지씩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실천하는 게 좋다. 맛있는 커피나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좋아하는 친구와 통화하는 등 사소한 일도 괜찮다.

문득문득 불안이 찾아올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장정희 센터장은 "자신의 불안한 감정을 먼저 받아들이라"며 "'나 지금 불안하구나' 인식하고 불안함과 맞짱 떠보겠다는 마음을 가지라"고 말했다. 불안한 감정은 늘 심장이 뛰거나, 숨소리가 가빠지거나, 흉통이 생기거나, 손에 땀이 나는 등 신체 증상을 동반된다. 장 센터장은 "감정과 신체 증상은 마음 대로 할 수 없지만, 대신 부정적인 생각은 확실히 멈춰야 한다"며 "'큰 일 났네, 오늘 발표 잘 못하면 어떡하지?' '시험 망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의식적으로 멈추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도 좋다. 단, 달리기·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하고 일주일에 4~5번 해야 한다. 등에 살짝 땀이 날 정도의 강도로 회당 20~30분 지속한다. 운동은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등의 효과를 낸다.

다음 기회에 불안장애 완화를 위한 의학적인 치료법 등에 대해서도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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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은 시기다. 아니 과거에도 많았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병원을 찾자니 용기가 나지 않고, 주변에 묻기도 애매해 혼자 삭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 이들의 심리적 평온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취재하고 공유하고자 한다. ​다뤄줬으면 하는 주제가 있다면 언제든 메일로 요청할 수 있다.
lh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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