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칼럼
[이해나 기자의 정신건강 테라피] 가장 싼 우울증약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9/01/30 14:00
세상에 공짜는 없다지만 우울증약은 공짜가 널렸다.
물론 병원 처방 약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약과 대등한 효과를 내거나 증상을 상당히 개선한다고 알려진 '공짜 실천법'이 많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우울증 같은데 병원은 부담스럽고, 심리센터에 방문할 힘도 안 나고, 해결책을 몰라 어영부영하는 사람들에게 우선 권장할 만한 생활 속 우울증약을 소개한다. 진짜 약(藥)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시도해보자.
햇볕 최대한 많이 쬐기
"햇볕만 쬐면 우울감이 눈 녹듯 사라진다"고 표현하는 환자가 많다. 햇볕을 얼만큼, 얼마나 자주 쬐는 게 좋은지에 대한 기준은 따로 없지만, 전문가들은 하루 최소 1~2시간 쬐고 되는대로 자주 쬐라고 말한다.
햇볕이 우울증을 완화하는 기전에 크게 3가지가 있다. 첫째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 양을 늘리기 때문이다. 앞서 칼럼에도 설명했듯 세로토닌 부족은 우울증의 주요 원인이다. 병원에서 우울증 환자에게 세로토닌양을 늘리기 위한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를 흔히 처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 번째로 햇볕은 멜라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 분비량을 늘린다. 멜라토닌은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졌는데 부족하면 우울감을 유발한다. 낮에 햇볕을 충분히 쫴야 멜라토닌이 잘 분비된다. 셋 째도 멜라토닌과 관련 있다. 낮에 햇볕을 충분히 쫴서 저녁에 멜라토닌이 많이 분비되면 잠이 잘 와 수면주기를 올바로 돌려놓기 때문이다. 수면주기가 불규칙한 우울증 환자는 이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우울감이 완화 된다.
실제 빛을 이용한 광(光)치료는 정신의학계에서 정식 우울증 치료법으로 인정받았다. 보통 2500lx(룩스) 이상의 아주 강한 밝기의 빛을 일정기간 규칙적으로 쏴 멜라토닌 분비량을 늘리는 식으로 진행된다. 일상적인 실내 전구 밝기가 50~500lx인 것에 비하면 매우 강한 빛이다. 햇빛의 밝기는 맑은 날 실외를 기준으로 2만~10만lx이다.
일주일 3회, 45분 운동
운동이 항우울제만큼의 효과를 낸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로 밝혀졌다. 단, 일주일에 3~5회, 한 번에 45분 이상, 중등도 강도로 운동해야 한다.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병수 원장은 "45분 이상 운동을 했냐 안했느냐에 따라 우울감 완화 효과가 극명하게 갈린다"며 "하루 15~20분 설렁설렁 산책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운동 강도를 높이고, 되도록 팔다리를 많이 움직여야 세로토닌 분비량이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 중강도 운동은 등에 땀이 나고 옆 사람과 이야기하기 조금 버거울 정도의 운동이다.
운동은 도파민과 세로토닌 활성도를 높여 우울감을 완화한다. 운동하면 심장이 빨리 뛰면서 뇌로 가는 혈액량이 늘고, 이로 인해 우울증으로 생기는 인지기능저하, 무기력증 완화 효과도 낼 수 있다.
반신욕으로 체온 높이기
고혈압 등의 건강 문제가 없다면 반신욕이나 사우나 등으로 체온을 높이는 것이 좋다. 겨울에도 옷차림에 신경 써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김병수 원장은 "우울증 환자의 심부 체온을 1.5~2도 올렸더니 항우울제를 먹은 것과 동일한 효과가 나타났다는 연구가 세계적인 의학저널인 란셋에 실렸다"고 말했다. 그는 "체온을 올리는 것들이면 다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리 몸의 체온을 조절하는 곳이 시상하부인데 그 주변에 기분, 식욕, 성욕 등 본능을 조절하는 조직들이 모여 있다. 따라서 체온을 높여 시상하부를 자극하면 주변의 감정을 조절하는 조직도 영향을 받으면서 우울감을 완화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김병수 원장은 "저녁에 얼굴에 땀이 살짝 맺힐 정도로 사우나를 하는 일상적인 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울감을 떨치려면 무언가 '노력'해야만 한다.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우울감이 지속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약을 먹듯 위 3가지를 실천했으면 좋겠다. 물론, 소개한 실천법이 병원의 처방 약과 완전히 같지는 않기 때문에 빠르고 확실한 증상 개선을 원하면 병원이나 심리상담센터를 찾아야 한다.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은 시기다. 아니 과거에도 많았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병원을 찾자니 용기가 나지 않고, 주변에 묻기도 애매해 혼자 삭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 이들의 심리적 평온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취재하고 공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