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칼럼

[이해나 기자의 정신건강 테라피] 우울증으로 얻은 건 없습니까?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우울증, 새롭게 바라보다

"우울증으로 얻은 건 없으세요?"

과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와의 인터뷰 중 기자를 번뜩이게 했던 질문이다. 그는 우울증 치료를 끝낼 때 환자에게 꼭 이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그럼 대부분의 환자는 뭐라고 반응할까? 그렇다. 도움이 됐다고 말한단다. '더 성숙해진 것 같다'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우울증 치료를 통해 일상이 재밌고 즐겁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이다. 환자에게 병이 가져온 이득(利得)을 묻는다는 것이 어불성설 같기도 하지만, 가끔은 어불성설도 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이 인터뷰 기사에는 적지 않은 악성 댓글이 달렸다. "우울증으로 얻은 게 있냐고? 잘못 읽은 줄 알았다" "가족이 우울증 걸려서 20년 동안 안 낫고 고생해봐야 안다". 물론 우울증 환자의 고통을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된다. 하지만 우울증으로 얻게 된 점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것에 감사해보는 것이 환자에게 약인 게 분명하다. 백종우 교수는 인터뷰에서 "우울증은 뇌가 환자에게 기존 생활 방식을 바꿔 새로운 인생을 찾아가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좀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는 훌륭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여겨보라"고 말했다.

기자는 최근 우울증에 관한 '번뜩이는' 또 다른 사실 하나를 알게 됐다. 우울증은 인격이 성숙한 사람이 걸리는 병이라는 것이다. 정신과 서적을 살피다 알게 됐는데, 정신치료 쪽에서는 어느 정도 인격이 성숙해야 우울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본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아주 낮은 수준의 방어기제만 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우울을 느낄 수 있는 수준조차 안 되는 것이다. 방어기제란 자신에게 주어진 외적·내적 자극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고자 사용하는 다양한 심리적 수단이다.

우울증은 한 사람의 삶을 사지로 몰아넣을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인생의 진짜 즐거움을 깨닫게 하는 약이 되기도 하며, 자신이 생각보다 '성숙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고마운 반증이 되어준다. 기자가 알게 된 이 두 가지 새로운 시각이 우울증 환자들에게 작게나마 위안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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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은 시기다. 아니 과거에도 많았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병원을 찾자니 용기가 나지 않고, 주변에 묻기도 애매해 혼자 삭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 이들의 심리적 평온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취재하고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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