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경제 스트레스로 생긴 우울증… 한탕주의·자포자기 부른다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9/01/22 09:11
불황 우울증
◇경기 침체되면 잘 생기는 '불황 우울증'
불황 우울증. 정식 질병 명칭은 아니다. 그러나 경제난(經濟難)으로 생기는 스트레스가 우울증에 많은 영향을 주다보니, 불경기 경제난으로 생기는 우울증을 일부 의사들은 불황 우울증이라 부른다. 고려제일정신건강의학과 김진세 원장은 "경제적 스트레스는 뇌·호르몬 문제 같은 생물학적 원인과, 인간 관계에서 생기는 갈등·상실 같은 심리적 원인을 제외하면 가장 큰 정신질환 유발 요인"이라며 "경제적 어려움은 생존을 위협하다 보니, 경기가 어려울 때 정신질환 환자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인생은 한 방' VS. '은둔형 외톨이'
불황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의 행동 패턴을 보인다. 첫 번째는 '한탕주의형', 두 번째는 '의욕상실형'이다.
▷한탕주의형=대박·한 방에 집착한다. 불법 도박·가상화폐·주식·로또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한번에 역전하려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태 교수는 "평소 술·담배·게임을 즐기는 등 중독에 취약한 사람은 우울증이 생기면 한탕주의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이런 사람들은 ▲소소한 목표 만들기 ▲주식 등 '대박' 관련 정보 멀리하기 ▲1시간 이상 고민하기 같은 습관이 도움된다.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대박이나 한 방이 자존감을 세우는 수단이 되면 여기에 집착하게 된다"며 "한 번에 모든 걸 성취하려고 하지 말고, '하루 한 번 산책하기' '하루 1000원 아끼기' 같은 작은 습관부터 성취하는 버릇을 들여야 대박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당 분야 정보를 차단하는 것도 도움된다. 사람의 뇌는 정보를 받아들일수록 해당 분야에 관심이 생기는 경향이 있다. 주식·로또가 사고 싶다면, 적어도 1시간 이상 고민하자. 김의태 교수는 "우울증이 있는 사람의 뇌는 스트레스로 신경전달물질 균형이 깨진 상태라,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운데 한탕주의형은 특히 충동적으로 구매·투자를 결정한다"며 "결정을 할 때 천천히 고민해보는 버릇을 들이면 낫다"고 말했다.
▷의욕상실형=의욕을 잃어버린다. 집 안에 틀어박혀 '은둔형 외톨이'가 되거나, 노숙자가 되기도 한다. 김의태 교수는 "좌절감이 반복되면서 우울증에 빠지면 의욕이 없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람들은 ▲생활 패턴 만들기 ▲'행복 세트 포인트' 기억하기 ▲하루 한번 운동하기 같은 습관이 도움된다. 김의태 교수는 "우울증은 뇌 몸살 같은 상태"라며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고, 식사하는 생활 패턴만 만들어도 우울증에 빠진 뇌가 휴식을 취하게 되면서 서서히 의욕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행복 세트 포인트는 '불행한 경험으로 생기는 우울함은 1년을 넘기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김진세 원장은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듯, 우리 뇌는 1년만 지나면 특정 경험으로 인한 우울함을 극복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책하지 말고, 쉰다고 생각하면서 미래 계획을 차근히 세우길 권한다"고 말했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은 뇌 속 신경전달물질 분비에 긍정적인 자극을 준다.
◇병원 갈 여유 없다면 정신건강증진센터 찾아라
2주일 이상 우울함으로 체중이 계속 줄어들고, 일상생활이 어려우며,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은 충동이 자꾸 든다면 당장 병원을 찾아야 한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일반 병원을 찾기 어렵다면, 지역마다 있는 정신건강증진센터를 가자. 경제적 어려움으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