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항암치료 명의'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태유 교수(대한종양내과학회 이사장)

암 생존율이 70.7%를 넘어섰다. 암환자 3명 중 2명 이상이 5년 이상 생존하고 있는 것. 암 생존율 향상한 데에는 항암 치료제의 발전이 큰 기여를 했다. 화항항암제부터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까지, 항암제의 효과는 극대화하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발전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항암치료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지난해 대한종양내과학회 조사에 따르면 일반인 10명 중 5명은 항암치료의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염려하고, 10명 중 8명은 항암치료 후 사망하거나 상태가 악화될까 두려워한다. 항암치료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학회가 나섰다. 대한종양내과학회 이사장이자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인 김태유 교수를 만나 진화된 항암치료 요법에 대해 들었다.

-암 유병자 150만명 시대, 항암치료의 중요성은?
암 치료는 기본적으로 수술, 방사선, 항암치료가 있다. 암 상태에 따라서 치료법이 다른데, 초기라면 항암치료는 필요하지 않다. 진행된 암에서는 수술 및 방사선 치료와 함께 항암치료를 시행한다. 암이 전이된 경우에도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가 어려울 수 있는데, 이 때도 항암치료가 필요하다. 수술, 방사선, 항암치료 중 어떤 치료가 중심이 되고,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지는 암 진단 시 상태에 따라 다르다. 항암치료가 중심이 되는 경우는 암이 3~4기인 경우, 재발한 경우, 진단 당시 이미 다른 장기에 전이된 경우이다.
-항암치료만으로 암이 완치될 수 있나?
항암치료만으로 완치할 수 있는 암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일부 혈액암의 경우나 젊은 사람들에게 생기는 생식기암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암은 항암치료 하나만으론 완치가 어렵고 수술, 방사선 등을 통합해서 했을 때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암이 전이되거나 재발됐을 때는 수술을 하지 못하고 항암치료만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항암제 신약이 많이 나오면서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데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치료하지 않은 경우보다 몇 배, 심지어는 열 배까지도 생존기간을 연장시킨다. 이런 면에서 항암치료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암을 만성질환처럼 이해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암을 몸에서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지만 암을 가지고 있으면서 암이 악화되지 않고 생활하는데 문제가 없으면 만성질환처럼 이해할 수 있다. 고혈압, 당뇨병처럼 병원에 와서 정기적으로 체크만 하면 되는 것이다. 유방암, 대장암, 폐암 등이 만성질환처럼 관리할 수 있는 암이다. 이런 이야기가 가능하게 된 이유는 항암제의 발전, 암의 조기 진단, 관리(서포티브케어) 기술이 많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항암제는 어떤 식으로 발전하고 있나?
항암제가 진료 현장에서 많이 쓰이게 된 것은 1995년도 정도부터다. 초기 항암제를 1세대 항암제라고 한다. 일반인들이 항암제 하면 흔히 떠올리는 탈모와 구토 부작용은 1세대 항암제에 주로 있었다. 2000년 초반부터 2015년 정도까지 약 10년 간은 표적항암제의 시대였다. 암 세포가 가지는 특정한 변이를 표적해 치료한다고 해서 표적항암제라고 부르는데, 폐암이나 유방암에서 획기적인 효과를 보였다. 2010년 이후 환자의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을 없애는 면역치료제가 나왔고, 임상에서 놀라운 효과를 보였다. 면역 치료제를 3세대 항암제로 구분한다. 요즘은 환자에 따라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운 후 필요에 따라 1세대, 2세대, 3세대 항암제를 혼합해서 병합요법으로 사용한다. 어떤 경우는 면역치료제가 효과 있는 경우도 있지만, 기존 항암제가 면역치료제보다 더 효과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암에 걸리면 전문의와 치료 계획에 대한 상의를 진행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하며, 그것이 종양내과 전문의가 하는 일이다.
- 많은 사람들이 항암치료를 두려워한다. 이런 두려움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인가?
항암치료의 부작용은 1세대 항암제에 비해 많이 적어졌다. 탈모나 구토는 관리가 가능하고 어떤 약들은 치료 받는 동안에만 탈모됐다가 다시 정상화되기 때문에 의료진과, 간호팀과 잘 커뮤니케이션 하면 이런 두려움은 해소할 수 있다. 요즘은 입원을 안하고 외래에서 항암치료 받는 경우도 많다. 길어야 3~4 시간 걸리는 치료니까 단순하고, 쉬워지고, 부작용도 적어지고 있다. 부작용 때문에 두려워하는 환자분들께 가끔 우스갯소리로 하는 얘기가 있다. 가끔 밖에 나가서 식사할 때 모르는 분들이 저에게 인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중에 알고 보면 내 환자다. 이렇게 밖에서 만나면 환자인지 모를 정도로 항암치료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많은 환자가 항암치료를 처음 시작할 때는 두려워하지만, 끝날 때는 ‘생각보다 편했다’, ‘생각보다 받을 만 했다’라는 말을 한다.

-종양내과, 일반인에게는 생소할 수 있다. 어떤 전문성을 갖고 있나?
종양내과 전문의는 항암치료에 특화돼 있다. 환자 상태, 유전자 검사 등을 토대로 어떤 항암제를 쓸 지 판단한다. 항암제는 다른 과 의사도 쓸 수 있지만, 종양내과 의사는 항암제에 있어서는 중점적으로 교육을 받기 때문에 전문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암 환자가 올바른 치료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종양내과가 있는 병원에 가기를 권한다. 현재 대학병원에는 종양내과, 혈액종양내과가 다 있다.
-대한종양내과학회에서 지난 해 ‘항암치료의 날’을 제정했다.
항암치료에 대해 일반인들이 거부감이 많아 항암치료가 정확히 어떤 것이고 어떤 경우에 꼭 필요한지 등 항암치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일반인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항암치료의 날’을 만들었다. 지난해 제 1회 항암치료의 날을 제정하고 행사를 진행했는데, 환자 분들 호응이 좋아서 올해는 더 좋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암 경험자 합창단의 축하공연으로 시작하여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내용의 샌드아트 공연, 항암치료의 날 구호 제창, 환자들을 위한 건강강좌와 질의응답 시간 등을 마련했다. 또한 행사에 앞서 학회가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항암치료 암 극복 수기 공모전 당선자에 대한 시상이 이날 있을 예정이다.
-앞으로 학회에서 계획하고 있는 사업은?
최근 의료는 정밀의료 체계로 가고 있다. 정밀의료란 환자의 유전자, 면역 시스템 등을 분석해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정밀의료를 제대로 하려면 고도의 유전자 분석을 할 수 있는 능력, 빅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것은 어떤 과 의사도 현 트레이닝 시스템에서 배우지 않지만, 종양내과 의사가 앞장서려고 한다. 종양내과는 암 치료에 있어서 유전자 분석과 진단을 하는 과이다. 여기에 정밀의료 관련 최첨단의 기술과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 등을 교육하기 위해서 정밀의료 워킹 그룹을 학회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서울, 강원, 충청, 경상, 전라, 제주 등 6개 지역허브를 중심으로 종양내과, 유전자 분석, 빅데이터 전문가들의 정밀의료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정밀의료에 대한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서로 공유하고 최신지식 등도 교육하고자 한다.
김태유 교수
서울대의대 혈액종양내과 교수. 2015~2017년까지 서울대암병원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정밀의료센터장으로서 환자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환자 개인에게 맞는 올바른 항암제를 효율적으로 선택하는 유전체 기반 맞춤치료를 임상 현장에 도입하고 있다. 김 교수는 2000년대 초부터 맞춤치료와 표적치료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폐암 표적치료제 ‘이레사’ 개발에 큰 업적을 세웠다. 폐암에서 EGFR 유전자는 암세포에 성장신호를 전달하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유전자로, 이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항암제에 대한 반응을 결정하는 중요한 인자임을 밝혀내어 새로운 폐암 표적치료제 개발에 기여하였으며, 현재는 대장암, 간암, 유방암 등에 대한 맞춤치료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연구분야로는 암 후성유전체, 액체생검,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Organoid) 구축 등 최첨단의 정밀의료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유전체학회회장, 대한종양내과학회이사장, 대한암학회학술위윈장으로서 활발한 학회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