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다이어트 주사제 ‘삭센다’ 열풍… “효과 과장, BMI 27 이상 비만인 사람이 써야”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8/09/13 11:31
배에 주사를 놓으면 살이 빠지는 신개념 다이어트 주사제 ‘삭센다(노보노디스크제약)’가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기존 먹는 약과 달리 주사 형태이며, 체중 감량 효과가 높다고 알려지면서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강남역 인근의 비만클리닉인 미다의원 김시완 원장은 “삭센다 주사제를 찾는 사람이 많아서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샘플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삭센다가 체중 감량에 효과가 높은 만병통치약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체질량지수(BMI)와 상관없이 미용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
삭센다는 GLP-1 유사체로, 원래 GLP-1은 음식을 먹으면 장에서 나오는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이 나오면 뇌에서는 배가 부르다고 느낀다. 포만감을 증가시키면서 식욕이 억제되도록 해 다이어트 효과를 내는 원리이다. 삭센다의 GLP-1 유사체는 GLP-1을 변형시켜서 우리 몸에 오래 머물수 있도록 만든 약이다. 김시완 원장이 “기존 다이어트 약은 향정신성 약물이 많아 불면증 등의 부작용 위험이 있었는데, 삭센다는 이런 위험이 없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자가 매일 주사를 자신의 배에 찔러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소독, 약물 주입 등 환자가 위생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것이 많다. 가격도 비싸다. 주사기 형태의 펜 하나가 13~15만원 정도인데, 일주일 간 사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효과가 과대 포장됐다고 지적한다. 김시완 원장은 “지금까지 먹는 약인 큐시미아가 체중 감량 효과가 제일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연구에 따르면 삭센다는 큐시미아 효과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한 비만 환자에게서만 효과가 검증이 됐다. 임상연구를 보면 삭센다는 체질량지수(BMI) 30kg/㎢ 이상인 그룹에서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났다. 대한비만학회 유순집 이사장(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등의 질환이 있는 사람은 체질량지수 27kg/㎢ 이상부터 써볼 수 있는 약”이라고 말했다.
삭센다는 주사 형태라 마치 뱃살, 팔뚝, 허벅지 등 부위별로 살을 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유순집 이사장은 “약의 기전 자체가 포만감에 따른 식욕억제의 효과이기 때문에 부위 별로 살이 빠지는 효과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삭센다는 구역·구토의 부작용이 흔해 초기에 단계적 증량으로 해야 하며, 한 달 정도는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또한 3달 투여 후 5% 이상의 감량이 없으면 효과가 없는 것으로 투여를 중단해야 한다.
김시완 원장은 “우리 병원에서는 환자가 직접 주사를 놔야 하는 불편함과 위험성, 비싼 가격 대비 기대에 못미치는 효과 등의 이유로 처방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순집 이사장은 “삭센다가 미용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처방이 되고 있는데, 자정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비만 환자에 한 해 허가된 적응증 범위 내에서 신중하게 처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삭센다는 혈당강하제를 복용하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사용 시 저혈당 위험이 있으며, 18세 미만 청소년, 임산부·수유부는 사용을 하면 안 된다. 갑상선 수질암 환자도 사용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