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삶의 속도 늦추는 걷기 여행… 위로와 힐링, 길 위에서 만나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8/08/06 08:54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걷기 여행지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과 제주 올레, 제주 올레를 그대로 옮겨 만든 일본 올레 등이 있다. 방해 받지 않고 한참 뒤처져 있는 마음을 기다려주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길들이다. 이 세 길은 묘하게 연결돼 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자극을 받아 20년 기자 생활을 접고 제주 올레를 만들었다. 제주 올레에 마음을 뺏긴 일본 규슈관광추진기구 계약직 사원 이유미씨는 규슈 올레 만들기에 뛰어들었고, 여세를 몰아 지금은 미야기 올레라는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다. 스페인 순례자의 길이 제주 올레를 거쳐, 규슈와 미야기 올레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이제 영적 구원을 갈망하는 순례길 본연의 의미에서 많이 멀어져 있다. 이제 더 이상 비에 젖은 빵으로 배를 채우고, 노숙하며 길을 걸을 필요가 없다. 수많은 까페와 레스토랑이 목마르고 배고픈 걷기 여행자에게 시원한 맥주와 커피와 스페인 별미를 선사한다. 빈대와 벼룩, 악취로 뒤범벅된 공용 알베르게(순례자 숙소)를 대신할 깨끗한 사설 알베르게도 많아졌고, 그 보다 더 호사스런 호텔에 묵을 수도 있다. '순례'에 집착하면 의미가 퇴색한 셈이지만 자기 마음을 만나는 길이 꼭 춥고 배고프고 고독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뿐만 아니다. 그 길에서 만나는 사람은 누구나 서로에게 "부엔 까미노" 인사하며 함께 걷고 이야기한다. 고독한 순례자의 길이 화해와 위로와 공감과 '생명의 길'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걷기가 주는 치유와 생명의 에너지를 얻기에는 제주 올레와 일본 올레도 손색이 없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끊어졌던 길을 잇고, 잊혀진 길을 되살려 길을 내었다. 제주 올레는 한 방향으로 끊어짐이 없이 425㎞를 직진할 수 있는, 산티아고 순례길 못지 않은 명품 길이다. 결정적 단점은 불쑥 불쑥 걸려오는 휴대폰과 모바일 정보들이 마음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 이 길에서 휴대폰은 꺼두는 게 좋다. 일본 올레는 스페인과 제주에 없는 따끈한 온천과 정갈한 음식이 걷고 난 후의 보상이다. 비슷한 듯 다른 일본의 산과 바다와 들판은 또 다른 걷기의 매력을 선사한다.
(200㎞, 10월 4~19일, 14박 16일)
순례길이 시작되는 프랑스 '생 장 피에 드 포르'에서 출발해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인 피레네산맥을 넘는다. 하루 평균 20㎞씩 10일간 걷는다. 순례자들이 꼭 한 번 방문하고 싶어 하는 '치유의 샘' 루르드를 방문한다.
②제주 스페셜 올레 걷기
(9월 9~13일, 4박 5일)
추자도, 가파도, 우도 등 제주 이웃 섬 올레와 7-1, 14-1 코스 등 비정규 코스를 모두 걷는다. 올 봄 진행된 비타투어 제주 올레 완주 걷기에 이은 진정한 '제주 한 바퀴'의 완성.
③일본 규슈 올레 가을길 걷기
(11월 12~15일, 3박 4일)
21개에 달하는 일본 규슈 올레 코스 중 가을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길을 걷는다. 협곡과 폭포를 수놓은 단풍이 예쁜 다카치호 코스, 온천 휴양지로 유명한 벳푸 코스, 올해 새롭게 개장한 지쿠호·가와라 코스와 사이키·오뉴지마 코스를 걷는다.
④일본 미야기 올레 걷기
(개장행사 참가, 10월 6~9일, 3박 4일)
미야기 올레 개장을 축하하는 떠들썩한 축제판이 벌어진다. 10월 7일 개장하는 게센누마 가라쿠와 코스, 8일 개장하는 오쿠마츠시마 코스 개장식에 참여해 흥겨운 축제를 즐기고 현지인과 함께 걷는다. 일본 3대 절경 마츠시마와 산정호수 오카마다 등 미야기 자연명소 관광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