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암 치료 분야에서 환자의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질환을 진단하고, 환자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하는 ‘정밀의학’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밀의학이란 환자의 암 조직 유전 정보를 분석해, 환자의 유전적 특성에 적합한 맞춤형 치료를 제시하는 미래형 의료 패러다임이다. 기존의 치료법은 환자의 유전적 특성과 관계없이 환자들에게 획일화된 치료제를 사용했다. 이 때문에 일부 환자들은 약물 치료를 받았음에도 약효가 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정밀의학은 유전체 분석으로 환자의 유전적 특성이나 환경 등을 고려한 뒤 암 조직을 정확한 표적으로 해 치료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기술의 발달로 암 치료가 ‘질병’의 치료에서 ‘환자 개인’을 치료하는 형태로 변화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6월 2일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는 정밀의학의 실질적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텍사스의대 및 MD 앤더슨 암센터 마리아 침베리도 박사는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치료가 어려운 암 환자를 대상으로 분자 진단 테스트 결과에 따른 개별 맞춤형 치료의 효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 대부분은 소화기암·부인과암·폐암·유방암·갑상선암·흑색종 환자였으며, 일부는 치료가 불가능한 희귀 암 환자였다. 마리아 침베리도 박사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분자 검사를 받은 3743명의 환자 중 1307개의 종양에서 최소 하나의 유전자 특성이 발견됐다. 최종 선별된 711명의 환자가 유전자 맞춤형 치료를 받았으며, 나머지 596명은 화학요법 등 비맞춤형 치료를 받았다. 연구진이 두 그룹의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맞춤형 치료군의 3년 전체 생존율은 15%로 비맞춤형 치료군 생존율(7%)보다 높았다. 또한 10년 전체 생존율도 맞춤형 치료군이 6%, 비맞춤형 치료군이 1%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위험비 통계 분석에서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각각 33%, 28% 낮춘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는 2007년 처음 시작된 것으로, 정밀의학을 통한 환자의 생존율 개선이 처음 입증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강진형 교수는 “다른 암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폐암의 경우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 변이 등 폐암을 유발하는 중요한 유전적 요인이 밝혀지고, 그 원인 유전자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표적치료제 등이 개발됨에 따라 정밀의학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유전체 분석 기술이 더욱 세밀하게 발전하고, 또 그에 맞는 치료제가 속속 개발된다면 정밀의학을 통해 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해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