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관절질환
식탁 두고 소반에서 밥 먹는 한국인, 관절 건강은?
김진구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8/06/01 10:01
직장인 안모씨(여·32세)의 집은 부엌에는 식탁이, 침실에는 침대가, 거실에는 쇼파까지 입식형태의 생활환경이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식사를 할 때면 거실에 소반을 펴고 양반다리로 앉아 쇼파를 등받이처럼 쓰곤 한다. TV를 볼 때도 마찬가지. 여름이면 대나무자리, 겨울엔 전기장판을 깔고 바닥에 앉아 볼 때가 많다. 쇼파는 퇴근 후 잠시 누워있는 정도로만 쓴다.
좌식 생활 습관이 불편하고 무릎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생활환경이 점차 입식으로 바뀌고 있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정착된 좌식 문화에서 완벽한 입식 생활을 하기란 쉽지 않다.
그 중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취하는 자세인 양반다리. 심지어 쇼파에 앉은 채로 두 다리를 올려 양반다리를 할 만큼 우리에게는 익숙한 자세다. 하지만 양반다리는 관절 건강에 좋지 않은 대표적인 좌식 생활 자세다. 무릎뿐 아니라 골반·척추까지 상상 이상으로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두 번 꺾이는 무릎에 높아지는 압력
무릎 위 뼈와 아래뼈 사이에는 충격을 완화해주는 연골판이 있다. 무릎을 일자로 쭉 편 상태부터 의자에 앉는 자세(90도)까지는 이 연골판이 무리한 압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상의 각도로 무릎을 꺾으면 무릎 위 뼈가 밀리며 회전축이 바뀌고 연골판이 받는 압력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주안나누리병원 관절센터 김남기 과장은 “양반다리는 무릎을 90도 이상 과하게 꺾은 상태에서 옆으로 방향을 틀어 눕히기 때문에 한 번 더 무릎 안쪽에 큰 압력이 가해진다”며 “양반다리를 오래하면 과한 압력을 받은 연골판이 손상을 입고 심하면 퇴행성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균형을 잃고 틀어지는 골반과 척추
양반다리는 골반 틀어짐의 원인 중 하나로도 꼽힌다. 두 다리를 교차해 자세를 취하기 때문인데 한 쪽 다리가 다른 쪽 다리 위로 올라가며 골반이 균형을 잃게 된다. 또 골반이 틀어지며 척추에도 영향을 미친다. 양반다리를 한 자세에서는 골반이 뒤로 빠지며 허리를 반듯하게 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압력이 한쪽으로 치우쳐 일자허리로의 변형 및 디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허벅지 근육의 불균형이 O자 다리 유발
양반다리 자세를 취하기 위해 무릎을 구부리면 허벅지 안쪽 근육이 늘어난다. 상대적으로 허벅지 바깥쪽 근육과 무리하게 바깥으로 벌어진 골반 근육은 긴장하게 된다. 허벅지 안쪽과 바깥쪽 근육의 불균형과 골반의 비정상적인 벌어짐은 무릎이 바깥으로 향하는 O자 다리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O자 다리는 오랜 기간 가사노동 및 좌식생활을 한 중년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나는데, 방치 시에는 퇴행성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를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으로 치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주안나누리병원 관절센터 김남기 과장은 “바닥에 앉을 때 방석을 반으로 접어 엉덩이 아래 위치시키면 양반다리로 앉을 때 무릎과 허리가 받는 부담을 조금 줄일 수 있다”며 “또 벽이나 등받이가 있는 좌식 의자에 등을 기대고 복부에 힘을 주어 최대한 허리를 반듯하게 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