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글로벌 톱 클리닉] "귀 없는 아이 年 170명에 새 귀 선물… 절반은 외국인 환자"

김진구 헬스조선 기자

'외이도 개방술' 세계 최다, 소리귀클리닉

한국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소리귀클리닉 전영명 원장이 하는 '외이도 개방술'이 그 중 하나다.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수술의 성공률을 끌어올린 것은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술을 하고 있다. 최근 7년간 그에게 새 귀를 선물받은 아이만 800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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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귀클리닉 전영명 원장이 '외이도 개방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 수술을 받기 위해 환자들이 미국을 찾아야 했지만, 이제는 한국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귀가 막힌 채로 태어나는 '외이도 폐쇄증' 환자는 한 해 100명 내외이다. 대다수는 귓바퀴도 없는 '소이증'을 동반한다. 그래서 수술도 귀에 통로를 내는 '외이도 개방술'과 귀 모양을 만드는 '귀 성형술'을 차례로 받아야 한다. 워낙 드문 질환이다 보니 수술을 하는 의사가 국내에서 손꼽혔다. 또한 초등학교 입학 전엔 수술을 받기도 어려웠다. 어린 나이에 수술을 할 경우 10명 중 7~8명은 귀가 다시 막혔기 때문이다. 의학교과서에서도 한쪽 귀만 막혔을 땐 수술을 하지 않고 지내도록, 불가피하게 수술을 해야 한다면 되도록 늦게 받는 것이 좋다고 나와 있다.

많은 부모들이 하루라도 빨리, 적어도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수술을 받고 싶어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많은 환자와 부모가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당시 미국에선 '한쪽 귀만 막혔을 땐 외이도 개방술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통념이 서서히 깨지고 있었다. 3~4세에 구멍을 만들고, 6~7세에 귀 모양을 만들어서 초등학교 입학 전 기능적으로나 미용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했다.

전영명 원장이 미국에서 이 수술을 받은 환자를 처음 만난 것은 2002년이다. 일부 환자가 수술 후 관리 차원에서 그의 병원을 찾았다. 한국에선 왜 수술을 못 받느냐는 하소연을 들었다. 그는 "외이도 개방술은 성적이 안 좋다고만 배워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며 "미국에서 수술받은 환자를 꾸준히 살펴보니, 수술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 원장은 3년간 수술법을 익히고 2005년 첫 수술을 했다. 외이도 폐쇄증은 한국·일본·중국 등 동양인에게 훨씬 많이 발생해 수술 경험이 빠르게 쌓였다. 미국에선 이 수술을 가장 많이 한다는 의사가 한 해 10여 명을 수술했지만, 한국에선 매년 30~50명이 전 원장의 손을 거쳤다. 수술을 많이 하면서 수술법도 진화했다. 당시 미국에선 귀 주위 여러 군데를 절개하는 방법으로 수술했다. 그러나 흉터가 많이 남고, 귀 성형술을 하기도 쉽지 않았다. 흉터를 최대한 남기지 않는 것이 관건이었다. 전 원장은 귀 주위가 아닌 귓구멍의 위치에 X자로 절개해 구멍을 뚫는 방식의 수술법을 사용했다. 흉터가 거의 남지 않아 귀 성형술을 받는 데 무리가 없었다. 가장 큰 문제였던 재수술률도 크게 줄었다. 기존에는 환자의 70~80%가 재수술을 받았지만, 현재는 10% 미만이다.


이렇게 그에게 수술받은 환자가 800명이 넘는다. 전 세계 최다 수준이다. 지난해만 170명이 수술을 받았으며, 절반 이상은 외국인이었다. 전 원장은 "곧 1000례를 달성한다"며 "어린 나이에 외이도 개방술을 받아도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더욱 탄탄해져 의학 교과서가 바뀌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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