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법 판단은 의사에 맡겨야
수술 피하려다 시기 놓칠수도
가장 흔한 비수술 요법은 염증이 생긴 신경근에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제를 함께 주사해 염증과 부기를 가라앉히는 것으로 흔히 '신경차단술'이라 한다. 특수 바늘이나 풍선 등을 이용해 눌려 있거나 들어붙어 있는 신경을 정상적으로 회복시켜주거나, 척추 주변 인대와 근육을 자극 또는 강화시켜주거나, 디스크 수핵을 응고시키는 등의 비수술 요법들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런 비수술 요법들은 대부분 국소 마취를 하므로 전신 마취로 인한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적으며, 당뇨병, 심장질환, 골다공증 등 만성질환이 있거나 고령인 경우에도 안전하게 시술이 가능하다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이미 만성기에 접어든 환자에게는 효과가 별로 없기 때문에 아주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허리가 아프면 환자들은 일단 약물이나 물리치료, 운동요법 등 보존적 요법을 시도하게 된다. 대부분의 환자가 보존적 요법으로 정상을 회복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의사를 찾아가 비수술 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한지, 수술이 필요한 상황인지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구하지 않고 많은 환자가 비수술 전문 병원을 찾는다. 비수술치료를 받고 정상으로 회복되는 환자도 물론 많다. 그러나 시술 직후 좋아지는 것 같다가 다시 증상이 재발하는 환자도 수 없이 많다. 비수술 요법이 효과가 없으면, 이때라도 수술을 고려해야 하지만 상당수 환자는 다시 비수술 요법에 집착한다. 어떻게 해서든 수술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 앞서기 때문이다.
최근 전신마취 척추수술을 받은 환자 김모(58)씨가 그런 경우다. 그는 2003년 산행 중 요통이 시작됐으나 오랜 기간 참고 살았고, 통증이 심해진 최근 2년간은 반복적으로 스테로이드 주사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일시적인 통증 개선 효과만 보았을 뿐 주사 부작용으로 척추 신경이 지나는 구멍에 지방층이 두터워져 심한 척추관 협착증으로 발전했다. 조금 더 일찍 왔더라면 간단한 국소마취 수술로 해결됐을텐데 십여 년간 고생하다 결국 꺼리던 전신마취 수술을 받아야 했다.
척추질환도 조기에 치료할 수록 효과가 좋다. 2~6주의 보존요법으로도 좋아지지 않고, 영구적인 후유증이 남을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엔 서둘러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수술이나 시술을 해야 한다. 전체 척추 환자의 약 10%가 여기에 해당한다. 수술을 피하려 오랫동안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면서 돈은 돈대로 쓰고, 고통은 고통대로 당한 뒤 결국 꺼리던 수술을 받는 환자를 지금껏 너무 많이 봐왔다. 중증 척추관협착증, 뼈가 어긋나 있는 척추불안정증, 심한 요추간판탈출증, 걷다보면 허리가 꼬부라지는 척추변형증 같이 척추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비수술 요법에만 집착할 경우 신경 자체가 주변 조직과 엉겨 붙어 나중에 수술을 받더라도 저리고 시린 신경병증이 영구적으로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