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스 사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 등 대형 의료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매번 대책을 마련한다고 분주하지만, 결과는 늘 같다. 전문가들은 한국 특유의 의료시스템에서 원인을 찾는다.
신간 ‘코드블루인데 아무도 달려오질 않는다’는 한국 의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들춰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업력 20년의 의료전문기자가 한국 의료시스템의 문제를 현장에서 짚었다.
저자는 한국의료가 처한 상황을 ‘코드 블루(Code Bue)’의 응급상황으로 진단한다. 한국 의료시스템의 근간인 의료보장제도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지적이다. 전 국민 의료보장제도를 자랑스러워하지만, 조금만 굽어보면 의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이 적지 않다. 건강보험재정은 지난 수년간 지속적인 당기 흑자를 기록함에도 보장성은 60%대를 계속 맴도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의 연속이다.
공급자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조악하고 기형적인 의료보장제도로 인해 초래된 무수히 많은 문제가 국민은 물론 의료서비스 공급자인 의사들을 두고두고 괴롭힌다. 의료기관은 환자 유치 경쟁으로 정글과 다를 바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 동네의원과 대학병원이 경증 질환자를 모시기 위해 불필요한 경쟁을 하고, 과잉 중복투자와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유도해 환자 부담을 높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꼭 의료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한국 의료시스템에 한 번이라도 의문을 가져봤을 사람이라면 저자의 문제 제기에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한국 보건의료체계는 ‘새 판 짜기’가 필수인 시점이다. 저자는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논의에 사회적 관심을 촉진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자 김상기 기자는 올해로 기자 생활 20년차를 맞았다. 2000년부터 의료전문 매체에서 기자로 근무했고, 보건의료정책과 의료보장제도, 건강형평성, 병원 노동자의 노동환경 등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취재와 보도를 해왔다. 2011년 보건의료 대안매체 라포르시안 창간에 참여한 이래 7년째 편집국을 지키고 있다. 김상기 著/올댓닥터스 刊 / 233쪽 /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