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크론병으로 치료를 받던 한 환자가 얼마 전 항문 주변이 부풀어오르고 누르면 진물이 묻어난다며 진료실을 찾았다. 이 환자는 크론병의 합병증으로 인해 항문 주변에 누공(漏空·관 모양의 통로)이 발생한 '누공성 크론병'으로 진단을 받았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걸쳐 어느 부위에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유전적, 환경적 인자와 더불어 체내의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이 장에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환자 중 절반가량이 10대 후반~20대로 젊다.
대표적인 증상은 설사, 심한 복통, 메스꺼움, 발열, 식욕 부진, 체중 감소, 피로감 등이다. 대부분 환자들이 쥐어짜는 듯한 복통과 함께 급하게 변의를 느끼게 되고, 이런 이유로 식욕이 줄어들고 체중이 감소한다. 이러한 증상은 급성 장염과 비슷해 간과할 수 있는데, 뚜렷한 원인이 없이 지속적으로 체중이 빠지고 복통과 설사가 반복된다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보기를 권한다.
크론병은 평생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며, 장의 염증뿐만 아니라 누공·농양·장폐쇄·협착·천공 등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염증으로 인해 항문 주위에 관 모양의 통로가 생기는 것을 항문 누공성 크론병이라고 하는데, 전체 크론병 환자의 30~50%에서 나타나는 흔한 합병증이지만 치료하기가 어렵다. 항문 주변에 누공이 발생하면 항문 주위 출혈이나 농양으로 인한 통증과 불편감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분비물에 의한 오염과 냄새 발생, 배변 조절 장애 등으로 인해 고통을 겪을 수 있다. 심한 경우 항문 기능 및 성기능이 소실되거나, 감염증·패혈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적절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항문 누공성 크론병은 약물 치료와 함께 고름을 빼는 등 별도의 수술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수술 이후에도 누공을 완전히 닫기 위한 약물 치료가 병행돼야 하는데, 최근에는 염증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종양괴사인자(TNF)에 특이적으로 결합,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 경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생물학적제제(항TNF제제)를 사용해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항문 누공성 크론병 치료제는 보험급여 기준에 제약이 있어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누공성 크론병은 수술을 해도 재발이 잦고, 누공이 잘 닫히지 않는 등 치료 경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은 통증, 냄새와 불편감, 배변 장애 등으로 고통을 겪고, 학업이나 직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보험급여를 받으려면 '지금보다 더 아파야 하느냐'며 호소하는 환자들이 필요한 때에 적절한 치료제를 사용해 일상생활에 무리 없이 복귀할 수 있도록 보험급여 기준이 개선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