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가 한평생 작게 째서 신속·간편하게 수술하는 '최소침습수술'의 연구와 확산에 몰두한 이유는 척추병을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서다. 의사 생활을 시작한 80년대에만 해도 척추 의사에 대한 환자의 불만과 불신은 매우 컸다. 예를 들어 디스크 환자는 수술을 받으면 '당연히' 정상인처럼 완벽하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데도 여전히 힘을 못 쓰거나, 통증을 달고 사는 경우가 많았다. 의사는 수술 전 마비와 통증이 해소된 것을 토대로 수술 성공을 말하지만 환자가 생각하기에 그것은 '성공적 수술'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환자를 만족시키는'제대로 된 척추수술'을 할 수 있을까? 파리 유학길에 오르며 현재 수술법의 문제점과 합병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수술법을 연구하고 돌아오겠다고 결심하던 모습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잠깐 척추수술의 과정을 살펴보자. 척추간판탈출증(디스크)의 표준수술법인'개방형 추궁절제 디스크 수술'의 경우, 문제가 된 디스크에 접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피부와 허리 근육을 절개하고,추궁(척추관절과 얇은 판 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잘라내고, 인대를 뜯어내고, 그 밑에 있는 신경을 당겨 벌여 놓은 상태에서, 디스크에 구멍을 뚫어 수핵과 디스크 파편을 제거한다. 수술 즉시 마비 등의 증상은 사라지지만 수술이 크고 복잡해서 각종 합병증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척추 뼈와 뼈 사이의 쿠션이 사라져 만성요통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척추관협착증의 경우도 디스크 수술과 같은 방법으로 척추뼈에 접근해서 신경을 누르고 있는 뼈, 인대, 척추 관절 등을 갈아내거나 잘라낸 뒤 '척추불안정증'이 있는 경우 인공 디스크를 삽입하고 척추와 척추를 나사못으로 고정하는 '골융합술'을 한다. 신경 경막상 혈종, 신경 손상, 척추 극돌기 뼈 골절 등의 합병증 가능성이 크고, 만성요통의 재발 확률은 약 25%다.특히 이 수술은 척추의 정상적 구조를 손상시키기 때문에 뼈의 밀도가 낮은 노인의 경우 일상생활로 복귀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로 인해 75세 이상 수술 환자의 약 10%에게 심각한 합병증이 생긴다는 미국의 조사 결과도 있다.
간접 경험을 통해 이런 사정을 너무나 잘 아는 환자들은 꼭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완강하게' 수술을 거부하곤 했다. "허리에 칼 대면 '반 병신' 된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으며 '수술 없이 낫는다'는 비수술요법 전문 의사나 한의원을 찾아 전전했다. 물론 병이 가벼운 경우 비수술요법 만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비수술요법 자체가 병을 완벽하게 해결하지는 못 한다. 척추의 구조적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인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수술뿐이다. 결국 현재 수술법의 합병증이나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혁신적 수술법이 등장해야만 했었는데 그것이 바로 최소침습수술이다.
최소침습수술법으로 디스크를 수술하면 피부나 근육을 크게 절개하지 않고 인대나 뼈도 건드리지 않고 터져나온 디스크 수핵만 제거할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의 경우도 조직 손상 없이 인대를 재건시켜 정상을 회복할 수 있다. 처음엔 이 수술법이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지금은 어느 병원이나 '최소침습'을 선전하고 있다. 최소침습수술을 도입한 1세대 의사로서 자부심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