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먼지와 피부 건강]
피부 유분에 미세 먼지 잘 붙어
독성물질, 기름에 녹아 인체 침투… 세안할 때 물 많이 끼얹어 헹궈야

미세 먼지에는 공장 매연이나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황산염·질산염, 단백질 식품이 탈 때 나오는 발암물질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내분비계 교란 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 중금속 등이 붙어있다. 이런 독성물질이 피부에 접촉하면서 문제를 일으킨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김혜원 교수는 "특히 휘발성유기화합물은 지용성이라 피부의 피지 성분이나 유분기가 있는 화장품에 잘 녹는다"며 "녹은 휘발성유기화합물이 모공 속에 들어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독성물질이 피부에 닿으면 벽돌처럼 촘촘히 쌓인 피부 장벽을 깨뜨리고 인체로 침투한다. 미세 먼지가 피부의 표피층을 뚫고 진피층까지 들어가면 독성물질이 혈관이나 림프액을 타고 생식기·척수신경 등 인체 곳곳으로 퍼져 인지기능 저하, 생식기계 이상, 신경계 이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세포의 염증성사이토카인 분비를 촉진해 피부 염증을 일으키고, 여드름·아토피피부염 등을 악화시킨다. 미세 먼지가 피부의 신진대사를 약화시키고 피지 조절 기능을 떨어뜨려 피부 트러블이나 건조증·가려움증도 생길 수 있다. 김혜원 교수팀이 지난 10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해 피부과 외래 환자를 분석한 결과, 미세 먼지가 많은 날로부터 1주일 이내에 각종 피부염 환자의 내원률이 높았다.
◇끈적한 제형의 화장품 사용 말아야
미세 먼지가 많은 날에는 마스크를 쓰거나 긴팔·긴바지를 입는 등 가급적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곧바로 손·얼굴·귀 등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화장품 선택도 신경써야 한다. 미세 먼지가 잘 안 달라붙는 제형을 써야 한다. 오일이나 유분기 많은 크림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 색조 화장을 할 때에도 끈적한 제형의 제품은 안 쓰는 게 좋다. 을지대 미용화장품과학과 신규옥 교수는 "쿠션 파운데이션 등 보다는 파우더 팩트를 이용해 피부 화장을 하라"고 말했다. 파우더 팩트도 미세 먼지처럼 가루이지만, 클렌저로 잘 지워진다는 게 미세 먼지와는 다르다. 미세 먼지가 많은 날 외출하고 돌아온 후에는 클렌징 오일, 폼클렌저 등을 이용해 턱, 목, 귀 뒤까지 꼼꼼히 세안하는 게 좋다. 세안할 때에는 모공 속에 있는 미세 먼지까지 빼낸다는 느낌으로 물을 많이 끼얹어서 헹궈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