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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부 전문의'만 4명… 대학병원보다 족부 환자 많이 본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베스트클리닉_ 연세건우병원

무지외반증, 발목인대 파열, 족저근막염 같은 족부 질환이 늘고 있다. 걷기 인구가 늘고, 하이힐을 신는 여성도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발 건강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무지외반증(엄지발가락이 휘는 질환)은 2010년 4만6589명에서 2016년 5만8970명으로 27% 늘었다. 같은 기간 발목 염좌(발목 인대 손상)는 24% 늘었고, 족저근막염(발바닥 근막에 염증)은 2.52배 늘었다. 족부 질환이 늘었지만, 이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사는 많지 않다. 연세건우병원 박의현 병원장은 "발은 신체에서 2% 남짓한 면적을 차지할 정도로 작은 조직이지만, 수십개 인대와 신경·혈관이 서로 얽혀있는 복잡한 구조로 이뤄져 있어 경험이 많은 의사한테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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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건우병원은 족부 질환만 치료하는 의사가 4명이 있다. 족부 분야에 있어서는 대학병원보다 규모가 큰 것이다. 의사 4명이 최신 치료는 물론, 대학병원에서도 잘 하지 않는 고난도 족부 수술도 하고 있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족부 전문 의사만 4명… 전국에서 환자 내원

국내 족부 전문의사는 200~300명에 불과하다. 의대에서 족부 분야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기 때문이다. 족부 질환은 늘어나는데, 족부를 전문적으로 보는 병원이 없다보니 서울 관악구에 있는 연세건우병원에는 전국에서 환자가 온다. 연세건우병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4789명의 수술 환자 중 서울 지역 환자가 약 38%, 경기 지역 환자가 약 33%, 지방 환자가 약 29%를 차지했다. 경상도(524명), 전라도(254명)는 물론 제주도에서도 25명의 환자가 수술을 받았다. 연세건우병원이 '전국구' 병원으로 거듭나면서 2014년 6월 개원 당시 40병상이었던 규모가 현재 79병상으로 커졌다. 박의현 병원장은 "우리 병원은 단일 병원 기준으로 족부 수술을 가장 많이 한다"며 "대학병원을 포함해서 족부만 보는 의사가 4명이 있는 병원은 우리 병원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전문성을 가진 의료진이 최신 치료는 물론, 일부 대학병원에서만 하는 고난도 족부 수술도 시행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오는 환자가 많다.

족부 수술팀, 고난도 족부 수술 가능

연세건우병원 족부 수술팀이 치료하는 족부 질환은 다음과 같다.

무지외반증=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 부위가 돌출돼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처음에는 통증만 있지만 나중에는 무릎·척추에도 문제가 생겨 수술 등 치료가 필요하다. 무지외반증은 뼈가 변형돼 발생하므로 수술밖에는 치료법이 없다. 엄지발가락의 휘어진 정도가 15도 이상이면 수술을 해야 한다. 무지외반증은 일반적으로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수술을 해야 했다. 그러나 박의현 병원장은 '교정 절골술(엄지 발가락 뼈를 절단한 후 안쪽으로 밀어넣고 나사·핀으로 고정하는 수술)'을 개발, 통증을 크게 줄였다. 연세건우병원 조사에 따르면 기존 무지외반증 수술은 통증 점수(VAS)가 7~8점에 달했지만, 교정 절골술의 경우는 통증 점수가 2~3점으로 낮아졌다. 박의현 병원장은 "절골술은 뼈 제거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수술 시간이 30분 정도로 짧고, 하반신 마취 없이 발목 마취만으로 수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수술 부담이 적기 때문에 환자의 30% 이상이 양측 무지외반증 수술을 하고 있다.

발목인대 파열=발목인대는 보존적 치료를 우선으로 한다. 주사 치료보다 재활 통해서 자연 치유를 하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완전 파열이 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사람은 인대봉합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은 환자에 따라 내시경만 넣어서 하는 내시경 봉합술, 미세하게 절개를 해서 시행하는 미세절개 봉합술, 사용하지 않는 무릎 인대를 이식하는 인대이식 수술을 한다. 연세건우병원에서는 내시경 수술을 적극적으로 하는 편인데, 내시경 수술은 조직 손상이 적다보니 평균 입원 기간이 기존 수술 11일에서 1.8일로 크게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인대 봉합술을 한 뒤에도 재발이 되면 인대 이식술을 시행한다. 인대이식술은 난도가 높아 일부 대학병원에서만 하는 수술이다. 환자에 따라 인대의 두께와 방향이 달라 정확하게 이식을 해야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어 수술의사의 경험이 중요하다. 연세건우병원 배의정 원장은 지금까지 발목인대 이식술을 400례 이상 집도한 베테랑이다.

족저근막염=족저근막염은 진통제를 복용하거나 발바닥 마사지나 스트레칭을 하는 등 보존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한다. 그래도 좋아지지 않으면 체외충격파 치료(초음파를 보면서 밖에서 충격파를 쏘아 혈류량을 증가시켜 조직 재생을 돕는 치료)를 한다. 연세건우병원 이호진 원장은 "체외충격파 치료를 하면 족저근막염 환자의 90%가 낫는다"며 "다만 충격파를 쏘는 타수가 2000타수가량 충분히 돼야 효과를 본다"고 말했다. 연세건우병원은 최신 사양의 체외충격파 장비를 4대 보유하고 있어 중증도에 따라 맞춤형 체외충격파 치료가 가능하다. 보존적 치료나 체외충격파 치료에도 낫지 않는 사람은 수술 밖에는 방법이 없다. 과거 족저근막염은 아픈 부위를 크게 절개하는 수술을 했다. 절개 부위가 크다 보니 신경 손상 위험이 있고 3~4주간 깁스를 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발바닥 주변에 두 개의 구멍을 뚫고 내시경을 넣어 염증을 제거하고 수축된 근막을 늘려주는 수술을 한다. 내시경 수술을 하면 깁스가 필요 없이 바로 보행이 가능하다.

발목 연골 손상과 발목 관절염=발목 연골이 손상된 환자는 내시경으로 연골 부분에 구멍을 내 스스로 연골이 재생되도록 하는 미세천공술을 실시한다. 그러나 50대 이상인 사람은 연골 재생 능력이 떨어져 자가 골수 줄기세포를 농축해서 손상된 연골 부위에 뿌려주는 처치를 한다. 무릎에서 연골을 채취해 발목에 이식하는 수술, 발목 뼈를 잘라 살짝 돌려 무게 중심을 바꾼 뒤 고정하는 발목 절골술을 하기도 한다. 발목 관절염이 심하면 인공관절 수술을 한다.

족부 재활 확대… 1대1로 시행

연세건우병원은 최근 족부재활센터를 확장했다. 미국 최고 정형외과병원인 HSS 등과 같이 재활 치료사와 환자가 1대1로 진행한다. 병원 내 임상분석팀이 족부전문학회의 기준을 바탕으로 통증 정도, 관절 기능을 점수(AOFAS SCORE)로 환산하고, 직업·생활습관을 분석한 뒤 종합해서 맞춤형 재활치료를 제공한다. 이로 인해 재활 치료 이탈률을 줄이고, 빠른 회복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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