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매일 서너 알씩 삼키기도 고역…불편·부담 적은 약 ‘대세’

김진구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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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에게는 약의 효과만큼 편의성이 중시된다./사진=헬스조선DB

월등한 효과만이 ‘좋은 약’을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이 아니다. 삶의 질에 대한 요구도가 높아지면서 효능·효과뿐 아니라 부작용과 부담이 약의 가치를 평가하는 새로운 지표가 되고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분야가 대표적이다. 과거 치료제가 변변찮을 땐 더 높은 치료효과를 내는 치료제에 대한 갈망이 컸다. 그러나 생물학적 제제를 비롯한 다양한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높은 치료효과는 물론, 약을 먹을 때의 불편과 부작용이 적은 치료제에 대한 요구도가 높아지고 있다. 짧은 기간 완치되는 질환이 아니라 긴 유병기간 동안 꾸준히 약을 먹으며 관리해야 한다는 점도 이런 경향에 한몫한다는 분석이다.

◇항류마티스 제제 ‘MTX’, 반드시 엽산 함께 복용해야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항류마티스 제제, 생물학적 제제, JAK 억제제다. 항류마티스 제제는 병을 처음 진단받으면 먹는 약이다. MTX라고 불리는 메토트렉세이트가 가장 유명하다. 이밖에도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설파살라진 등이 있고, MTX 등이 효과가 없을 때 쓰는 레플루노마이드, 칼시뉴린 억제제가 있다. 항류마티스 제제는 관절 파괴를 감소시키거나 예방하고 관절 기능을 유지시킨다.

그러나 효과가 매우 천천히 나타난다는 것이 문제다. 환자가 효과를 확실히 느끼려면 길게는 6개월이 지나야 한다. 또한 MTX의 경우 효과가 좋고 독성이 드물어 가장 흔하게 쓰이지만, 부작용이 전혀 없지는 않다. 식욕감퇴, 구내염, 울렁거림, 오심 등이 나타난다. 이는 엽산과 함께 먹으면 호전되는데, 반대로 말하면 MTX를 복용할 때 엽산을 반드시 함께 먹어야 한다는 의미다.

기본 치료제인 MTX가 말을 듣지 않을 경우 레플루노마이드를 단독 또는 병용한다. 그러나 환자 입장에서는 약의 가짓수가 늘어나는 문제가 있다. 간기능 약화, 설사, 발진, 탈모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성분의 반감기가 길어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 복용을 중단하더라도 부작용이 지속될 수 있다.

◇혁신적으로 등장한 생물학적 제제, ‘주사제’ 불편

이런 항류마티스 제제의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환자 3명중 1명에게는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생물학적 제제다. MTX를 비롯한 항류마티스 제제에 효과가 없거나, 긴 유병기간 동안 치료효과가 떨어진 환자에게 효과가 좋다. 뛰어난 효과와 적은 부작용으로 류마티스 관절염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로 등장과 동시에 환자들의 삶을 크게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생물학적 제제에도 물론 단점이 있다. 주사제라는 점이다.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껴 약으로 버티는 환자가 많았다.

◇알약 한 알, 그러나 효과는 그대로

최근에는 항류마티스 제제와 생물학적 제제의 장점만 모은 JAK 억제제가 새로 등장했다. 생물학적 제제만큼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면서도 알약으로 복용이 편리하다. 항류마티스 제제가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옵션이 됐다.

특히 JAK 억제제는 단독 요법으로도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환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앞선 항류마티스 제제의 경우 2가지 이상을 한 번에 복용하면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엽산을 함께 먹어야 한다는 불편이 따랐다. 장기간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게 줄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7월부터는 JAK 억제제인 젤잔즈(토파시티닙)가 건강보험 급여로 적용돼 생물학적 제제와 같은 단계에서 쓸 수 있게 되면서 접근성이 확대됐다.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홍승재 교수는 “류마티스 관절염은 장기간 관리해야 하므로 효과는 물론 편의성까지 높은 약이 매우 중요하다”며 “기존 항류마티스 제제의 경우엔 부작용과 약의 가짓수가, 생물학적 제제의 경우엔 주사제의 불편과 두려움이 문제였다. 그러나 주사제만큼의 효능과 안전성을 보이면서 편리하게 한 알만 먹을 수 있는 젤잔즈가 등장하면서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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