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앨리스 & 알츠하이머병

미국의 영화배우 줄리안 무어는 영화 ‘스틸 앨리스’에서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중년 여성 앨리스를 연기해 제87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영화는 평범한 삶을 살던 여성이 알츠하이머에 걸리면서 겪는 일들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병에 걸렸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앨리스”라고 말하는 영화 속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얘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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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앨리스’ 줄거리
세 아이의 엄마이자, 사랑받는 아내이자, 저명한 언어학 교수인 앨리스(줄리안 무어)는 언젠가부터 자신에게 이상이 생겼다는 걸 감지한다. 강의 중에 익숙했던 단어가 떠오르지 않고, 요리할 땐 레시피를 찾아보게 되고, 늘 다니던 조깅 코스에서 길을 잃어 방황한다.

병원 검사 결과는 알츠하이머. 증상이 심해지며 일을 그만둔 앨리스는 일상생활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조깅을 나가기로 하고는 금세 잊어버리거나, 화장실에 가려고 했다가 다시 거실로 오거나, 화장실을 찾지 못해 그대로 소변을 보는 등의 실수를 하기에 이른다. 남편은 자신을 스카우트한 직장이 있는 지역으로 떠나고, 작은 딸 리디아(크리스틴 스튜어트)가 함께 지내기로 한다.

집에 혼자 있던 앨리스는 리디아의 부탁으로 컴퓨터를 뒤지다, 증상이 심해지기 전 자신이 녹화해둔 영상을 찾는다. 영상 속 앨리스는 지금의 앨리스에게 수면제를 먹고 인생을 마감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를 따라 하려고 하지만 약을 찾다가 또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잊어버리고, 또다시 시도하다가 결국 간병인이 집으로 돌아와 약을 모두 떨어뜨리면서 영화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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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이란?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퇴행성질환이다.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에 쌓이면서 뇌 기능이 점자 떨어지는 병이다. 처음엔 언어기능, 판단력 등이 흐릿해지다 나중엔 거의 모든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악화된다. 1907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에 의해 처음 보고된 병이다. 진행 과정에서 인지기능 저하와 함께 성격 변화, 초조 행동 우울증, 망상, 환각, 공격성 증가, 수면장애 등의 정신 행동 증상이 흔히 동반되는 게 특징이다. 주로 65세 이후에 발생하지만, 40~50대도 걸릴 수 있다. 발병 연령에 따라 65세 미만에서 발병한 경우 조발성(초로기) 알츠하이머병, 65세 이상에서 발병한 경우 만발성(노년기) 알츠하이머병으로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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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발성 알츠하이머병이란?
최근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가 발병할 경우, 나이가 들어 걸렸을 때와는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발성 알츠하이머병이 만발성 알츠하이머병 환자보다 전두엽 실행능력과 시공간 구성능력, 시각 기억능력이 더 저하된다고 한다. 전두엽 실행기능은 인간의 가장 고위 기능과 관련된 부분으로, 어떤 일을 할 때 동기 부여나 계획하고 실제 실행에 옮기는 복합적인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후기 발병 치매는 기억력 저하가 가장 중요한 증상 중 하나로, 조기발병 치매와 인지기능 저하의 양상이 달라 진단이 늦어지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조발성 환자는 ‘무감동’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무감동 증상은 우울한 것과 혼동되기 쉽지만, 주위의 상황 변화에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환자를 돌보는 입장에선 힘들어하는 현상 중 하나다. 인지기능이 낮아질수록 증상은 더 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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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는?
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다만, 증상을 완화시키고 진행을 지연시키는 약물이 임상에서 사용된다. 알츠하이머병에서 빈번하게 동반되는 망상, 우울, 불안, 초조, 수면장애, 공격성 등의 증상에 대한 치료도 수반돼야 한다. 보호자가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게 이러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정신 행동 증상은 환자의 신체적 불편이나 불안정한 주위 환경이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보호자가 주변 환경을 잘 살피는 게 중요하다. 약물치료도 병행할 수 있다. 증상에 따라 항정신병 약물, 항우울제, 항불안제, 수면제 등 다양한 약물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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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충실하자”
영화엔 앨리스와 딸 리디아가 책 읽는 장면이 나온다. 리디아가 책을 읽어주고 책 내용이 어땠냐고 묻자, 앨리스는 “사랑”이라고 답한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도 사랑을 느낀다. 많은 것을 잃고 잊지만 사랑만큼은 잊지 않은 앨리스. 앨리스는 사랑하는 가족과 자신을 위해 병과 열심히 싸웠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렸거나, 그 병을 두려워하거나, 그 병에 걸린 가족을 둔 사람에게 앨리스의 대사를 읽어주고 싶다. “나는 여기에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사는 동안 하고 싶은 일이 있다. 현실에 충실하자.”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 사진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