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뉴트리션

와인병을 보면 '포도 품종'이 보인다

글 김동식(와인칼럼리스트)

김동식의 와인 랩소디

옆 테이블이 소란스럽다. 월요일 초저녁부터 도대체 무슨 일일까. 돌아보니, 손님 4명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풀이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각자 집에서 가지고 온 와인의 생산 지역과 포도 품종에 대한 이야기다.

며칠 전 경제인 와인 모임을 앞두고 사전 답사와 저녁 식사를 겸해 들른한 레스토랑에서 목격한 광경이다. 요리 잘 하고 분위기 좋기로 소문난 서울 강남 소재 한 식당이었다.

30대 직장인으로 보이는 그들은 어두컴컴한 간접조명 아래서 포도 품종 이름 알아맞추기에 안간힘이다. 라벨을 들여 다보거나, 메모장을 꺼내 뭔가 열심히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답’을 쉽게 찾지 못하는 것을 보니 다들 프랑스산 와인을 가져온 듯하다. 와인의 본고장 프랑스에서는 대부분 라벨에 포도 품종 대신 생산자와 등급, 포도 재배 지역 명칭만 표기하기 때문이다. 가장 쉽게 와인 특성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가 사라진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프랑스 와인은 어렵다’는 불만이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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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 와인병 ‘어깨선’ 특징

그렇다고 무슨 일이든 어렵게 생각하면 끝이 없는 법, 어찌하면 좋을까. 다행히 초보자들이 당장 알고 싶어하는 와인 생산 지역이나 포도 품종 등 기초 정보는 병 모양만 보고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와인병에는 이런 정보가 매우 구체적으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먼저 프랑스 와인의 양대 산맥인 보르도와 부르고뉴 와인병 모양부터 살펴보자. 보르도산 와인병의 가장 큰 특징은 뚜렷한 ‘어깨선’이 있다는 점이다. 병목에서 내려오다보면 몸통 시작 부분에서 둥그렇게 각진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떡 벌어진 어깨 모양이 남성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 경우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메를로를 주품종으로 블렌딩한 와인이라고 보면 거의 틀림없다. 보르도 지방을 가로지르는 지롱드강을 기준으로 왼쪽 지역(좌완)에 위치한 포이악이나 오 메독, 생줄리앙 등에서 카베르네 소비뇽을 메인 품종으로 사용한다. 부드러운 맛이 특징인 ‘메를로’는 오른쪽 지역(우완)에 위치한 생테밀리옹이나 포므롤, 프롱삭에서 주로 재배된다. 타닌의 독특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카베르네 소비뇽과 블렌딩하는 경우가 많다. 생산 지역을 알면 포도 품종 구분이 가능한 대목이다.

보르도 지역에서는 이들 두 품종 외에도 부재료로 카베르네 프랑이나 말벡, 쁘띠 베르도 등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 와인을 만든다. 이처럼 여러 종류 품종을 섞어 만든 와인이라고 할지라도 병 모양은 동일한 형태 즉 ‘어깨선’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지역, 다른 품종의 와인과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곡선 형태면 피노 누아 품종

반면 피노 누아 단일 품종만을 사용하는 부르고뉴 와인 병에서는 별도의 ‘어깨선’을 발견할 수 없다. 병목에서 몸통까지 곡선 형태로 이어져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이 때문에 피노 누아의 ‘여린 향’을 대변하기도 한다. 화이트 와인병 역시 각 지역 특유의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샴페인 등 스파클링 와인의 경우 다른 와인병보다 훨씬 더 두껍고 무겁다. 이는 6기압에 달하는 높은 내부 압력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호주나 칠레, 미국 등 국제품종을 사용하는 신세계 와이너리들도 자신들이 재배하는 포도 품종에 따라 각자 보르도와 부르고뉴 스타일의 병 모양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다. 다시말해 와인병 스타일은 세계적인 흐름을 따르고 있다는 것. 이와 달리 프랑스 알자스와 독일 모젤 지역의 병 모양은 목이 길고 전체적으로 늘씬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완제품 포장 공간을 줄여 운송량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모양을 변형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와인병 용량은 750mL다. 세계 표준 규격으로, 영국의 부피 단위를 반영했다고 하지만 혼자 마시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용량이다. 반면 달콤한 디저트나 아이스 와인 용량은 대부분 375mL로, 대부분 하프 사이즈를 유지하고 있다.

타닌 많은 와인 밑바닥 홈 깊어

와인병 이야기라면 남아공의 ‘뱅 드콩스탕스 클레인 콘스탄시아’도 빼놓을 수 없다. 찌그러진 병 모양으로 유명한 이 와인은 300년의 오랜 역사가 있는 스위트 와인이다. 찌그러져 보이는 병 모양의 탄생 배경은 단순하다. 한마디로 기술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와인병 제작은 입으로 불어 만들어 품질이 고르지 않았던 것. 독특한 모양이 인기를 끌면서 현재까지 찌그러진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 와인병 용량은 500mL다.

와인병 밑바닥 홈의 깊이로도 와인 특성을 단박에 파악할 수 있다. 타닌 함량이 비교적 높은 보르도 와인의 경우 밑바닥 홈이 매우 깊다. 손가락이 쑥 들어갈 정도다. 이는 침전물 여과 기능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반면 부르고뉴의 피노누아나 보르도의 메를로 등은 침전물 양이 적어 밑바닥 홈이 깊지 않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토종 품종인 산지오베제, 템프라니요 병 바닥 홈도 약간만 파인 상태다. 일부 샴페인은 아예 밑바닥이 평평한 모양인 경우가 많다.

한편 세계 각국 와인 생산자들은 와인 담는 용기로 유리병을 가장 선호한다. 비록 무겁고 깨지기 쉽다는 단점이 있지만 외부 물질의 침투가 불가능해 변질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인은 병입 후 짧은 기간 ‘병멀미’를 한다. 자칫 향과 맛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기간이 지나면 다시 병숙성을 거치면서 안정을 찾는다.

대부분의 와인은 병입 후 2년 이내에 마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변화무쌍한 와인은 병에 담은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서 맛과 향이 정점에 달했다가 서서히 퇴화되는 사이클이 있기 때문이다. 적당히 숙성되었을 때 빨리 마시자. 아껴 두면 식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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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와인칼럼니스트. 국제 와인전문가 자격증(WSET Level 3)을 보유하고 있다. ‘와인 왕초보 탈출하기’ 등 다수의 와인 칼럼을 썼다. 서울시교육청 등에서 와인 강의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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