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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건강 소화·인지 기능·혈관 건강에도 영향준다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 이현정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8/03/06 08:30
우리가 살아가는데 치아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치아는 생존에 필수인 음식 섭취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 치아의 저작기능은 단지 음식물을 자르고 잘게 쪼개는 소화 과정의 첫 단계일 뿐 아니라 위장 건강, 기억력, 면역력 등에도 관여한다. 치아가 부실해 제대로 씹지 못하면 우리 몸의 여러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1. 치아의 구조
치아는 총 32개로, 작은 어금니와 사랑니를 제외한 20개는 생후 6개월쯤부터 나기 시작한다. 6세 전후부터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는데, 이때 작은 어금니와 사랑니도 함께 나기 시작한다. 사랑니는 잇몸 속에 있다가 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2.치아가 없다면?
소화기에 악영향
치아가 없어서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하면 소화기에 문제가 생긴다. 경희대치과병원 치주과 신승일 교수는 “충분히 씹지 않으면 침이 분비되지 않고, 음식물이 잘게 쪼개지지 않아서 위·장 소화기에 많은 부담을 줘 소화불량,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기 쉽다”고 말했다. 침뿐 아니라 활성산소를 없애는 역할을 하는 페록시다아제라는 효소도 잘 나오지 않는다. 치아가 건강하지 않은 노인일수록 빨리 늙는다는 덴마크의 연구결과가 있다.
인지기능 저하
치아 건강은 인지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본 도호쿠대학 연구팀이 70세 이상 노인 1167명을 조사했더니, 인지기능이 정상인 그룹의 치아 개수는 14.9개인 반면, 치매 환자의 치아 개수는 9.4개였다. 치아 개수가 많은 사람이 뇌 기능이 좋다는 의미다. 윗니와 두개골이 연결돼 있어서 음식물을 씹으면 뇌의 인지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잘 씹어서 영영섭취가 충분히 이뤄지는 것도 뇌 기능 향상에 영향을 준다.
심혈관계 나빠져
심혈관계 건강과도 관련이 있다. 미국 콜롬비아대학 연구팀이 지난해 ‘미국심장협회보’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치아 주변에 플라크(치석, 세균, 음식물찌꺼기 등)가 잘 쌓이지 않은 사람일수록 동맥경화 발병 위험이 낮고, 병의 진행도 느렸다. 플라크는 잇몸을 통해 혈액 속으로 들어가 혈관을 막히게 한다. 또 사이토카인의 과다분비를 유발해 혈당 조절을 어렵게 한다.
3.치아 수명 늘리려면
치아는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수명이 달라진다. 어릴 때부터 무리해서 사용하지 않고, 칫솔질 등 치료·관리를 꼼꼼히 해야 노년기까지 건강하게 사용할 수 있다.
올바른 양치질이 기본
올바른 양치질은 치아 관리의 기본이다. 이를 물고 칫솔을 좌우로 문지르거나, 치아를 세게 눌러 닦는 칫솔질은 잘못된 습관이다. 치아와 잇몸을 닳게 하기 때문이다. 아랫니는 아래에서 위로, 윗니는 위에서 아래로 치아의 씹는 면을 향해 손목을 돌리면서 부드럽게 쓸어야 한다. 양치질은 식후에 바로 하는 게 좋다. 하지만 탄산음료·맥주·커피 같은 산성 음료를 마신 직후에는 금물이다. 탄산음료에 들어 있는 산(酸)과 치약의 연마제가 섞이면 잇몸과 치아가 잘 상하기 때문이다. 맥주 등을 마신 뒤에는 가글액이나 물로 입속을 헹궈서 입속에 남아 있는 산성을 제거하고 30분~1시간 뒤에 양치질하는 게 좋다.
치실 사용 추천
칫솔질만으로는 입속의 치태나 치석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 잇몸이 닳아 치아의 아랫부분이 많이 드러난 경우 일반 칫솔로 닦을 수 없는 곳이 생긴다. 이때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사용해야 한다. 틀니를 하거나 임플란트를 심었다면, 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경계 부위가 잘 안 닦인다. 치실도 이 사이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앞부분이 뻣뻣한 치실을 사용하는 게 좋다. 당뇨병이 있으면 치주질환이 잘 생긴다. 혈액이 끈적끈적한 당뇨병 환자는 모세혈관에 혈액이 원활히 흐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잇몸에 영양 공급이 잘 안 되고 면역력이 떨어져 세균이 잘 번식한다. 치태도 잘 생긴다. 따라서 양치질할 때마다 치실을 사용해 치태·치석을 제거해야 한다.
물 자주 마셔야
입속이 건조하면 세균이 잘 번식해 충치가 넓게 퍼질 수 있다. 물을 자주 마셔 입안이 마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침샘이 자극되도록 파인애플 같은 새콤한 과일을 먹는 것도 좋다. 치아 건강에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식품이 가지·양파·아몬드다. 가지의 안토시아닌 성분은 잇몸 염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 항박테리아 성분이 많은 양파는 충치를 유발하는 세균을 퇴치하는 효과가 있다. 아몬드는 비타민과 인이 풍부해 치아의 가장 바깥 면을 보호해준다. 우유보다 칼슘이 2배 많아 치조골(턱뼈 중 치아 뿌리가 박혀 있는 부분)을 튼튼하게 만들어준다.
4. 잇몸의 중요성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말이 있다. 잇몸의 중요성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잇몸은 치아 뿌리를 감싸 음식물 찌꺼기나 세균의 침투를 막고, 치아가 빠지지 않도록 고정한다. 또 음식을 씹을 때 치아가 받는 충격을 줄인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잇몸의 이런 기능은 약해진다. 노화로 인해 잇몸이 닳고, 침 분비가 줄면서 면역·항균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치아를 보호하는 잇몸은 일단 손상되면 급격히 나빠지고 정상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평소에 잘 관리해야 한다.
1 —— 스케일링 필수
자신의 잇몸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잇몸이 붓거나, 잇몸과 치아 사이가 벌어지거나, 양치질 후 피가 나는 것은 치주염의 초기 증상이다. 이런 증상을 피로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잇몸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이므로 치과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치주염이 생겼다면 잇몸 속에 있는 치석·치태·염증을 긁어내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40대 이상이라면 3개월에 한 번씩 스케일링을 받아야 치주염을 예방할 수 있다.
2 —— 잇몸 마사지도 좋아
잇몸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방법 중 하나가 잇몸 마사지다. 아침저녁으로 잇몸 마사지를 꾸준히 하면 잇몸 조직이 강화되고, 혈액순환이 잘 돼 세균에 대한 저항력이 길러진다. 우선 양치질 한 뒤 손을 깨끗이 씻은 다음, 검지를 잇몸에 대고 시계 방향으로 원을 그리듯이 10회 정도 문지르면 된다. 맨 안쪽부터 빠진 곳 없이 잇몸 전체를 촘촘하게 문질러야 효과가 크다. 죽염 등을 묻혀서 마사지 하는 것은 잇몸에 상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한다. 치주질환자는 칫솔을 이용하는 편이 좋다. 잇몸과 치아의 경계 부위에 칫솔모를 비스듬히 댄 후 가볍게 진동을 주면 된다. 이렇게 하면 잇몸과 치아 사이의 벌어진 부분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막아준다.
5.치아가 빠졌다면?
외부의 충격을 받아 치아가 빠지거나, 치주질환·충치 등이 심해서 치아를 뽑았다면 치아를 대신하는 보철물을 최장 3개월 안에 끼워야 한다. 치아 없이 오랫동안 생활하다 보면 치열이 흐트러지고, 잇몸뼈가 주저앉기 때문이다. 빠진 치아의 위치와 남은 치아의 상태 등에 따라 적합한 보철물 시술법이 따로 있다. 빠진 치아를 치료하는 일반적인 시술법으로 인공치아(임플란트) 이식, 브릿지(주변 치아와 연결해 보철물을 끼우는 것), 틀니가 있다. 앞니가 빠졌을 때는 임플란트보다 브릿지를 하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주변 치아가 없거나 약해서 보철물을 연결하기 어렵다면 임플란트를 심어야 한다. 어금니가 빠졌을 때는 임플란트를 주로 심는데, 임플란트 대신 사랑니 이식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
사랑니는 치주인대·신경·혈관이 존재하는 자연 치아여서 임플란트보다 잇몸 속에 뿌리를 더 단단히 내린다. 사랑니를 이식하면 임플란트처럼 씹는 맛이 덜하거나 음식물 끼는 경우가 적다. 다만, 사랑니가 없거나 이미 뽑았을 경우에는 임플란트를 심어야 하며, 치조골이 부족하면서 뼈 이식도 불가능할 때는 브릿지나 틀니를 해야 한다. 치아가 거의 남아 있지 않으면 틀니를 맞춰야 하는데, 65세 이상이면서 완전틀니를 맞춰야 하는 경우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지난해 7월부터는 65세 이상이라면 임플란트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6.치아 상태별 대처법
치아 균열·마모
50세가 넘으면 특별한 질병 원인이 없어도 치아균열(치아에 미세하게 금이 가는 것), 치경부마모(잇몸과 붙어 있는 치아 부분이 닳는 것)가 잘 생긴다. 수십 년간 치약으로 양치질을 하고 음식을 씹은 결과다. 치아 균열은 누룽지, 견과류, 오징어 등 딱딱하거나 질긴 음식을 즐겨 먹는 사람에게 잘 생긴다. 이런 음식을 씹을 때 치아에 가해지는 부담이 축적돼 치아가 깨진다. 평소엔 괜찮다가 딱딱한 음식을 먹을 때 아프다. 일단 금이 간 치아는 다시 붙일 수 없기 때문에 더 벌어지지 않게 막는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방법이 치아 윗면을 깎고 금이나 도자기 등으로 씌우는 크라운 치료다. 이가 시큰거리고, 잇몸 쪽의 치아가 안쪽으로 파여 있으면 치경부 마모가 생긴 것이다. 칫솔질을 아래위로 세게 하는 습관이나, 연마제가 들어 있는 치약을 오래 쓴 탓일 수 있다. 치아를 파인 채로 두면 음식물이 쌓여 충치·잇몸 질환이 생길 수 있다. 파인 부분을 레진(치아 색깔과 비슷한 화학물질) 등으로 메우는 게 좋다.
누런 치아
치아 미백을 고려하고 있다면, 스케일링(치석제거술)과 잇몸 치료를 먼저 해야 한다. 치아가 건강하지 않은데, 미백 등 미용에만 신경을 쓰다가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치석이 많고 잇몸질환이 있는 사람이 치아 미백을 하면 염증이 더 심해진다. 치아 미백은 보통 치과에서 하지만, 치아 변색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집에서 혼자 할 수도 있다. 다만, 집에서 미백할 때는 사용법을 잘 지켜야 한다. 미백제를 너무 많이 쓰거나, 권장 사용 시간보다 오래하면 염증이 생기고 치아가 약해질 수 있다.
슈퍼마켓에서 파는 미백 치약은 연마제가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치아가 얇아질 수 있다. 치아가 이미 닳아 있는 노년기에는 미백 치약을 쓰지 않는 게 좋다. 또 치아에 붙이는 미백 테이프는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