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의 스마트 척추·관절

두 가수의 같은 허리병

프랑스에는 유명한 록스타 조니 할리데이가 있다. ‘프랑스의 엘비스 프레슬리’라 불리며, 음반이 1억 개 이상 팔렸다. 한국 록스타 중에는 윤도현이 있다. 윤도현은 2002년 월드컵 응원가 ‘오 필승 코리아’를 불렀다.

록스타는 무대에서 신체 활동이 많다. 관중을 위해 노래만 하지 않는다. 기타 연주도 하고 춤도 추며, 온몸을 움직인다. 록스타가 허리에 탈이 나면 어떻게 될까? 재미없는 공연이 될 것이다.

2009년 11월, 파리와 서울에서 두 록스타는 큰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학술 활동을 하던 나는 프랑스어 신문을 보다가(서울서 한국말만 해온 내가 파리에 가면 당장 프랑스어로 말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내 두뇌를 프랑스어로 적시기 위해서다. 일부러 영화도 프랑스어 더빙된 것만 골라 볼 때다.) 깜짝 놀랐다. 척추를 보는 의사로서 ‘허 참’ 하는 탄식이 나왔다. 신문 톱 주인공은 록스타 조니였다. 비행기에 태워 미국으로 급히 후송되는 사진이 실려 있었다. 기사를 읽어보니, 디스크가 그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었다.

조니는 2009년 11월 26일 파리의 의사 스테판 델라주에게서 절개식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그는 수술 후 합병증이 생겼고, 수술 1주일 후 로스앤젤레스의 시다스시나이병원으로 비행기를 타고 옮겨가게 된 것이다. 공연은 취소됐다. 표 환불 금액이 10억원 이상이었다.혼수상태에 빠진 그는 12월 14일이 돼서야 정신을 차리고 “나는 그 의사의 손 사이에서 거의 죽을 뻔했다. 그리고 정말 죽었다 다시 깨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이 되어서야 활동을 재개했다. 그가 절개 수술을 받은 지 2년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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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만 생각하면 나는 자연스럽게 록스타 윤도현이 떠오른다. 2009년 서울과 파리를 왕래하던 시절, 두 사람은 같은 시기, 같은 부위에 디스크 탈출 증상이 왔다. 두 스타의 허리병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두 사람의 디스크 탈출 부위는 요추 5번과 천추 1번이었다. 허리 제일 아랫부분이다. 록스타들은 무대에서 이 부분에 충격을 많이 받는 행동을 하는걸까? 콘서트를 앞두고 허리를 이유로 병원에 방문한 것도 동일했다.

치료법은 달랐다

두 사람은 큰 차이점이 있다. 조니는 전신마취를 하고 절개하는 관혈적 디스크 수술을 받았고, 윤도현은 국소마취에 절개하지 않는 비관혈적 내시경 디스크 치료를 받았다. 두 사람의 치료 후 경과는 큰 차이가 있다.

윤도현은 수술 후 회복하는 데 걸린 시간이 2주였다. 콘서트도 취소하지 않았다. 이후에 스케이트보드를 탈 정도였다. 종종 ‘조니가 내시경 디스크 치료를 받았다면 그해 콘서트를 취소하지 않았을텐데’라고 생각한다.

내시경 디스크 치료는 결혼식을 앞둔 사람, 입시를 앞둔 학생, 업무가 바빠 3일 이상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사람에게 알맞다. 나는 실제로 이러한 사람에게 내시경 디스크 치료를 많이 시행했고, 이들은 조기에 업무나 학업에 복귀했다. 심지어 야구나 축구, 테니스, 골프 등 수많은 스포츠 선수도 이 치료를 통해 정상적으로 스포츠에 복귀했다. 그중 한 선수의 이름을 거론하자면, ‘그레이스 박’으로 불리는 박지은 골퍼가 있다. 수년 전 LPGA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뒤 허리를 다쳤다. 이후 골프 스윙과 공 줍기가 어려웠단다.

박 골퍼는 내시경 디스크 치료를 받았다. 이후 통증이나 동작의 어려움이 완전히 없어졌다.그해 LPGA 하나은행대회에서는 3위라는 성적을 기록했다.

절개식 수술에 비해 재발 적어

2015년에 2만 명의 임상 결과를 추적해 세계적 SCI의학 저널인 ‘신경외과학’에 발표했다. 논문의 임상 분석에 따르면, 절개식 허리디스크 수술은 재발률이 10%대인 데 비해, 내시경 치료는 4%였다.

절개식 수술은 척추 관절 등 일부를 갈아낼 뿐만 아니라 섬유륜에 낸 절개부위가 막히지 않고 계속 뚫려 있다. 내시경 치료는 뼈를 갈지 않을 뿐 아니라 섬유륜도 벌리기만 한다. 1992년에 절개와 전신마취 없이, 허리뼈도 허리관절도 자르지 않고 디스크를 보존하면서 탈출된 병소만 정밀하게 제거하는 내시경 레이저 병용 치료법을 세계 최초로 정립했을 때, 당시 미국은 이 치료법을 공인하지 않고 보험 적용도 해주지 않았다. 많은 근거와 검증된 논문으로 우리 정부는 1996년부터 내시경 치료법을 공인해 우리 국민들은 올바른 치료를 받아왔다. 미국은 2017년에 비로소 보험 적용 코드를 줬다. 현재 미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의사들이 의료 기술을 배우러 온다. 이 디스크 치료에서는 우리나라가 미국 의료진보다 20년 이상 앞서 있다고 본다. 명실공히 우리나라 의료가 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허리디스크 수술을 내시경으로 받았다. 정상으로 활동하고 운동하는 나 자신을 보여주면서, 의사들에게 환자를 ‘내 몸’, ‘내 가족’으로 여긴다면 어려워도 내시경 디스크 수술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의한다.

의사에게 절개수술은 쉽다. 장비 기구도 적게 든다. 그러나 새로운 수술법을 배워서 환자에게 좋다면 의사로서 더 보람될 것이다.

디스크에 문제가 있어서 내시경으로 치료하고 싶다면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척추신경은 3개월 이상 탈출된 디스크에 치이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늦어지면 절개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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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우리들병원 회장 신경외과 전문의다. 부산대 의대를 졸업하고 연세대 의대 석사·박사를 지냈다. 프랑스 파리 제5대학 데카르트의과대학원에서 수학했다. 세계최소침습척추외과학회를 창설했으며, 해당 학회의 명예회장이다. 미국최소침습척추수술전문의이기도 하다. 연세대·동아대·부산대 의대 외래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