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성인 ADHD 바로알기①]소아와 다른 성인ADHD, 그 차이는 무엇인가
박원명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입력 2018/02/21 09:00
“선생님, 제가 정말 ADHD 환자가 맞나요? ADHD는 어린이들에게 나타나는 것 아닌가요?”
필자가 성인 환자에게 ADHD 진단을 내릴 때 환자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최근 들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성인 ADHD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알려지면서 자신이 ADHD 증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스스로 찾아오는 환자도 있지만, 여전히 ADHD를 소아청소년기에만 나타나는 질환으로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성인 ADHD 유병률 3~5%, 그러나 치료율은 1% 그쳐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는 주로 아동기에 발병해 청소년기와 성인기에 걸쳐 증상과 기능장애가 지속되는 정신질환이다. 실제로 ADHD를 진단 받은 아동의 50% 이상이 성인이 돼도 증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연구결과 성인 ADHD 유병률은 3~5%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서 성인 ADHD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하는 인구는 1%도 채 안되고 있다.
이는 성인 ADHD 증상이 소아 ADHD 증상과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 질환으로 쉽게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소아 ADHD의 주요 증상은 주의집중력의 부족, 충동성 및 과잉 행동으로 산만하게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하거나 피해를 주는 등 일상 환경에서 증상을 인지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성인기에 들어서는 주의집중력의 부족이나 충동성은 계속 유지되는 반면 과잉행동 증상은 대부분 줄어들기 때문에 ADHD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질환의 증상이 아닌 성격이라고 여겨…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 잦아
더욱이 어렸을 때 ADHD 진단을 받지 않는 성인 ADHD 환자들은 본인들의 증상을 질환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단순한 개인 성향이나 기질로 알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직장생활, 대인관계에서 지속적인 어려움과 좌절을 겪으면서 나타나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대인공포증 등 다른 정신 질환을 치료받으러 왔다가 자신의 증상이 성인 ADHD임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성인 ADHD 진단을 받은 30대 남성인 회사원이 있었다. 이 환자는 평소 사소한 실수가 많아 직장 동료와의 갈등이 잦았고, 시간 내 업무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승진 대상에서 누락되는 등 회사생활에서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한다. 그는 지속되는 적응 실패에 우울감을 느끼고 이를 상담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 상담을 통해 어렸을 때 ADHD 에피소드가 확인됐고, 추가로 ADHD 검사를 시행 후 성인 ADHD로 진단을 받게 됐다.
◇잦은 실수, 감정기복 심하다면⋯ 전문의 찾아야
위 남성의 사례처럼 성인 ADHD의 가장 주된 증상은 주의집중력의 부족으로 인해 직장이나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잦은 실수 등이다. 또한 성인 ADHD 증상으로는 시간 관리의 실패, 과한 활동성과 우울한 기분이 반복되는 감정기복 등이 있다. 실제로 성인 ADHD 환자들은 주의집중력의 부족으로 업무 효율성이 많이 떨어져 보통 사람들에 비해 승진이 어렵고, 이직률이 높고, 사회적 성취도가 낮은 편이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본의 아니게 게으르거나 무능력한 사람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ADHD는 소아청소년 시기만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쳐 증상과 기능장애가 지속되는 정신질환이다. 특히 성인이 되면 더 많은 사회생활 영역에서 증상이 나타나게 되어 사회적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가 있다. 이는 개인적인 영역을 벗어나 사회적,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올바른 진단 및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ADHD는 아동과 청소년기에만 국한된 질환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