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와인 가져와서 드세요” ‘콜키지 무료’ 식당 인기

글 김동식(와인칼럼리스트)

김동식의 와인 랩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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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모셔둔 와인 있으면 가져와서 드세요.”

최근 콜키지를 별도로 받지 않는 한우고기 전문점이나 와인 레스토랑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기불황이 깊어지고,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소비문화가 정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와인동호회 모임 활성화도 식당 주인의 결단을 부추기는 데 한몫하고 있다.

‘콜키지(Corkage)’는 코르크 차지(Cork Charge)를 줄인 말이다. 즉 손님이 집에 보관 중인 와인을 직접 들고 오면, 레스토랑에서는 전용 글라스 제공과 함께 코르크(마개)를 개봉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미국에서는 같은 의미로 ‘BYO(Bring Your Own)’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경우 일반 레스토랑에서는 보통 병당 2만~3만원의 콜키지를 받는다. 일부 호텔에서는 와인 판매가격의 20~30%를 고객이 부담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실비만 받거나, 아예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마리아주 추천, 와인 마니아 대환영

이유는 딱 한 가지. 아무리 수준 높은 전문 레스토랑이라 하더라도 고객들의 취향에 맞춰 수천, 수만 종류의 와인을 모두 갖춰 놓을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물론 와인 마니아들은 대환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콜키지 프리’를 선언한 음식점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외식업계 동향은 그렇다 치고, 오늘은 당장 어디로 갈까. 먼저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내추럴키친 마켓오’가 눈에 띈다. 와인을 들고 가도 당당하다. 전혀 부담감이 없다. 와인과 잘 어울리는 메뉴(마리아주)를 소개해주는 등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말 그대로 컨템퍼러리 아메리칸 레스토랑을 추구하는 이곳에서는 전국 산지에서 막 올라온 싱싱한 식재료만 사용해 각종 요리를 만든다. 그렇다고 가격이 비싼 것도 아니다. 2인 기준, 파머스 스테이크(등심)가 5만9000원이다. 와인과 함께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콰트로 치즈 플랫 브레드’(1만9000원)도 고급스럽다.

그 외 피자나 파스타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돼 있다. 말만 잘하면 코르크 개봉은 물론, 잔에 따라주는 서비스도 함께 받을 수 있다. 압구정점과 함께 도곡점에서도 콜키지 프리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번엔 한우와 와인, 담소의 머리 글자를 따 이름을 정한 ‘한와담’으로 넘어간다. 자타가 공인하는 숙성 한우고기 전문점이다. 실제 이곳에서는 최적 온도인 섭씨 1.2도에서 최소 21일간 저온숙성시킨 한우만 판매한다. 그 때문인지 한우 본연의 풍미와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투뿔등심’ 전 매장 와인 잔 무료 제공

한와담 블랙에 근무하는 한 매니저는 “한와담 다른 매장과 달리 이곳에서는 ‘미경산 한우(새끼를 낳지 않은 30개월 미만의 암소)’만을 식재료로 사용한다. 조금만 집중하면 깊은 맛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고급 한우고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아달라는 의미다.

한와담은 현재 한남동 본점 외에도 한와담 블랙, 한와담 광화문, 한와담 청담, 한와담 청담블랙 그리고 말레이시아점을 운영하고 있다. 연내 부산 해운대점도 오픈할 계획이다.

40년 소고기 명가로 유명한 ‘삼원가든’. 이곳에서 직영하는 ‘투뿔등심’ 전 매장 역시 고객들의 와인 반입을 두 손 들어 환영한다. 병 개수는 물론, 서비스 여부를 사전에 문의할 필요 없다. 박스째 가져와 마셔도 싫은 기색이 없다.

논현동 투뿔등심(1호점) 고아라 매니저는 “우리 매장을 찾는 고객 대부분은 와인을 한 병 이상 가져온다. 연말에는 박스째 들고 오는 손님도 있다”고 밝혔다. 분위기가 편해서 그런지 가족 단위 고객에서부터 젊은 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방문한다고 말한다. 산지에서 직송한 한우 가격은 다른 한우전문점보다 약간 저렴하다. 등심의 경우 3만7000원, 안심은 4만1000원이다.

와인 클래스 매주 2회 실시도

프랑스어로 ‘지금 이순간’을 의미하는 ‘앙스모멍’에서는 신사점에서만 콜키지 프리가 가능하다. 전문 소믈리에까지 서빙에 나서고 있지만 기존 고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특히 이곳에서는 매주 화요일(오전 10시 30분) 간단한 다과와 함께 와인 무료 클래스도 진행한다.

이태원 딤섬 전문점 ‘스택’에서도 손님이 와인을 가져가면 전용 잔을 무료로 제공한다. 원래 맥주와 딤섬을 전문으로 파는 곳이다. 그러나 와인애호가인 사장이 전격 ‘콜키지 프리’를 선언했다는 것. 경제적 이익보다는 ‘배려’를 선택한 셈이다.

마리아주 부담도 적은 편이다. 소비뇽 블랑과 어울리는 치즈 새우볼(5피스)은 8000원이다. 매장 분위기가 특이하고 예뻐 20~30대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창가로 배치된 탁자를 차지하면 더욱 멋진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경천애인’에서는 아예 술을 팔지 않는다. 와인은 물론 소주나 맥주까지도 인근 편의점에서 구입해 와야 마실 수 있다. 다만 높은 인기 때문인지 예약이 어렵다. 3층 대형 홀에서는 주변이 붐벼 비즈니스 모임으로는 적당하지 않다. 룸 형태로 운영하는 6층을 이용하려면 별도의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안심과 등심은 각 4만5500원, 경애 스페셜과 소갈비살이 각 4만3400원이다.

한편 국내의 경우 아직 콜키지 서비스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 따라서 사전에 연락해 레스토랑 관계자의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다. 국내에서 구입하기 어려운 귀한 와인을 가져갈 경우 해당 레스토랑 소속 소믈리에나 직원들이 맛볼 수 있도록 약간 남겨놓는 여유도 필요하다는 것이 와인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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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와인칼럼니스트. 국제 와인전문가 자격증(WSET Level 3)을 보유하고 있다. ‘와인 왕초보 탈출하기’ 등 다수의 와인 칼럼을 썼다. 서울시교육청 등에서 와인 강의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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