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위험분담제, 대체제 없으면 경제성평가 생략해야"
김진구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8/01/16 15:39
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 등 고가 항암 신약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 강화를 위해 도입된 위험분담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체제가 없거나 경제성 입증이 어려운 경우 경제성평가를 생략하고, 적용 대상 질환을 현행 암·희귀질환 치료제에서 전체 질환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중앙대 약학대학 서동철 교수는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이 주최한 ‘고가 신약 위험분담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제안했다. 그는 현행 위험분담제의 문제점으로 “신약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을 강화하려고 제도를 만들었지만, 성과평가 및 행정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며 “전과 비교해 등재기간이 줄어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말부터 제기되고 있는 재계약과 관련한 문제점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위험분담제로 계약된 치료제는 총 26로, 가장 먼저 체결된 직결장암 치료제 ‘얼비툭스’,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레블리미드’ 등은 계약 체결 4년이 지나 재계약을 받아야 했다. 문제는 대체 가능한 약제가 없고 경제성평가가 어려워 위험분담제를 도입했음에도, 재계약을 위해 새롭게 경제성평가를 받아야 하는, 일종의 모순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서 교수는 “이 과정에서 재계약에 실패할 경우 비급여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며 “위험분담제 대상 치료제와 그렇지 않은 치료제 사이에 형평성 문제도 불거진다”고 말했다.
또한, 위험분담제가 암 및 희귀질환에만 적용돼 다른 질환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고 비판했다. 암 및 희귀질환자 등 소수 질환자에게 과도한 보험재정이 지출되고, 다른 적응증으로 계약을 확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야 할까. 우선 그는 대체 약제가 없는 경우, 또는 혁신적인 치료제이지만 비교 약제의 가격이 너무 낮아 경제성 입증이 어려운 경우 경제성평가를 생략하고 위험분담제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신약의 신속한 등재를 위해 ‘선 등재 후 평가’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물론 이와 관련한 확실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달았다.
서 교수는 “예를 들어 정부에서 어느 정도 위험을 분담한 뒤, 제약사에서 해당 치료제를 사용했을 때 몇 %의 환자에게 치료효과가 있는지 평가하고, 나머지는 정부에 환급하는 형태가 도입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영국의 경우 이런 방식으로 위험분담제를 운영하며 제도 보완을 위해 별도의 기금을 마련, 운용하고 있다.
이어 “환자의 신약 보장성과 접근성 향상을 위해 대상 질환을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 외의 다른 질환 치료제로 확대해야 한다”며 “계약에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속 등재제도와 연계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