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특별인터뷰
이스라엘 난임치료 전문가 라울 오르비에토(Raoul Orvieto)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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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오르비에토 박사/한국머크 제공​

이스라엘은 2010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출산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여성 1인당 3.09명을 낳아 한국(1.24명)의 2.5배에 달한다. 높은 출산율의 배경으로 유대교의 가치관, 팔레스타인과의 인구 경쟁 등이 꼽히는 가운데, 정부의 적극적인 출산 장려 정책도 한몫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난임 치료의 경우 이스라엘 정부의 의지가 느껴지는 분야다. 45세 이하 여성에서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지원된다. 자녀 2명까지 횟수 제한 없이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신선배아 체외 수정 4회, 동결배아 체외수정 3회로 제한된다.

얼마 전 한국머크의 초청으로 이스라엘 최대 규모의 난임 치료 전문병원인 셰바(Sheba) 메디컬센터의 라울 오르비에토(Raoul Orvieto) 박사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를 만나 이스라엘의 난임 치료 현황과 난임 치료와 관련한 세계적인 트렌드에 대해 물었다.

Q. 이스라엘의 출산율 및 난임 치료 지원 현황은 어떤가요.
A.
이스라엘의 인구는 800~900만 명이며, 가구 당 평균 3~4명의 자녀가 있습니다. 이스라엘 내 체외수정(IVF) 센터는 총 25개로, 대부분 국공립입니다. 연간 3만8000건 가량의 체외수정 시술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를 가임기 인구 1000명당 시술 건수로 환산하면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체외수정 시술은 국가에서 100% 지원이 되기 때문에 환자는 본인부담금 없이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민간센터를 방문하더라도 추가 진료비 정도만 지불하면 되죠. 체외수정 시술은 45세까지, 2명의 자녀까지 전액 지원됩니다.

Q. 체외수정 시술이 전액 무료라면, 모든 난임 환자가 이 시술을 곧바로 받나요.
A.
체외수정은 주사바늘로 난포를 채취한 뒤 체외에서 난자와 정자를 인공적으로 수정하는 것입니다. 흔히 시험관아기 시술이라고도 하죠. 일반적으로 난임을 35세 미만의 커플이 1년간 피임을 하지 않고 임신을 시도했음에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 또는 35세 이상이면서 6개월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난임 환자에게 곧바로 체외수정 시술을 시도하는 것은 아닙니다. 난임 진단을 받으면 난임의 원인을 파악하고 체외수정 전에 여러 치료를 시도합니다. 일례로 원인이 명확하지 않거나 자궁 내막 및 정자 수, 정자 활동성이 양호한 경우에는 과배란유도와 함께 정자주입술만 진행합니다. 반면, 난임이 난관 쪽 이상에서 비롯됐거나, 남성의 정자 수가 매우 적거나 활동성이 크게 떨어져 있으면 곧바로 체외수정술을 시도합니다.

Q. 이스라엘에서의 체외수정술의 성공률은 어느 정도인가요.
A.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젊은 환자들은 첫 번째 시도에서 최대 50%에 이릅니다. 나이가 많아지면 성공률이 떨어집니다. 전 연령에서 임신성공률은 겨우 17~22%에 그치죠. 우리 병원은 이보다 높은 20~22%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환자 5명 중 1명은 임신에 성공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다지 높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앞서 체외수정술을 여러 차례 경험한 37세 이상 고연령 환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인상적인 통계라고 생각합니다. 체외수정술은 여러 번 반복할수록 성공률이 떨어집니다. 젊은 환자만 봤을 때에는 성공률이 40~50%입니다.

Q. 셰바메디컬센터의 성공률이 더 높은 이유 중 하나가 ‘맞춤형 난임 치료’ 덕분이라고 들었습니다.
A.
셰바메디컬센터는 이스라엘 최대 규모의 난임 전문병원입니다. 난임 전문의 15명이 각각의 환자별로 맞춤형 치료를 진행합니다. 난임 환자는 크게 세 분류로 나뉩니다. ‘과배란유도’에 대한 반응이 적은 환자군, 적절한 환자군, 반응이 높은 환자군이죠. 이는 간단한 검사로 알 수 있습니다. 여포수 검사(AFC), 난포자극호르몬(FSH) 농도, 체질량지수(BMI), 항뮐러관호르몬(AMH) 수치 등을 검사합니다.
맞춤형 난임 치료란, 이런 검사를 통해 환자 유형을 나누고, 유형별로 적절한 치료방법과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과배란유도 치료 시 환자의 반응 정도에 따라 난포자극호르몬(FSH) 약물의 시작 용량을 매우 세밀하게 결정합니다.

Q. 결국 환자 유형별로 세밀한 과배란유도가 임신성공률을 높인다는 뜻인가요.
A.
그렇습니다. 과배란유도는 임신이라는 최종 결과를 얻기 위해 난자를 많이 얻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통해 수정란을 많이 확보하고, 최종적으로 5일차 배아까지 많이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과배란유도를 통해 15개의 난자가 있어야 10개의 수정란이 나오고, 5개의 5일차 배아가 나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고령의 산모 또는 저반응군의 경우 난자가 평균 8개 정도만 나옵니다. 결과적으로 5일차 배아가 확보될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이죠.

Q. 언급한 과배란유도 치료와 관련, 최근 난임 시술 전문가 사이에서 ‘전통적 치료법’과 ‘저용량 치료법’이 각각 시도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엇이 환자에게 더 유리하다고 보시나요.
A.
결론부터 말하면 전통적 치료법입니다. 앞서 말한 15개의 난자를 만드는 것이 전통적 치료법이고, 저용량 치료법은 말 그대로 난포자극호르몬을 적게(하루 150IU 이하) 사용해 난자를 최대 7개까지만 얻는 것이죠.
저용량 치료는 한때 과배란유도로 인한 여성의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시도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임신성공률을 70~80%로 높이기 위해서는 적어도 15개의 난자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용량 치료법은 당장은 환자 부담이 적겠지만 임신성공률이 낮아, 두 번 세 번 재시술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환자 부담이 커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거의 모든 연구에서 저용량 치료법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더욱 안전한 체외수정 시술법과 더욱 안전한 성선자극호르몬분비호르몬(GnRH) 치료제가 많이 개발됐습니다. 저용량 치료법이 더 이상 필요치 않다는 것을 의미하죠. 2005년 이후 치료 사례들을 살피면 전통적 치료법으로 과배란을 유도해도 난소과자극증후군(OHSS) 같은 부작용을 겪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굳이 저용량 치료로 임신성공률을 낮출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Q. 맞춤형 치료 관점에서 앞서 언급한 고반응군 환자의 경우 저용량 치료법을 써도 되지 않을까요.
A.
사실 고반응 환자라고 해도 굳이 저용량 치료법을 시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반응 환자라도 저용량 치료법의 알고리즘을 따르면 결국 7개의 난자만 얻습니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70~80%의 임신성공률입니다. 이를 위해선 15개의 난자가 필요하고, 그 이상을 얻을 수 있으면 좋습니다.
요즘은 배아를 동결시켜 첫 번째 시도에 실패하더라도 다음 시도 때 이 동결배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치료법을 통해 단 한 번의 과배란유도로 충분한 수의 동결배아와 신선배아를 확보하고, 빠른 시간 안에 임신이 될 수 있도록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적 치료법만으로 부작용 없이 충분한 난자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저용량으로 진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물론 실제 저용량 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암 환자가 해당합니다. 이들은 호르몬 치료에 대한 내약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호르몬 자극에 크게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