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기초 첫번째
건강 정보가 여기저기서 넘쳐난다. `이 병엔 뭐가 좋다더라’, ‘이럴 땐 뭘 먹어야 한다더라’ 등 알고자 하면 뭐든 알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런데 정작 우리 몸이나 건강의 기초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다. 헬스조선은 2018년 1월호부터 우리 몸과 건강의 핵심적인 주제를 매호 1개씩 정해 집중탐구한다. 첫 번째는 ‘혈액’이다. 혈액은 12만km의 혈관 속을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혈액이 건강해야 혈관이 건강하고, 혈관이 건강해야 온몸이 건강하다. 산소와 영양소를 가득 싣고 혈액은 1분당 2.5~3.5L씩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다. 몸 구석구석을 누비며 장기와 세포에 생명을 불어넣는 혈액. 어떤 혈액이 건강한 혈액일까?

건강한 혈액이란, 구성 성분인 혈구와 혈장이 적정 수치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경희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조선영 교수는 “우리 몸 상태를 외부 환경 변화와 관계없이 균형 있게 유지시킬 수 있는 혈액이 건강한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혈액의 여러 구성 성분이 일정한 비율을 유지하면서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항상(恒常) 시스템’이라고 한다. 적혈구는 약 120일, 혈소판은 약 2주, 백혈구는 1~2일이면 기능을 다한다. 기능을 다한 혈액은 간과 비장에서 파괴돼 소변으로 배출된다.

혈액 구성
혈액은 55%의 혈장(액체 성분)과 45%의 혈구(세포 성분)로 돼 있다. 그리고 적혈구 내 헤모글로빈이라는 혈색소로 인해 붉은색을 띤다. 혈액의 세포 성분이 제거된 혈장은 단백질이 녹아 있어서 일반적인 물보다 5배 정도 점도가 높으며, 노란색을 띤다. 세포 성분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적혈구는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원반 모양을 하고 있다. 백혈구는 혈액을 원심분리했을 때 혈장층과 적혈구층 사이에 형성되는 흰색 층이다. 백혈구는 핵의 모양과 세포질 내 과립의 유무, 염색성에 따라 구분된다. 백혈구는 과립구·단구·림프구로 나뉘며, 과립구는 다시 호중구·호산구·호염기구로 나뉜다. 혈소판은 거핵세포라 불리는 세포의 세포질 조각으로, 미세한 과립 형태를 띠고 있다.

혈액은 우리 몸에 침입한 세균, 바이러스를 물리치고, 몸에 쌓인 독성물질을 해독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이 때문에 혈액을 우리 몸의 ‘붉은 생명수’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생명수로서 기능을 제대로 하려면 혈액이 건강해야 한다. 혈액은 55%의 혈장, 45%의 혈구(적혈구, 백혈구, 혈소판)로 구성돼 있다. 혈장에 콜레스테롤·중성지방·당이 과다하면 이상지질혈증·동맥경화증 같은 혈관질환이 잘 생기고, 혈구가 힘이 없어지거나 혈구 비율이 안 맞으면 면역력 저하·빈혈·출혈이 생긴다.

1 —— 면역반응
혈액은 세균, 바이러스, 박테리아 등 외부 침입물질에 맞서 싸우는데, 백혈구와 혈소판이 이 기능을 담당한다. 백혈구는 성인 기준으로 혈액 1μL(100만분의 1 L)당 4000~1만 개가 있어야 정상이다. 백혈구 속의 림프구, 과립구(호중구·호산구·호염구), 대식세포는 일정한 비율을 유지하면서 각각 맡은 방어군의 역할을 한다. 림프구가 전체 백혈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44%가 돼야 면역력이 정상이다. 세균, 바이러스 등이 침입하면 우리 몸은 이들과 싸우기 위해 림프구 비율을 50~60%까지 높인다.
몸에서 피가 나면 혈액 안에 세균이 침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때 혈소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혈소판은 혈관 안을 돌아다니다가 손상된 부분이 생기면 서로 뭉쳐 출혈을 막는다. 더 이상의 출혈이나 세균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 작용이다. 혈액 1μL당 15만~40만 개가 정상이다. 호중구를 상처 부위로 호출하는 역할도 혈소판이 맡는다.
2 —— 독성물질 정화
혈액은 약제, 매연, 중금속 등 외부 독성물질 해독에 큰 역할을 한다. 혈액 속 단백질 성분 중 하나인 알부민은 음식, 물, 호흡기 등 여러 경로로 들어온 독성물질을 흡착해 간으로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한다. 만약 알부민이 정상치(3.3~5.2g/dL)보다 낮으면 독성물질은 간에 도달하지 못하고 몸에 쌓여 질병을 유발한다. 신장이 손상되면 혈액 속 알부민이 부족해진다.
3 —— 산소 운반
혈액은 산소와 영양소를 몸 구석구석까지 실어 나른다. 산소는 적혈구가 운반하는데, 적혈구 속의 헤모글로빈이 그 역할을 집중적으로 담당한다. 적혈구의 정상 수치는 혈액 1μL당 400만~500만 개, 헤모글로빈 정상 수치는 12~16.6g/dL이다. 수치가 정상보다 낮아지면 산소 공급 부족으로 빈혈이 생긴다. 영양소와 노폐물은 혈장이 운반한다.
4 —— 체온 조절
우리 몸의 여러 기관은 일할 때 열을 발생시키는데, 혈액은 우리 몸의 열이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몸속을 돌며 열을 골고루 분배한다. 환경에 따라 우리 몸의 체온을 조절하기도 한다. 주위 온도가 높아지면 피부 가까이로 흘러 공기 중으로 열을 발산하고, 낮아지면 몸안쪽에 모여 체온을 보존한다.
5 —— 산도 유지
혈액의 55%가 혈장이고, 혈장의 90%는 수분이다. 단백질, 지질, 나트륨 등 여러 영양소는 혈장 속 수분에 녹은 상태로 신체 곳곳에 옮겨진다. 신진대사를 거쳐 나오는 몸속 노폐물은 대부분 산성인데, 이를 적절히 배출해 몸속 산도(염기·산의 균형, pH7.4가 정상)를 유지하는 일도 혈액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