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질병사인분류에도 변화 있을 예정

국내 게임 중독 청소년이 증가하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올해부터 게임중독(게임장애)을 질병으로 분류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6년 국내 청소년 12만 48명을 대상으로 ‘게임 과몰입 종합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 응답자 중 2119명(1.8%)이 ‘과몰입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수치다.
세계보건기구는 전세계적으로 게임 중독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내년 5월 진행 예정인 제 11차 국제질병분류(ICD) 개정에 앞서 만든 초안에서 게임중독을 정신건강 조건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행위중독이 질병으로 인정되는 것은 도박에 이어 두 번째 사례다.
게임중독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게임에 심각하게 몰입한 상태를 말하는 의학적 용어다.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ICD 초안에서는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게임 중 하나를 지속적, 반복적으로 하면서 게임 시간이나 횟수 등에 대한 통제력을 잃음 ▲게임이 일상생활이나 삶에 관련된 다른 활동보다 우선순위가 높아진 경우 ▲게임으로 인해 부정적인 결과가 생겨도 게임을 지속적으로 하는 경우를 말한다. 만일 이러한 행동을 12개월 이상 반복한다면 게임중독으로 본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보는 시각은 예전부터 있었다. 미국 정신의학협회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최신 개정판에서 ‘인터넷 게임 장애’라는 항목으로 게임 중독을 소개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1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문화재단이 개최한 ‘게임 과몰입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심포지엄을 통해 게임중독 진단 기준별 장단점을 살펴보고, 중립적 공동연구 방안을 모색한 바 있다.한편, 게임장애가 ICD에 등재됨에 따라 국내에서 질병을 진단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중독정신의학회 강웅구 회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이번 초안의 경우 게임 중독을 단적으로 예로 들고 있는데, 이를 새롭게 정의된 신종 질환으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다만, ICD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공식 인정할 경우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새롭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