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
고깃집서 술 언제 시킬까? 몸 덜 해치는 음주법 大공개
한희준·이현정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7/12/20 14:17
송년모임 장소별 똑똑한 음주법
안 그래도 바쁜 연말을 더 바쁘게 만드는 게 ‘송년회’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잡히는 송년회의 목적은 사실상 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술을 마시며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술을 마시며 새로 올 한 해를 기대한다. 그러다 보면 몸은 하루가 다르게 망가지게 마련이다. 술이 빠질 수 없는 우리나라 송년회 특성상 모임에 참석만 하고 술을 안 마시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어차피 가져야 할 술 모임이라면, 건강을 조금이나마 챙길 수 있는 팁을 알아두자. 모임 장소에 따라 추천할만한 안주와 술, 몸에 손상을 최소화하는 술 마시는 법 등을 소개한다.
◇삼겹살집
▶안주는? 건강을 생각한다면 ‘삼겹살에 소주 한 잔’ 대신 ‘목살에 소주 한 잔’은 어떨까.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기름기가 많은 삼겹살 대신 살코기가 많은 목살을 선택하면 술로 망칠 수 있는 건강을 어느 정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술은 몸속에 들어오면 독성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로 바뀌는데, 이 독성 물질을 분해하는 게 비타민B다. 돼지고기엔 비타민B가 많이 들어 있다. 안주로 목살을 먹으면 비타민B를 섭취하면서 섭취 열량도 줄일 수 있다.
▶술은? 고깃집에 가면 처음부터 술을 시키지 말고 공깃밥을 먼저 주문하자. 공깃밥 3분의 1 공기, 김치, 된장찌개, 고기로 배를 채운 뒤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알코올 흡수를 줄일 수 있다. 빈 속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닿는 위벽 면적이 넓기 때문에 위염·식도염의 위험이 크고, 빨리 취한다. 술 종류는 소주보다 청주가 좋다. 청주의 열량은 소주의 절반 정도다.
◇중식당
▶안주는? 튀긴 음식보다는 마파두부·팔보채를 시키는 게 좋다. 두부나 해산물 속 단백질이 알코올이 몸에 늦게 흡수되도록 하면서, 알코올로 인한 간 손상도 완화해준다. 요리류를 다 먹고 식사류를 따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은 상태이기 때문에 열량 과다 섭취로 이어질 수 있다. 정 먹어야겠다면 면류보다는 잡탕밥·류산슬밥 등 밥류로 시켜서 반만 먹도록 하자.
▶술은? 중식당에서 주로 마시는 고량주는 도수(度數)가 40~63도다.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고광석 교수는 “고량주 한 병 속 알코올은 소주 2~3병의 알코올량과 비슷하다”며 “고량주를 소주처럼 마시면 식도·위·간 등 신체 손상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고량주는 한두 잔만 마시는 게 적당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고량주를 한 잔 마실 때 물은 두 컵 이상 마셔서 체내 알코올이 희석되도록 해야 한다.
◇치킨집
▶안주는? 구운 치킨을 먹는 게 좋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한 마리당 열량이 후라이드 치킨은 1683㎉, 구운 치킨은 960㎉이다. 치킨을 먹은 뒤에 다른 안주를 더 시켜야 한다면 샐러드, 마른 안주, 과일 등으로 메뉴를 바꿔야 한다.
▶술은? 여럿이서 치맥(치킨과 맥주를 일컫는 말)을 먹을 땐 2000~3000㏄의 대용량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지만, 각자 500㏄씩 주문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자신이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파악하기가 쉽다.
◇횟집
▶안주는? 다이어트 중이라면 단백질이 많고 지방은 적은 광어가 가장 좋다. 매운탕은 빨간 국물보다는 맑은 국물로 주문하자.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는 “술을 마셔서 이미 위장이 자극 받은 상태인데, 여기에 맵고 짠 음식이 들어가면 위염 등이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 후식으로 나오는 매실차는 꼭 마신다. 과음하면 일시적으로 혈당이 떨어진다. 알코올이 분해되는 과정 중 생기는 NADH라는 물질이 포도당 합성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매실차 속 과당이 이를 막아준다.
▶술은? 밑반찬으로 나온 완두콩, 샐러드, 연두부, 새우, 소라 등을 충분히 먹은 뒤, 회가 나올 쯤에 술을 시키는 게 좋다. 빈속에 술 마시는 걸 막기 위해서다.
◇와인바
▶안주는? 와인 안주로 치즈를 많이 먹지만, 2차라면 적합하지 않다. 와인과 치즈 모두에 든 ‘티라민’이라는 성분이 교감신경을 흥분시키는데, 안 그래도 술을 마셔서 일시적으로 올라간 혈압이 더 높아질 수 있다. 과일·샐러드가 무난하다.
▶술은? 와인은 과일을 발효시킨 발효주로, 술을 만들 때 넣는 첨가물이나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당분 등이 심한 숙취를 유발한다. 이미 1차로 소주나 맥주 등을 마신 뒤에 와인바에 가면 술 마시는 양을 조절하는 게 어려워 다음날 숙취가 더 심할 수 있다. 2차를 계획했다면 1차에서 술을 조금만 마시고, 이미 많이 마신 상태라면 와인을 잔 단위로 시키는 게 양 조절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