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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먹어도, 많이 먹어도 문제 '소금 건강하게 먹는 법'①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 사진 셔터스톡
입력 2017/12/20 08:00
FOOD 건강의 기초
건강하려면 음식을 싱겁게 먹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에 비해 유독 짠 음식을 많이 먹는다. 과다한 소금 섭취는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위암 등의 질환 위험을 높인다. 소금 섭취를 줄여야 이런 질환들을 예방하고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소금을 어떻게 먹어야 건강에 좋은 지 알아봤다.
1. 소금을 많이 먹으면 왜 안 좋나?
고혈압의 주원인
소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은 고혈압의 주원인이다. 짠 음식을 많이 먹으면 고혈압이 생기기 쉽다는 연구결과는 수없이 많다. 짜게 먹으면 몸 속 나트륨의 농도를 줄이기 위해 혈액의 양이 늘어나 고혈압이 생긴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본태성 고혈압은 주로 하루에 5g 이상 소금섭취를 하는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반대로 하루 3g 이하로 섭취하는 사람에게는 고혈압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된 바 있다.
동맥경화나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을 겪는 환자가 소금을 많이 먹으면 혈압이 높아져 뇌졸중이나 심장마비가 생길 수 있다. 혈관이 좁아진 상태에서 혈압이 높아지면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기 쉬워 소금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또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뇌경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뇌경색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소금 섭취를 하루에 6g씩 줄이면 뇌경색 사망률이 24%, 관상동맥질환 사망률이 18% 낮아진다.
위암 위험
짠 음식이 어떻게 위암을 유발하는지에 대해 아직 명확하게 인과관계가 밝혀지지는 않았다. 다만 많은 연구에서 소금 섭취와 위암, 십이지장 궤양, 헬리코박터균이 서로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실제로 다수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짠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이 일반인보다 위암 발병률과 사망률이 높게 나타났다. 학계에서는 소금이 위에 염증을 일으키고 조직세포를 손상시켜 암세포 등의 돌연변이 세포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콩팥에도 나쁜 영향
평소에 짜게 먹는 식습관이 있다면 콩팥 기능도 나빠질 수 있다. 소변에 단백질이 섞여 나오는 단백뇨가 많으면 콩팥에 부담을 줘 신장 기능이 나빠진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단백뇨를 증가시키고 신장의 기능을 악화시킨다는 증거와 함께 소금 섭취를 줄였더니 단백뇨가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여럿 있다. 소금을 많이 먹으면 혈액 속에 나트륨 함유량이 높아져 몸이 삼투압을 유지하기 위해 단백질을 밖으로 많이 내보내려고 한다. 이때 단백뇨가 많이 나온다.
소금민감성을 아시나요?
소금을 조금만 먹어도 혈압이 높아지는 사람이 있는데 이를 소금민감성이 높은 사람이라고 한다. 보통 저염식 후 고염식사를 할 때 혈압이 5~10% 이상 변하는 사람을 소금민감성이 높다고 보는데, 이들은 상대적으로 고혈압이나 심혈관 질환에 걸리거나 이 때문에 사망할 위험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소금민감성은 유전적인 원인이 가장 크다. 원래 혈액 내 나트륨 농도가 높으면 콩팥에서 나트륨을 흡수해 소변으로 배출한다. 소금민감성을 높이는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 이러한 작용을 잘 못한다. 혈액 내 나트륨이 계속 높은 상태로 있어 삼투압 작용으로 인해 혈액량이 늘고, 혈압도 올라간다. 지금까지 소금민감성을 유발한다고 밝혀진 유전자들은 변이된 STK39 유전자나 ATP2B1 유전자, SLC12A3 유전자 등이다.
소금이 제때 배출되지 않으면 다리 부종이 잘 생긴다. 체내 남은 소금이 밤사이에 배출되면서 야뇨증이 생기기도 한다. 소금이 많이 들어간 식사 후 자주 가벼운 두통 증세와 뒷목 경직이 있어도 소금민감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소금민감성이 의심되는 사람은 반드시 저염식을 해야 한다.
2. 소금 적게 먹으면 안 좋은 경우도 있어
심장병 환자, 소금 부족하면 심장에 무리
나트륨을 지나치게 줄이면 오히려 안 좋은 질환도 있다. 고혈압과 상관없는 심부전·부정맥 같은 심장병이 대표적이다. 심장병 환자는 나트륨이 부족하면 사망률이나 심근경색·뇌졸중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가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실린 적이 있다. 캐나다 맥마스터대 연구팀이 심장병이 있는 2만8880명의 7년간(2001~ 2008년) 기록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하루 동안 소변으로 배출하는 나트륨량에 따라 7개 그룹으로 대상자를 나눴다. 연구 결과, 나트륨 배출량이 과다할 때뿐 아니라 너무 적을 때도 사망률,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트륨 배출량은 섭취량과 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배출한 나트륨량을 기준으로, 사망률이 가장 높았던 그룹은 8000mg 이상(소금 20g) 배출한 그룹으로, 16.6%였다. 그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았던 그룹은 하루에 2000mg(소금 5g) 미만 배출한 그룹(15%)이었다. 사망률이 가장 낮은 그룹(10.9%)은 나트륨 배출량이 4000mg(소금 10g) 이상~6000mg(소금 15g) 미만 그룹이었다. 나트륨을 적게 섭취할수록 건강할 것이라는 기존 상식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2000mg 이상~3000mg 미만 그룹의 사망률은 13.5%, 3000mg 이상~4000mg 미만은 12%, 6000mg 이상~7000mg 미만은 12%, 7000mg 이상~8000mg 미만은 13.8%였다.
심근경색과 뇌졸중 발생률도 같은 경향을 보였다. 8000mg 이상 그룹이 각각 6.8%, 6.6%로 가장 높았고, 2000mg 미만 그룹이 5.1%와 4.9%로 2위였다. 가장 낮은 그룹은 4000mg 이상~6000mg 미만(4.6%, 4.2%)이다.
심장병 환자가 나트륨을 적게 먹을 때 위험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나트륨이 체액(혈액을 포함한 림프액·조직액 등 몸속의 액체)량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심장병 환자는 심장의 수축 기능이 떨어져 있는 상태인데, 나트륨을 적게 먹어서 혈액량까지 줄면 혈액을 전신으로 보내지 못해 문제가 생긴다.
생리 조절 기능과도 관련이 있다. 나트륨은 심박수를 조절하는데, 나트륨 부족으로 심장이 제대로 수축하지 않으면 심장병 환자에게는 치명적이다.
지나치게 적게 먹으면 고지혈증 위험
나트륨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연구가 있다. 고혈압 환자가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으면서 나트륨 섭취를 하루 1380mg으로 엄격하게 제한했더니, 고지혈증 위험이 높아졌다는 브라질 상파울로대의 연구다. 연구팀은 고혈압 치료를 받지 않는 고혈압 환자 41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나트륨을 하루에 3680mg 먹게 했고, 다른 한 그룹은 1380mg만 먹게 했다. 그 결과, 나트륨을 3680mg 먹은 그룹뿐 아니라 1380mg만 먹은 그룹도 혈중 지방단백질과 염증지표 수치가 올라갔다. 이는 고지혈증과 관련이 있다. 이 연구는 나트륨을 많이 먹는 것도 안 좋지만, 지나치게 적게 먹어도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트륨이 혈액 속에 있는 지방이 필요한 곳으로 옮겨가도록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은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등 한계점이 있지만, 나트륨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연구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소금과 나트륨
나트륨은 칼슘·철·마그네슘과 같은 금속 원소의 하나이며, 영·불어권에서는 소듐(sodium)으로 부른다. 나트륨의 대표적인 화합물이 염화나트륨(Nacl)이고, 소금의 주요 성분이다. 염화나트륨이 99.8%를 차지하는 정제염의 경우 나트륨과 염소의 비율이 4대 6이다. 정제염 1000mg(1g)에 나트륨이 약 400mg 들었다고 보면 된다.
나트륨은 인체에서 체액 양을 조절한다. 세포끼리 신호를 주고받는 데 관여해 영양소·산소가 온몸으로 운반되고 근육이 잘 수축·이완되도록 작용한다. 과다 섭취하면 고혈압, 만성콩팥병 등을 유발한다.
3. 내가 먹는 음식에 나트륨이 얼마나 들었을까?
소금은 적정량 먹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장하는 하루 소금 섭취량은 5g(나트륨 2000mg)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나트륨 섭취가 지나치게 많은 편이다. 한국인 전체의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이보다 두 배 이상인 4646mg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서는 우리나라 사람이 자주 먹는 외식 메뉴의 나트륨 함량을 조사해 발표한 적이 있다. 1회 제공량을 기준으로 했을 때, 김치찌개에는 1962mg의 나트륨이 들어있었다. 된장찌개 2021mg, 갈비탕 1717mg, 라면 1700~1960mg, 짬뽕 4000mg, 중식 우동 3396mg, 간장게장 3221mg, 해물 칼국수 2671mg 등이다. 이런 음식은 한 번만 먹으면 나트륨 하루 권장 섭취량을 훌쩍 넘기기 쉽다.
가공식품을 먹을 때에도 나트륨 함량을 꼭 확인해야 한다. 가공식품에는 생각보다 많은 양의 나트륨이 들어있다. 짠맛을 느낄 수 없는 생크림 식빵(400g)에도 나트륨이 2200mg 들어있다. 빵을 만을 때 쓰는 베이킹파우더 때문이다. 즉석식품, 과자 등 가공식품에 든 나트륨은 포장지에 영양성분이 표시돼 있으니 섭취 전에 반드시 확인하고 먹자. 특히 패스트푸드는 1인분만 먹어도 나트륨을 과다 섭취할 수 있으므로 되도록 먹는 양을 줄이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외식을 가급적 하지 말고, 나트륨을 줄이는 조리법을 활용해 집에서 식사할 것을 권한다.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제’ 시행
식품에 함유된 나트륨 함량을 다른 제품과 비교해 표시하는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제’가 5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대상 식품은 국수, 냉면, 유탕면류(라면), 햄버거, 샌드위치 5종이다. 2015년 기준 국내 매출 상위 5개 제품의 평균(비교표준값)과 비교해 나트륨 함량이 그보다 많은지, 적은지를 비율(%)로 표시해준다.비교표준값은 시장변화 및 나트륨 함량 변화 등을 고려해 5년 주기로 재평가된다. 나트륨 함량 비교단위는 총 내용량을 기준으로 한다. 2회 분량 이상이 하나로 포장된 제품은 단위 내용량(1인분)을 기준으로 비교한다. 면류의 경우 ‘국물형’과 국물을 버리고 조리하는 ‘비국물형’으로 구분해 비교표준값을 적용하도록 했다. 자세한 내용은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