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 심어 영구적, 일상생활 가능
서울아산병원 전문 클리닉 오픈
수술 적합성 따져야 성공률 높아


심실보조장치는 말기심부전 환자의 좌심실 벽에 삽입되는 직경 5㎝ 정도의 장치로, 전기로 인공 박동을 가해서 대동맥으로 혈액을 보내 심장의 펌프 기능을 대신하게 한다. 심장과 폐 기능을 대신하는 인공심폐기 에크모(ECMO·허벅지 정맥에서 혈액을 빼내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허벅지 동맥에 산소를 주입한 혈액을 주입하는 장치)의 작은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정철현 병원장은 "에크모는 대부분 의식이 없는 환자가 입원 상태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치료였다면, 심실보조장치는 체내 삽입하는 장치라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그 자체로 영구적인 치료가 된다"고 말했다. 다만 심실보조장치는 동력이 되는 배터리가 체외에 있어 배터리를 가방처럼 매고 다녀야 한다. 최근에 개발된 3세대 심실보조장치는 내구성이 강하고 혈전 생성을 방지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생존 기간 10년 이상 연장"
심실보조장치는 200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미국에서는 한 해 2000~2500례의 심실보조장치 이식이 이뤄지고 있다. 정철현 병원장은 "심실보조장치를 삽입하고 10년 정도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에서 심실보조장치 삽입 수술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지난 7월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은 심실보조장치 이식을 전문으로 하는 인공심장이식클리닉을 열었다. 정철현 병원장은 "심실보조장치 삽입술은 심장 수술 중에서 난도가 높은 수술은 아니다"며 "그렇지만 적절한 수술 환자를 선택해야 성공률이 높다"고 말했다.
심실보조장치는 말기심부전으로 뇌사자 심장이식을 기다리는 사람 중에 70세 이상의 고령 환자가 시도해볼 수 있다. 정 병원장은 "말기심부전으로 숨이 차서 아무 일도 못하고, 약물도 안 듣는 사람이 영구적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심실보조장치 삽입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심실보조장치는 좌심실벽에만 장치를 끼워 심장 박동 기능을 대신하기 때문에 우심실 기능이 너무 떨어져 있는 환자는 수술 대상이 안된다. 정 병원장은 "적절한 수술 대상자를 고르는 것이 까다롭기 때문에 병원에 심장이식을 기다리는 말기심부전 환자가 많아야 한다"며 "우리 병원은 국내 뇌사자 심장이식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말기심부전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환자 교육과 관리 중요
심실보조장치 삽입술을 한 뒤에는 관리가 중요하다. 먼저 혈전을 막기 위해 매일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하고, 염증을 조심해야 한다. 전기 선이 가슴을 뚫고 나오기 때문에 그곳에 염증 등이 생길 수 있다. 배터리 교체와 충전도 신경을 써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인공심장이식클리닉에서는 1대1 환자 맞춤교육을 하는 것은 물론 담당 간호사가 가정방문을 해서 교육을 한다. 심실보조장치 삽입술은 아직까지 비용 부담이 큰 것이 걸림돌이다. 수술 비용이 약 1억5000만원이다. 정 병원장은 "보험 적용을 통해 환자 부담이 줄면 1년에 50~100례의 수술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