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김 모씨(35)는 수개월 전부터 이유 없이 양측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무릎을 다치거나 심하게 운동을 한 적도 없어서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걸을 때뿐만 아니라 가만히 쉬고 있어도 무릎 통증이 지속되어 병원을 찾은 결과 무릎 슬개골 연골연화증으로 진단됐다. 금메달 정형외과 서희수 원장은 “특별한 이유 없이 무릎이 일정기간 이상 아플 경우 슬개골 연골연화증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무릎 관절은 해부학적으로 허벅지뼈와 종아리뼈로 이루어지는데, 두 뼈가 만나는 지점의 앞쪽에 동그란 모양의 슬개골이 놓여지게 된다. 슬개골은 무릎을 구부리거나 펼 때 허벅지뼈의 표면을 따라서 부드럽게 주행하는데, 어떤 이유로 인해서든 주행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슬개골과 허벅지뼈가 서로 부딪혀서 마찰을 일으키게 된다. 마찰이 지속되면 슬개골 안쪽에 있는 연골이 말랑말랑해지는 ‘연골 연화’ 현상이 발생하는데, 정상적으로 딱딱해야 할 연골이 부드러워지면서 뼈를 보호하는 연골의 기능이 약화되어 결국은 무릎 통증을 초래한다. 이러한 과정이 바로 슬개골 연화연화증이 발생하는 기전이다.
슬개골 연골연화증은 20~30대 젊은 층에서 호발한다. 슬개골이 허벅지뼈 위에서 마찰하지 않고 매끄럽게 주행하려면 슬개골 주위의 근육이나 힘줄 간 밸런스가 중요한데, 젊은 나이에서는 성장이 진행 중이므로 근육-힘줄 간의 밸런스가 일시적으로 틀어지는 일이 발생한다. 따라서 무릎을 구부릴 때 슬개골이 허벅지뼈와 자주 부딪히게 되어 슬개골 연골이 쉽게 손상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여성이 남성보다 발병빈도가 높은데, 이는 여성이 근육량이 적어서 슬개골 주위 근육-힘줄 밸런스가 무너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퇴행성 관절염이나 과도한 무릎의 사용이 슬개골 연골연화증을 촉발시킬 수 있다. 슬개골 연골연화증 진단은 주로 증상에 의존한다. 무릎이 가만히 있어도 아프거나 혹은 오래 무릎을 구부리고 있다가 펼 때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오래 서 있을 때나 무릎을 구부린 자세에서 오래 앉아있을 때 통증이 심해진다면 진단 가능성이 높다. 무릎의 정렬 상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엑스레이 검사가 필요하며, 연골의 병변이나 기타 무릎 관절 속의 병변을 알기 위하여 초음파 검사, MRI 등이 필요하기도 하다.
슬개골 연골연화증의 치료는 무릎 주위의 근육을 강화시켜서 슬개골이 허벅지뼈와 부딪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허벅지 근육이 강화되면 무릎을 구부리는 과정에서 근육이 슬개골을 위로 당겨줌으로써 슬개골-허벅지뼈 간의 주행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수영이나 자전거 타기가 도움이 된다. 반면에 무릎에 체중을 부하하는 쪼그려 뛰기 운동 등은 삼가는 것이 좋다. 무릎에 지나친 부하를 주는 반복적인 운동이나 달리기도 당분간은 자제해야 한다. 또 슬개골 연골연화증은 연골 세포의 재생을 촉진하는 주사 치료나 체외충격파 치료, 신장분사 치료(근육을 자극해서 강화시키고 염증을 경감시키는 치료법) 등의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만약 연골연화증이 악화돼 연골이 심하게 손상된 경우에는 관절내시경으로 연골을 재생하는 수술이 필요하기도 한다. 연골은 자연치유력이 없어서 일단 손상되면 스스로는 재생이 안 되기 때문에 미세천공술이나 자가연골 이식술, 연골입자 이식술 등의 방법을 통하여 정상 연골로 회복시켜야 하기 때문이다.